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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주의라는 괴물 따라 퍼지는 단풍잎돼지풀

[강우근의 들꽃이야기](62) - 단풍잎돼지풀

해마다 가을로 접어드는 팔구월이 되면 서울,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는 민관군이 합동해서 커다란 작전을 펼친다. 유해 식물로 알려진 단풍잎돼지풀을 퇴치하기 위한 작전이다.


이 작전은 '제거할 때 반드시 뿌리째 뽑아 햇빛에 건조한 후 폐기하여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고, 대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에 담아 전량 소각 처리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해마다 예산이 수억 원 들어가고, 연인원 수천 명이 나서서 벌이는 이 색다른 작전은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퇴치 작전의 규모는 해가 갈수록 더 커져 가는데도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단풍잎돼지풀은 돼지풀과 더불어 환경부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 식물 1호로 지정한 풀이다. 꽃가루 병을 일으키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못된 풀이라고 한다. 단풍잎돼지풀이나 돼지풀은 국화과에 속하는 풀이다. 대개 국화과 식물은 곤충을 끌어들여서 꽃가루받이를 한다. 그렇지만 단풍잎돼지풀, 돼지풀은 특이하게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다. 풍매화에 속하는 식물은 많은 꽃가루를 날려 보내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곤충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서 꽃도 볼품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단풍잎돼지풀이나 돼지풀은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외래 식물이라서 더 미움을 받나 보다. 단풍잎돼지풀은 잘 자라면 사람 키를 훌쩍 넘겨 3미터까지 자란다. 원산지에서는 6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단풍잎돼지풀은 돼지풀보다 더 커서 퍼뜨리는 꽃가루 양도 많고 오밀조밀 섬세한 잎을 달고 있는 돼지풀과 달리 생김새도 억세어 보여 돼지풀보다 더 악명 높은 풀이 되었다.

단풍잎돼지풀은 미군 부대 둘레서 많이 자라 '양키풀'이라고도 불린다. 미군 부대에 들어오는 물자에 섞여 들어와서 퍼져 나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괴물'스러운 풀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은 단풍잎돼지풀이 아니다. 잡초는 파헤쳐져서 망가져 버린 곳에 들어와서 자란다. 그리고 이 망가진 곳을 고치는 첫 작업을 해낸다. 단풍잎돼지풀은 꽃가루로 인해 사람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자연의 처지에서는 다친 곳을 낫게 하는 약과 같은 풀이다. 빠르게 퍼져 자라는 만큼 효과도 좋은 약이다. 단풍잎돼지풀을 줄이려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미군 부대를 없애고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미군 기지는 더 넓어지고 있고, 개발주의는 기세를 떨치고 있다. 개발주의자들은 국토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만들겠다고 까지 한다. 개발주의라는 괴물이 파헤쳐 버린 곳을 따라 단풍잎돼지풀은 계속 퍼져 나갈 것이다.

단풍잎돼지풀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풀이다. 마른 풀대를 잘라 나무 막대를 밀어 넣으면 스티로폼 같은 속살이 쑥 빠져 나온다. 이것으로 수수깡처럼 재미난 것을 만들 수 있다. 또 마주 나오는 가지를 남기고 줄기를 잘라 양쪽 무게를 맞추면 손가락 끝에서 달랑달랑 균형을 잡는 장난감도 된다. 지난 해 늦은 가을 아이들을 데리고 한탄강가에 가서 단풍잎돼지풀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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