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뇌관 ‘보수 분열’ 불러오나

곽성문 ‘昌 지지’ 탈당...박근혜 “李 지원유세 다시 판단”

고조되는 BBK 의혹이 보수진영 분열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의 BBK 중간수사 발표가 다음 주 5일로 예정된 가운데, 언론에 의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인감 도장과 한글 이면계약서가 진짜라는 검찰 측 발언이 흘러나오면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동요하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이 와중에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탈당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에 대한 사실상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계인 곽성문 한나라당 의원(대구 중·남구)이 29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보수세력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 출신 현역 의원의 탈당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전날에도 박근혜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가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데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과 지지 선언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사태는 일파만파를 부르고 있다.

곽성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 그동안 드러난 탈법과 위법사실만으로도 국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다음 주로 예정된 검찰의 BBK 수사 발표로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성문 의원은 “이회창 후보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보수의 대안”이라고 치켜세우며 “경제적 능력은 물론 도덕성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대표할 수 있는 지도자만이 지난 10년간 무너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차떼기’ 불법자금을 받은 이회창 후보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보 본인이 사과한 일이고 보수 집권을 위한 절체절명의 시기에 이회창을 대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곽성문 의원은 “당내에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분이 최소 몇 분 있고, 다음 주 정치상황에 따라 동참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BBK 수사 결과에 따라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내일 뉴라이트 청년연합의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곽 의원의 탈당은 공천 문제 등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으로, 추가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수 분열 정국의 초점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있다. 30일부터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검찰의 BBK 수사결과에 따라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사태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박사모가 이회창 후보에게 박근혜 전 대표와의 공동정권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는 등 ‘박근혜의 결단’이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선거 판세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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