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UCC야"

[기자의눈] 이명박 동영상 박진영 텔미 누를까

올해 최고 인기의 인터넷 동영상은 '박진영 텔미'. daum은 어제 TV팟에서 '박진영 텔미'가 161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위는 심슨이 부른 '이효리 톡톡톡', '8주 몸만들기 대작전-무이태봉' 등도 대폭발이었다. 이명박 동영상이 이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까? 단정하기 어렵지만 순위 등극을 코앞에 두고 있지 않을까 싶다.

7년 전 (주)한국이미디어에서 일한 후 퇴직한 한 직원의 기억이 2007 대선 정국을 뒤흔드는 최대의 UCC로 되살아났다. 사장 여머시기는 테이프를 찾아냈고, 경남 창원에서 바이오업체를 하는 김머시기를 만나 문제를 상의하는데... '경제대통령'이나 '가족행복'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어떻게 돈을 챙길 것인가만 궁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을 접촉, 100억 원을 불렀다가 안 되자 하루 뒤 이회창 후보 측에 30억 원을 부르며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는 불발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신당의 손에 넘어간 UCC는 인터넷에 쫘악 퍼지고 말았다.

모두 경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조사 검토를 지시했고, 이명박 후보는 특검 수용 의사를 피력했다. 당선에, 지지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지 계량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건 당선 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특검에, 도덕성에, 정치공방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그에게 '경제를 살릴' 시간은 주어지지 않을 모양새다.

D-3, 이명박 후보를 휘청거리게 만든 이 UCC, 공직선거법 93조로, 82조 6으로, 정보통신망법 44조로 다 틀아막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뭐라고 했던가.. 선관위는 제17대 대선이 법이 지켜지는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위반 행위에 대한 예방활동으로 'UCC운용지침'을 배포한 바 있고, 선거일 전 180일부터 후보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 등을 배부.살포.상영.게시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하면 100만 원 이상의 벌금에 5년 이상 공직 진출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데... 이 선거법 위반으로 11월 29일 현재 경찰청 집계 1,224명(2002년 57명)이 입건 되었고, 중선관위도 10월까지 인터넷을 통한 선거법 위반 2만5,135건 적발, 6만여 건의 댓글과 UCC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네티즌에 대한 마구잡이 선거법 적용으로 UCC는 CCC에 밀려 당췌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그래서 UCC 1위에서 10위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UCC는 한 편도 없다.

한나라당은 에리카 김 인터뷰를 담은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KBS 시사기획 쌈'을 문제삼은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박영선 동영상, 김경준 모친 인터뷰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 유포한데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 비방죄, 탈법방법에 의한 영상물 유포죄를 들어 사이트 운영자, 포털, 보도 언론사, 읽어본 네티즌까지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의뢰하였고, 중선관위는 해당 동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파죽지세다.

현행 선거법의 수혜를 톡톡히 챙기며 대선 승리를 코앞에 둔 한나라당, 그러나 7년 전에 떠놓은 한 UCC가 이명박 캠프 특보의 훌륭한 신고정신, 고발정신과 함께 보수 대통령 만들기 10년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

여머시기와 그 일당은 말하자면 '저작권'을 따졌던 거다. 100억을 불렀다가 30억을 불렀다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지. 돈 욕심 버리고 인터넷에 뿌리겠다는 시민정신, 네티즌 정신 따위는 애시당초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이야.

이게 뭐야. 활개치는 네티즌들을 어떻게든 틀어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치적 흥정을 통해 저작권을 행사하려던 파렴치와, 고발정신에 투철한 미숙하기 짝이 없는 이명박 캠프의 똘마니들, 그리고 아무리 틀어막아도 막아도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공직선거법의 틈새, 이 트라이앵글이 만들어낸 정치UCC의 승리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다이내믹 대한민국.

통쾌하다. 바보들, 결국 문제는 UCC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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