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편’이 되는 미디어정책은 쾌적하다

[미끄럼틀:이와중에문화정책](4)2007대통령선거 문화연대 정책공약 제안 : 미디어

한국의 선거가 언제 정책선거였던 적이 있었겠냐마는, 이번 선거는 특별히 더 심각하다. 정책, 공약, 비전 등의 낱말은 선거의 한켠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오직 ‘BBK’라는 영어 알파벳만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한미FTA, 비정규직 차별 등 한국사회의 당면한 현안이자 근본적인 구조개편을 의미하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후보는 소수에 불과하다. 몇 %의 경제성장, 몇백만 개의 일자리를 말하는 후보는 있지만,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지어 자신이 내 건 공약조차 지키지 않는(노무현 정권을 보라!) 한국의 선거 현실에서 우리는 왜 정책을 말하려 하는가? 한 마디로 말해 “이 와중에 웬 문화정책”인가. 이는 각 후보진영에 대한 정책제안이기도 하지만, 이 보다는 우리들 자신에 대한 ‘공약’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문화적 권리의 증진과 문화적 삶을 확대하기 위한 문화정책의 현안과 전망을 구체화하고, 이후 문화운동의 과제로 삼겠다는 다짐, 즉 ‘공약’인 것이다.

[이 와중에 문화정책]은 ① 문화일반, ② 예술, ③ 청소년-문화교육, ④ 미디어, ⑤ 체육 등 총 5회에 걸쳐 연재될 계획이다. 이번에 제안되는 문화정책 과제를 통해 문화정책의 현안과 과제를 확인함과 동시에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문화정책의 필요성까지도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2007대선, '편의전쟁'

아닌 척 하고 있지만, 다 알고 있다. ‘편’은 ‘펜’의 방향으로 나뉘었고, 공정성과 편파성의 철저하게 ‘편’을 구하기 위한 근거에 불과하다. 2007년 대선 투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편의 전쟁’이 한창이다. 고전적인 신문의 줄서기는 대선이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고, 결과는 당연하다. 이는 비단 정치적 성향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오고 가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MBC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이명박 지지자들을 물론 <조선> <동아> 할 것 없이 MBC의 공정성을 문제시 삼는다. 정치적 독립을 그저 허울 뿐, 어떤 정책이던 정치적 맥락 속에서만 결정하던 방송위원회 역시도 살짝 이명박 손을 들어주었다. 설명하면 이러하다. BBK 진실 공방이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로 가닥을 잡기 전에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발끈한 한나라당은 방송윤리를 운운하며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항의‘를 넘어 집권하면 MBC를 민영화시키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정치적 안배에 의해 구성되는 방송위원회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주의‘ 조치를 내렸고, 이로 인해 알권리와 방송의 공공성은 또 한 번 후퇴하고 말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지표현이다. 오고 가는 것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한 번 보자. 지난 10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규제개혁 종합 연구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였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규제개혁추진단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KBS 2TV와 MBC 민영화 △방송신문 간 교차소유 규제완화 △대기업의 방송 및 뉴스 부문 진입허용과 위성방송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 △주파수 거래 및 경매 활성화 △방송광고대행시장의 경쟁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형적인 재벌과 기업들의 규제 완화 목록이다.

미디어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는 뒷전인 채 산업과 경제적 논리로 해석하는 이들의 뇌구조에서는 당연한 요구이다. 허나 미디어의 공공성과 여론의 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KBS2, MBC 민영화 반대’ ‘신문방송 겸영 금지’ ‘방송광고대행시장의 경쟁 도입 반대’의 구호는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공공성', 멀어져가고 있다

우선, MBC와 KBS2의 민영화 주장은 한나라당은 물론 보수단체와 시장주의 학자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허나 FTA체제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 미디어 환경은 무차별적인 난개발과 시장중심적 정책으로 인해 방송 영역의 공공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MBC와 KBS2를 민영화 한다면 미디어 공공성의 붕괴는 물론 방송의 상업성을 급속도로 가열시키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MBC와 KBS2의 민영화 주장에 대한 긴장을 놓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오히려 KBS2, MBC 민영화 반대를 넘어 방송의 공적 서비스 정책을 확대하기 위한 내용들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점차 공공성과는 멀어지고 있는 KBS2를 공영방송으로 재구조화하기 위해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현실화하여 KBS2 재원에서 광고 수익을 획기적으로 축소하고 명확하게 공영방송으로써의 채널 성격을 부과해야 한다. 또한 MBC는 물론 SBS 등 지상파 방송의 공익적 서비스 방송의 의무 및 책임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영국의 경우 ITV는 민영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채널이지만 이의 법적 목표는 공공서비스이고, Ofcom은 지상파 방송사 모두를 공공서비스 방송으로 정의하는 점에 대해서 눈여겨볼만 한다.

둘째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방송신문 교차 소유 허용 역시도 명백하게 금지되어야 한다. 지난 2006년 6월 헌법재판소는 미디어간 교차 소유 부분에 대해 ‘이종 매체끼리는 불가’라는 명확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헌재는 매체간 교차 소유 금지에 대해서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의 제한이어서 신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간만에 바른 소리 한 헌재의 결정에 대해 주류 신문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방송 진출에 대한 시도 및 요구를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 한나라당은 시장점유율 20%미만인 일간신문사가 방송사 20% 미만을 보유할 수 있는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하였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 금지 원칙이 깨질 경우 독과점 신문의 방송시장 진출에 따라 여론의 독점화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특히 주류 신문의 지상파 진출이 가능해진다면 여론의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친재벌, 친권력적인 주장을 신문도 모자라, 방송에서까지 봐야한다면 말이다. 따라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여론의 다양성 및 독점 시스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 결국 여론의 다양성이 소통될 수 있도록 현재 신문방송 겸영 금지를 제시하고 있는 방송법 제8조 제3항과 신문법 제15조 제2항은 보다 단단하게 지켜져야 한다.

