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선언 봇물 속 문화예술인 '명의도용'?

'황석영 등 개혁세력통합촉구선언문'에 문화연대 '발끈'

대선을 불과 2주일 여 앞두고 사회 각계각층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에 대한 지지 및 통합 촉구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설가 황석영 씨 등이 '2007 통합과 연대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문화예술인모임) 명의로 발표한 '개혁세력 통합을 촉구하는 선언'(개혁세력통합촉구선언)에 대해 문화연대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선언문 발표에 동의한 바 없는 문화연대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이 선언문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

문화연대, "개혁세력통합촉구선언? 문화연대 동의한 적 없다"

문화연대는 5일 규탄 성명을 내고 "문화예술인의 이름을 임의적으로 사용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으로 둔갑시켰다"며 개혁세력통합촉구선언문을 발표한 문화예술인모임에 해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연대는 이날 "선언문 명단에 오른 인사들 중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의 경우, 선언 과정에 대한 공유는 물론 현재의 선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선언에 동의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명단을 나열해 개혁세력의 통합을 외친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선언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잘 보여준다"며 "이러한 낡은 정치 방식이 바로 민주화의 역사,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며 수구보수 세력의 수명을 연장해 주는 낡은 정치이자 굴절된 개혁"이라고 문화에술계모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소설가 황석영 씨를 비롯해 도종환 시인, 박재동 화백, 정지영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계 인사 1천157명은 문화예술인모임 명의의 성명을 통해 "단일화나 통합 혹은 선거연합, 연정 등 어떤 방향이든 모두 모여 반문화적인 세력으로부터 문화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지켜내야 한다"며 '반한나라당 전선' 결집을 통한 이른바 '민주평화개혁세력'의 통합을 촉구한 바 있다.

"합종연횡 표류하는 대선에 또 다른 흙탕물 끼얹는 작태"

한편, 문화연대는 문화예술인모임의 개혁세력통합촉구선언 발표의 절차적 과정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개혁세력통합촉구선언에 대해 "내용, 형식, 시기 등 모든 면에서 매우 부적절한 정치 행위로서 국민을 위한 정책 없이 당리당략으로 합종연횡 표류하고 있는 이번 대선에 또 다른 흙탕물을 끼얹는 작태"라고 맹비난하며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화연대는 문화예술인모임인 지난 10년을 '표현의 자유 10년, 역동적 창조의 10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이라면, 지난 10년의 변화를 추적하며 신자유주의와 보수화 공세 속에서 피폐해진 민중, 시민, 문화예술인의 문화적 권리를 염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연대는 "오늘의 상황을 초래하고 가속화 한 세력이 바로 개혁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정치적으로 사유화하며 권력을 휘둘렸던 이른바 무늬만 '개혁세력'이었다"며 "그동안 외쳐왔던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망한 구호였는가를 구체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민주화 운동의 과정에서 스러져 갔던 열사들의 영예를 더럽히지 않고 진정 민주주의를 계승하려 한다면, 맹목적 지지가 아니라 지난 10년 정권의 비민주적 행적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는 문화예술인모임의 개혁세력 통합 촉구에 대해 "민주주의와 문화의 창조성을 위협하는 반문화적이고 반민주적인 '묻지마 결합'을 요구하고 있다"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문화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정치 철학, 정치 원칙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신자유주의 시장독재에 편승해온 집권 세력들과 동일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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