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유사한 국내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이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1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이 작성한 '한미주택담보대출시장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는 계속된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으로 국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은행권 뿐만 아니라 비은행권의 저신용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국내 신용정보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차주별 신용등급 분포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에 근거해 2006년 말을 기준으로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34조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2~13% 수준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대출조건 및 규제, 소비자 보호 방식 등에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전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94%에 이르고, 변동금리 기준금리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86%를 차지해 'CD금리 변동이 가계에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유사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금융회사별로 은행권의 저신용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9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217조원 대비 9% 수준이다.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회사는 전체 59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 규모의 25.1%인 15조가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48%로,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이 받은 대출이 많은 만큼 금융기관이 부실화 될 가능성 또한 높다는 점이다.
또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했던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올 6월말 기준 5.12%로, 한국은 작년 말 기준 0.9%의 규모이다. 연체율만 놓고 보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미국에 비해 훨씬 건전한 상태이다.
국내 연체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동 보고서는 국내 주택담보대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고, 담보인정 비율이 낮아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 그리고 거치식 또는 만기 일시상환방식 대출이 많아 매월 원리금 상환부담이 적고, 매매가 쉬운 아파트 담보대출이 많아 매각 등을 통해 쉽게 연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체율이 미국에 비해 낮다해도, 연체채권 중 90일 이상 장기 연체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0~70%로 높아, 연체율이 낮더라도 일단 연체 상태로 진입하게 되게 되면 정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CD금리는 최근 한 달 사이에 0.3% 나 올랐고, 일주일 사이에 0.11% 급등, 오늘(12일)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91일물 CD금리는 5.70%를 기록, 지난 2001년 6월 12일 이후 처음으로 5.70%대에 진입했다.
주택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폭등세가 대출금리 인상을 추동하고 있고, 이는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으로 연결돼, 연체율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 보고서는 관련 대책으로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쏠림현상, 거치기간의 장기 운용 등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취약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등을 보완하는데 주력할 필요"를 강조하며,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 긴요한 공적 유동화시스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고도의 리스크 관리를 요하는 민간 유동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내 주택금융 부실화 위험 가능성'을 우려를 제기한 보고서나 포스코경영연구소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 지속 등에 따라 시중 유동성 축소가 현실화 될 경우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비슷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