셋째로 시장주의와 경제주의에 의존하고 있는 방송 광고의 영역을 보다 공공적으로 재구조화하고, 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난 11월 방송위원회는 중간광고 허용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한미FTA를 계기로 더욱 죄어오는 방송광고제도의 민영화 주장과 맞물려 현재 방송 광고를 둘러싼 조건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를 맞은 것이다. 사실상 그 동안 방송광고는 미디어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논의되지 못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재원의 어려움이라는 사업자의 호소 속에서 중간광고 도입이라는 ‘몹쓸’ 정책이 발표되고 만 것이다.

더욱이 방송광고 대행 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1994년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당시 공보처 양허안 중 하나로 이미 개방이 되었고, 지난 1995년부터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에 의해 언제든지 미국 등의 미디어렙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국제적 규범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FTA로 인해 광고시장 완전개방, 즉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해체와 민영미디어렙 도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명백한 것은 중간광고 도입은 시청자들의 권리 훼손과 방송의 상업화를 가속시킨다는 결론이고,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해체는 방송의 상업화는 물론 군소 소수 매체의 재원 위기 등으로 인한 여론의 다양성의 붕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중간광고 도입 반대와 민영미디어렙 도입 반대를 기반으로 하여 방송 광고의 공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결국 중간광고 허용 범위 확대 결정은 철회되어야 하고,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현행 유지를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특히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경우 한미FTA 비준 시에도 ISD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만큼 보다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편'도 잘들어야지 자꾸 있는 자들 밑에 줄서면 더욱 곤란해

이처럼 미디어를 시장 상품으로 간주하고, 사고파는 데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정책과 혹은 호시탐탐 규제 완화를 노리는 재벌언론사와 재벌들의 주장을 뒤엎는 근거와 정책이 무궁무진한 데 자꾸 ‘편’들면 곤란해진다. 와중에 ‘편’도 잘들어야지 자꾸 있는 자들 밑에 줄서면 더욱 곤란해질 수 있다.

그래서 미디어 정책이 제대로 된 ‘편’으로 마련되기 위해서는 일단 시민참여와 공동체 미디어 활성화 정책이 다양화되어야 한다. 통합방송법 시행과 더불어 퍼블릭 액세스는 실현을 위한 입법화 활동을 거쳐 법제 정비 및 초기 정착 단계를 거치고 있다. 또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확대와 소출력 라디오 사업 지원, 미디어센터 건립 지원, 미디어교육 사업 지원 등 제도적으로 시민참여 미디어에 대한 지원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하나 속에 알맹이가 마냥 빈약한데. 소수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방송에 진입하기 어렵고 내용 검열로 인해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정책도 형식미가 갖추고 있을 뿐이지, 내용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계층·계급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장벽없이 자신의 표현과 언론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 확대를 위한 공공적 미디어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 장벽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규매체를 비롯하여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자체심의를 폐지하고 별도의 운영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1+1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방송사 재허가 시 방송법과 시행령 등에 고시된 비율의 배를 넘기고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한 경우 이에 따른 방송사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결국 시장주의적 규제는 보다 강화하고, 차별 없고 장벽 없는 커뮤니케이션 권리 강화를 위해서는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 공공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정책으로 일관되고 소신있게 민중의 ‘편’에 서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미디어와 통신 서비스가 마구 출현하고 있다.

이를 단지 자본과 기술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매체가 아니라 시청자, 수용자, 소비자로 호칭되는 이들의 권리의 영역으로 찾아오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매체 난개발을 막고, 방송통신융합과 관련한 공공 정책 마련이 주요한 과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미 위성 DMB는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07년 상반기까지 누적된 적자가 무려 2335억으로 신규미디어의 실패를 목격하고 있다. 더욱이 이렇게 누적적자가 불어나자 위성 DMB 업체인 TU 미디어는 규제완화를 방송위원회에 건의하고 나섰다. 이는 단적으로 무차별적으로 생겨나는 신규매체에 대한 정책의 실패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방송통신융합기구 설치에 대해서 보다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구로의 재편과 이를 통한 법령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매체 난개발을 막기 위해 신규매체가 도입할 시 매체 환경 평가 등 사회문화적 의미가 포함된 적극적인 논의가 시행될 수 있는 안들이 검토되어야 한다.

허나 돌아가는 모양새로 보아하니 여하튼 유리한 ‘편’이 확연하다. 내편 네편 갈라 그 추악한 ‘편의 전쟁’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다. 줄서서 나눠주는 것을 받아먹을 생각도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민중의 편’에 선 미디어 정책의 실현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KBS2, MBC 민영화 반대! 방송의 공적 서비스 정책 확대”와 “신문방송 겸영 금지! 여론의 다양성 및 독점 시스템 방지책 마련”, “중간광고 반대! 민영미디어렙 반대! 방송 광고의 공적 역할 강화”를 통한 시장주의 규제를 보다 단단하게 하고, “다양한 시민참여/공동체 미디어 활성화 정책 마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확대하고, “무분별한 매체 난개발을 막고, 방송통신융합과 관련한 공공 정책 마련”을 통해 미디어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하기 위한 ‘편’에 표를 던지는 이들의 단단한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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