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본격 대선전이 시작됐다. 12명이라는 역대 최다 후보들이 대권을 향한 22일 간의 본선 레이스를 펼친다. 이미 각 후보들은 치열한 경선 끝에 본선전에 올라왔지만, 여전히 '대선판'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통합을 부르짖던 범여권은 제각각 '마이웨이'를 선언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하다. 한편,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표출된 이명박-박근혜 갈등은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보수내전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고, 급기야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회창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박사모, 이회창 지지.. "이명박은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범죄자"
박근혜 전 대표의 최대 지지모임인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는 27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아닌, 이회창 무소속 후보 지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박사모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회창 후보를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지지하기로 결의했다"며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범죄 전과자"라고 맹비난한 뒤 "걸어다니는 부패, 불법, 비리, 부정의혹의 백과사전인 사람을 지지할 수 없다"고 이회창 후보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박사모는 이어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를 차기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후 이회창-박근혜 공동정권과 당권 확보 등을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것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정동영, 참여정부 실정 책임 피해갈 수 없다"
한편, 박사모의 이날 지지선언으로 이회창 후보의 입 꼬리는 올라가게 됐다. 이회창 후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이회창 두 보수진영 대표 선수의 싸움이 격화될수록 정동영 신당 후보의 입 꼬리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지지율 3위를 달리는 정 후보의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정 후보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민주당과의 합당·후보단일화 협상은 수포로 돌아갔고, 또 다른 파트너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통합 협상 또한 지지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범여권에 우호적인 <한겨레>가 정동영 후보에 대해 사실상 사퇴를 주문하고 나서 주목된다.
곽병찬 논설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실린 '정동영 후보가 결단해야 한다'라는 글을 통해 참여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정 후보 책임론을 직접 거론했다.
곽병찬 논설위원은 글을 통해 "(참여정부 기간 동안) 부동산값은 폭등했고 전국이 투기장화했으며, 실업과 고용의 질은 형편없이 악화했으며, 교육 문제는 끝없이 서민을 괴롭혔다"며 "이번 선거의 쟁점은 현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수렴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 후보는 '(그런 참여정부의) 황태자가 아니라 일만 하고 매만 맞은 소'였노라고 주장했지만,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자신이 더욱 초라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곽병찬 논설위원, "정동영 결단해라" 사실상 사퇴 촉구
곽 논설위원은 또 정동영-문국현 후보 간 단일화 논의 과정을 언급하며 "정 후보가 문 후보와 단일화를 애걸하면서도, 문 후보가 텔레비전 방송 토론회에서 배제되도록 방조했다"며 "한편으론 따돌리고, 한편으론 손을 내미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곽 논설위원은 "정 후보는 단일화의 명분으로 '반한나라'를 꼽았지만, 더 절박한 극복대상은 참여정부다"며 "정 후보는 결단해야 한다"고 사실상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곽 논설위원은 글에서 정 후보의 사퇴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주문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 후보가 만약 곽 논설위원의 이 글을 읽는다면 문국현 후보를 중심에 둔 자신에 대한 사퇴 압력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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