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나눔의 미학이 있는 지역관광정책을 바라며

[미끄럼틀:한장의정치](10)문화에 맞는 지역관광정책을 추진하는 미학

사이버정치놀이터 '미끄럼틀'이 오픈했다. 문화연대는 '미끄럼틀'에 대해 "급진적 행복을 찾아 상상력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미끄럼틀' 중 '한장의 정치'를 기획 연재한다. '한장의 정치'는 "새로운 사회, 급진적 정책을 상상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정책칼럼"으로 "만화가, 미술작가, 활동가, 교사, 평론가, 교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운동과 함께해온 이들이 상상하는 정책칼럼이 게재될 예정"이다.[편집자주]

[출처: 미끄럼틀]

언제부터인가 전국토가 관광개발로 시끌거리고 있다. 부존자원도 거의 없고, 인적자원 역시 도시로 옮겨가는 현실 속에서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관광으로 지역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우려감이 드는 것은 이러한 지역관광정책이 토건국가의 신개발주의 정책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대표적 신개발주의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는 관광정책 중 하나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이하, 관광레저도시)이다. 태안군, 무안군, 영암/해남군 일대에서 대규모로 개발되는 이 관광레저도시는 그 시초는 기업의 역량을 가지고 관광레저시설을 개발하여 지역의 정주인구를 확대시키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였으나, 현재 나타나있는 마스터플랜을 살펴보면 각 기업들은 이러한 목표보다는 그저 골프장만 개발하고, 기업도시개발특별법에 의한 저가의 토지매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지가 상승만을 노리고 개발에 임하는 속내가 다분히 보인다.

비단 이러한 문제가 관광레저도시뿐이겠는가. 지난 7월 발표한 반값 골프장 정책이라든지, 3면의 해안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서해안권, 남해안권, 동해안권 관광벨트계획, 심지어는 행정자치부에서 추진중인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에서의 관광 테마의 마을 만들기 등도 결국 추구하는 것이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자신의 문화와 공동체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외부의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골프장, 테마파크 등 하드웨어 시설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이다. 관광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관광 때문에 전국토가 병이 들까봐 걱정과 반성을 하게 된다.

지역관광개발을 추진할 때 공무원, 학계, 업계에서 해외사례 조사를 위해 다녀가는 곳 중에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일본의 유후인 마을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마을이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알려져 유명해지다보니 우리 나라 도입에서도 벤치마킹 사례로 많이 쓰여지는 듯 하다. 그런데 그들은 단지 외부 시설과 조경이 이쁘게 잘 꾸며져서 방문객이 많이 온다고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유후인 마을이 표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다. 유후인 마을은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마을’이라는 모토로 유명하다. 이 말은 결국 단순히 보여지는 시설이 아름다운 것이 관광의 전부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생활하기 좋아서 인적자원도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고,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생활을 위한 복지체계와 자족형 생활이 꾸려지는 곳이 선행조건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지체계와 자족형 생활은 무엇으로 대변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맞는 이러한 사상이 최근 조한혜정 교수 등이 제기하고 있는 ‘돌봄’ 문화와 공동체 생활을 영유하는데 필요한 ‘나눔’의 문화라 할 것이다. 돌봄과 나눔이 상업화되지 않고 생활화되어 여성, 노동자가 모두 평등한 여가관광 향유를 이루어낼 수 있을 때, 그래서 진정으로 살기 좋은 곳이 되어 지역문화를 만들어낼 때, 그 지역의 문화는 독특하게 발전되고 사람들은 이를 보기 위해 관광을 하게 된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보는 것들이 그 지역의 문화유산이 주된 것이지, 대형 리조트와 테마파크가 주가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라. 각 지역마다의 독특한 문화는 관광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

이제는 토건국가의 신개발주의 산물인 관광정책을 제발 걷어치우자. 순진한 지역민들에게 관광개발이 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사탕발림을 이제 그만하자. 관광산업은 다른 산업에 영향을 많이 받는 감응도가 높은 산업이다. 먼저 지역의 돌봄과 나눔 문화를 우선 발전시킨 후, 그 문화에 맞는 지역관광정책을 추진하는 미학을 요구한다.
덧붙이는 말

태그

미끄럼틀 , 한장의정치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란수(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객원연구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