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말이 다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사기꾼 김 경준에게 넘어갈 정도로 허술한 사람이 어떻게 대기업CEO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물론 대다수는 아니지만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성공신화 사기행각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
지난 16대 대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득표율은 48.9%였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득표율은 48.7%였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은 거의 비슷했다. 반수를 넘지 못한 것도 비슷한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나 이명박 당선자가 내세우는 실용정부나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한나라당은 노 정부를 가리켜 좌파정부라고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자유주의 좌파정권일 따름이다. 한나라당은 당연히 자유주의 우파 정권이다. 대선 전부터 노무현정권이 다음 총선을 위해 정치자금 5천억을 마련했다는 말이 솔솔솔 흘러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 고향에는 골프장 건설이 추진된다는 말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쌓아 놓은 재산이나 노무현 정권이 모아 놓은 정치자금이나 뭐 다를 게 있을까?
좀 더 본질적으로 볼 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나 노무현 대통령은 두 사람 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신좌유주의 좌파니,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니 하는 말들은 수사학에 불과하다. KT 구조조정 때 사외이사로 일했던 문국현 후보도 세련된 신자유주의자에 불과하다.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에 대한민국의 경제생태계는 거의 붕괴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신자유주의가 노골적으로 시행되면서 대한민국 경제생태계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지방분권이란 정부 축소, 시장 확대라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들 중 하나였지만 이 점은 가려진 채 시행되다가 전국의 투기장화가 촉진되고 말았다.
정권 말기에도 참여정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수순대로 경제자유지대(FEZ)를 두 세 곳 더 선정하려 하고 있다. 이강철 청와대 정책특보는 대구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덕수 총리에게 대구의 경제자유지대 선정을 건의했다. 참여정부 아래에서 은행은 외국계로 다 넘어 갔고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도 비정규직 법으로 과감하게 뒷받침해 주었다. 현재의 상상력으로는,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를 대대적으로 확산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명박 실용 정부가 뭐 새롭게 할 일이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생긴다.
위장전입.위장취업 등 16개의 법적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우뚝 서는 순간은 토목정권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가가 판을 깔아 주고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여 일시적으로 고용 창출을 하고 다시 노동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고 자본은 이 판에서 대대적인 이권을 챙기는, 말 그대로 국가와 자본이 노골적으로 공모하는 토목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토목정권의 탄생은 전제군주의 탄생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곁에서 지켜 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기대 보면 옆에서 말도 못 붙일 정도의 인물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다. 원시적 자본축적기의 전제군주 정도는 안 될지 모르겠지만 규제완화, 금산분리 등 이명박 식 밀어붙이기 신자유주의 정책이 휘몰아칠 것이다. 현대그룹에서 몸에 익힌 것이 그러한 조폭주의 아닌가. 현대그룹에 다니던 사람을 자식으로 둔 사람한테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현대그룹 자동차 정몽구 회장에게서 술 한 잔 받으려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조아린 채 받아 마셔야 한다는 말이 시중에 나도는 것도 앰한 말은 아닐 성 싶다.
▲ 이명박 당선자와 박근혜 후보가 당내 경선 중 나란히 앉은 장면 |
문제는,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이후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부패심리다. 대한민국의 인구를 대략 5천만 명으로 잡고 이번 대선 투표율을 감안하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표 숫자는 대략 1천3백만 표다. 이 표들 중 상당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통해 부동산 값 반등 내지는 상승을 바라는 표일 것이다. 결국 불법.편법.위법.탈법의 달인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부패심리에 길들여진 1천3백만 국민들 사이에 대선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각종 불법 거래 행위로 올린 집값, 땅값, 주식값에서 이득을 챙긴 집단이기주의가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나머지 3천7백만 대다수의 국민은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압승’ 운운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마음의 생태학이 붕괴한 집단이기주의자들, 혹은 사회적 특권층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끈끈이주걱이라는 강력한 접착제로 대한민국 전체를 부패구조로 형질 전환시킨 삼성재벌 등 ‘그들만의’ 승리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17대 대선을 통해 천3맥만 대 3천7백만으로 양극화되고 말았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 때문에 헌법개정 등 볼리바리안 혁명 추진에 제동이 걸린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따지고 보면 사회적 기득권 세력들에게만 계속 이권을 넘겨줄 토목정권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절반의 절반이라는 승리라는 한계를 아마도 현대에서 갈고 닦은 불도저 정신으로 밀어버리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실용정부의 앞날은 분명하다. 35%에 이르는 자영업자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고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미 노동자 평균 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 구조 속에서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 비참해질 것이고 이런 나라에서 애 낳는 것이 죄악이라고 하는 마당에 참여정부에서 그나마 신경 썼던 그 알량한 복지정책마저 물거품으로 변할 것이다. 이미 산업구조가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국민들 전체의 돈을 손아귀에 넣은 재벌-관료-정치꾼들의 동맹 속에서 국민들만 ‘피박’, ‘쪽박’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 뻔하다.
지금 대다수 민중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경제 성공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무슨 수로 7% 고성장을 유도할 수 있단 말인가? 대대적인 토목공사로 반짝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이명박 효과’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좌우 개념 없이 실용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이회창.박근혜 같은 극우정치세력보다는 나을 거라는 안심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부를 사유화하는데 있어서 누구보다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다. 대선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처가가 있는 대구에서 이미 요란스러운 소문이 들릴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그동안 국민에게 가르쳐준 것은 각종 선진사기행각으로 돈 벌고 성공하라는 것이었다. 강남 득표율이 60%에 이르듯이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표를 몰아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자칭 진보라 자처하는 정치세력의 눈에 띄는 몰락이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 총선에서도 반전되지 못할 것이다. 문국현 후보도 자기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라는 식의 독선과 오만을 끝내 버리지 못해 초창기 지지율 10%를 스스로 다 갉아먹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드라이브정책으로 이미 민중들의 삶 전체를 피폐하게 만든 상황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들의 대선승리라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태였다. 민노당 권 영길 후보도 문국현 후보와 정책이 비슷하다는 망언을 했으니 ‘자칭 좌파’의 입장 하나도 지키지 못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실용정부는 세계적인 정치경제, 군사적인 흐름 속에서 야기될 위기 대처 능력이 미약하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또 BBK 같은 대형사고를 칠지도 모른다. 이미 방향을 알 수 없는 수백 개의 금융지뢰가 전세계적으로 깔려 있는 마당에 10년 전의 IMF처럼 새로운 유형의 금융IMF가 터질지도 모른다. 유수한 경제CEO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응하는 ‘진정한 진보정치 세력의 공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이 토목정권, 윤리고 법이고 다 팽개친 채 돈 돈 하는 ‘돈정권’에 휘둘리고 만다면, 향후 대한민국은 어찌 될까? 정치경제 생태계의 붕괴, 사회생태계의 붕괴에 이어 대한반도 자체가 붕괴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이명박 실용 정부의 토목공사는 아마도 불도저의 폭력을 무릅쓰고라도 적어도 5년 동안 그 길을 대한반도에 닦아놓을 것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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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재 님은 대구가톨릭대 연구자로, 본 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