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동영상 거래설' 공방 격화.. 진실은?

"신당과 협박범 공모".. "만났지만, 협상 없었다"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직접 말하는 육성과 모습이 담긴 강연 동영상 공개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예의 '음모론'을 제기하며, 진화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16일 공개된 동영상을 최초 제공한 여 모 씨·김 모 씨와 정동영 후보 측과의 '30억원+알파 거래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 "정봉주 의원이 30억+알파 제안"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김 모 씨가 "정동영 후보와 직접 통화를 했고, 정봉주 의원이 30억 원 플러스 알파를 주겠다고 협박범을 회유했다"고 주장하며 "사기꾼과 공조하다 못해 이제는 공갈 협박범과 공조하여 대선 정국을 어지럽히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거래설'의 근거로 전날 경찰에 체포된 김 씨와 한나라당 박정태 특보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는 박정태 특보와 김 씨가 지난 15일 저녁 서교동에 위치한 서교호텔 1215호실에서 나눈 대화 일부가 담겨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박 특보와 해당 동영상 CD를 두고 협상을 시도했고, 바로 뒤 이어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됐다.

한나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정봉주를 만난 게 악수를 둔거야"라며 정봉주 의원과의 만남 사실을 밝혔다.

그는 "애초부터 그런 게(이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는 얘기하는 동영상) 있었으면 정봉주가 분명히 샀을 것"이라며 "'설립했다'는 소리만 나오면 화면 딱 덮고 흥정을 했겠지. 우선 3개(30억)는 준다. 그리고 알파를 준다"라고 말해 협상 시도가 있었고, 그 시도가 불발에 그쳤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얘기를 듣던 박 특보가 "정봉주가 정말 30억이 있냐"고 묻자 "그건 모르지"라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준다고 그랬냐"라고 확인하자 김 씨는 "준다고 그랬다"고 답했다.

또 박 특보가 "정봉주 의원 몇 번 만났냐"라고 묻자 김 씨는 "난 한번 (만났다), 한번은 들려주고, 전화는 보좌관하고 계속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정 의원이 "'화면 가져와라. 저쪽(한나라당)하고 일체 접촉하지 마라. 그건 죽으러 가는 거다. 그쪽에서 많이 받을 자신 있으면 받아라. 근데, 돈 받는 순간 외국 나가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이회창 씨 쪽에서 사람이 왔었다"며 "김정술 씨가 와가지고 듣고만 갔다. 오늘까지 전화가 온다"고 이회창 후보 측과의 접촉 사실도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 녹취록과 관련해 "정봉주 의원은 의원직을 걸고 언제 어디서 협박범들과 몇 차례 통화하고 접촉했으며 대화내용이 무엇인지 즉각 밝혀야 한다"며 "정동영 후보도 협박범과 통화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해당 동영상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거래설' 등의 음모론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나,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이 없다"며 기존 해명을 되풀이 했다.

정봉주, "만난 사실 있으나, 협상한 적은 없다"

한나라당 측의 이 같은 '거래설' 의혹 제기에 대해 정봉주 의원은 "이명박 후보 BBK 관련 중요한 제보가 있다고 해서 지난 수요일(12일) 밤에 제보자들을 만났다"며 김 씨 등을 접촉한 사실 자체는 시인했다.

정 의원은 "그 때 당시 비디오는 없었고, 오디오 내용 일부를 들려줬다"며 "만나서 들은 내용은 오늘 공개된 내용이 아니고, 이제까지 갖고 있던 자료를 뛰어넘지 못하는 평이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분들이 100억원을 달라고 암시를 하길래 자료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파했다"며 "전화통화를 포함해 일체 협상하지 않았다"고 '동영상 CD'를 둘러싼 협상 의혹을 부인했다.

정 의원의 해명과 한나라당이 공개한 녹취록을 종합해 보면, 정 의원과 김 씨 등이 한 차례 접촉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또 김 씨 측에서 '오디오' 일부를 들려줬고, 협상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던 점도 양 측 진술에서 확인된다. 협상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가, 당시 김 씨 측에서 들려 준 오디오 자료가 오늘 공개된 것과 같은 '결정적'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점 역시 양 측의 설명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와 직접 통화', '정봉주 의원이 30억 원+알파 직접 제안' 등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결정적 의혹은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녹취록에서도 '누가 어디서 30억 원 제안을 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정 의원이 "전화통화를 포함해 일체 협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녹취록에는 "전화는 (정 의원) 보좌관하고 계속했다"는 김 씨의 발언이 적시되어 있어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같은 한나라당 측의 '거래설' 의혹 제기에 대해 정 의원은 "내가 공작원들과 협상한 내용이 나오고, 통화기록이 나오면 나는 의원직을 버리겠다"며 "이명박 후보도 본인이 약속한 대로 BBK와 관련된 것이 사실이라면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오히려 역공을 퍼부었다. 또 정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당의 마지막 필살기인 '이명박 동영상'으로 이 후보의 대세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아니면 '곁다리 진실공방'을 벌이는 사이 실체적 진실은 또 한번 뒷전으로 밀리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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