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은 투쟁이다, 범죄가 아니다

[미끄럼틀:한장의정치](13)청소년에게 당당히 가출할 권리를

사이버정치놀이터 '미끄럼틀'이 오픈했다. 문화연대는 '미끄럼틀'에 대해 "급진적 행복을 찾아 상상력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미끄럼틀' 중 '한장의 정치'를 기획 연재한다. '한장의 정치'는 "새로운 사회, 급진적 정책을 상상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정책칼럼"으로 "만화가, 미술작가, 활동가, 교사, 평론가, 교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운동과 함께해온 이들이 상상하는 정책칼럼이 게재될 예정"이다.[편집자주]

[출처: 교육희망]

살 곳

본좌는 21세기 사회의 걱정거리인 가출청소년이다.
본좌는 마덜과 빠덜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과 자녀를 대하는 태도, 기타 등등 종합적인 갈등이 극에 달하다가, 결국 빠덜의 구타를 피해서 집에서 도망쳤다.

현재는 아는 사람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집이 매우 드럽다. 그리고 치워도 금방 드러워진다).

하지만 그래도, 길거리에서 잠잘 곳, 씻을 곳, 먹을 거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난 운이 좋은 편인 거 같다. 많은 가출 청소년들이 당장 잠잘 곳, 돈 떨어진 후에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한다. 찜질방도 PC방도 노래방도 여관도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처음에 집에서 나왔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돈 벌기

가출 청소년이 된 후 나에게는 쫌 큰 걱정이 생겼다. 우선 나는 돈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돈을 벌 수가 없다.

너무 슬프다. 지금까지 생활비는 다 무이자 대출(?)해서 쓰고 있다.

내 나이 15살. 만 15세가 안된 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부의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당신이 사업가라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중딩을 고용하겠는가.

다행히도 내년에 생일이 지나면, 부모님 허가증만 받으면 노동부허가증까지는 필요없이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누구인가. 난 부모님과 갈등 때문에 싸우다 맞고 쫓겨난 가출 청소년이다. 당연하게도 부모님의 허가증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나보고 어쩌라는 건가 굶어죽고 얼어 죽으라는 건가, 아니면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 일을 하라는 건가.

대체 이런 부모 허가 제도가 왜 있나 했더니, 부모 허가증은 청소년이 노동착취와 안습적인 노동환경과 대우를 받지 않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건 부모허가증으로 막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의 노동착취와 건강을 침해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 공적인 차원에서의 감시와 통제가 있어야 하며,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알도록 교육해야 하고, 권리침해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쉼터

위에서 말한 거처럼 돈이 없는 청소년들은 집을 나오면 제대로 살 수가 없다. 쉼터라는 공간을 통해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집을 나와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쉼터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쉼터가 필요하다.

먼저 쉼터에 대한 생각부터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들어가기도 힘들 뿐 아니라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의 억압적이고 명령적인 분위기 때문에 다시 나오게 되는 감옥같은 공간이 아닌 자유롭게 떠들고, 쉬고, 놀고, 공부하고, 잘 수 있는 진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하지만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기에 규칙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규칙은 최소한이어야 하며 청소년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문제제기 또한 자유롭고 편하게 이루어 질수 있어야하고, 그리고 부모가 찾아오면 별 힘도 없이 청소년들이 끌려가야만 하는, 그런 곳이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성 청소년은 특히 갈 곳이 없는 것 같다. 현재 대부분의 쉼터는 여성 청소년 쉼터이다. 남성 청소년들 또한 가출 후에 편히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확실한 건,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출한 후에 나처럼 쉼터에 갈 수 없다는, 가기 싫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가출은 투쟁이고 권리이다

학교 교칙에 의하면 가출은 징계사유다, 왜 이게 징계사유인 건가..? 가출이 청소년의 인생을 망치기 때문에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선도하시는 건가?

가출을 할 때는 개인마다 다 이유가 있다. 작은 것이라고 보이는 것이든 커다랗게 보이는 것이든. 하지만 가정에서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기에 그 문제들을 대화로 풀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가출은 권위적인 현재의 가족에 거부하는 투쟁이다.

힘없던 노동자들의 파업은 처음에는 해서는 안 될, 범죄행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파업이 법적으로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정당한 행위로 당연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는가. 난 노동자들의 파업과 청소년들의 가출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출을 인정하고, 가출 청소년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해야 한다. 정말이지 왜 이게 징계사유란 건가, 폭력적 구조에 대한 저항과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가출이 징계사유가 된다는 건 학교와 사회의 폭력을 쌩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쉼터와 지원보다 더 절실한 건 부모와 사회가 청소년과 자식들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청소년은 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인간이며,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이 글에서 난 청소년들의 가출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성인들 또한 부모의 통제와 억압으로부터 탈출할 권리는 존중되고 보장되어야만 한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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