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 직무대행이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이른바 배타적지지 단체들의 힘을 빌려 분당으로 치닫고 있는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대규모 탈당이 이어지고 있고, 평등파의 대표선수격인 심상정, 노회찬 의원도 탈당 및 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분당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인천시당 소속 당원 등 집단탈당 이어져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소속 당원 134명은 14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노동자 서민의 희망일 수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도시 서민,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정치적으로 대변되고 풀뿌리 정치, 생활 정치를 인천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진보 정당의 길을 가고자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자주파를 겨냥해 "2004년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에서 민생정치는 실종되고, 무책임한 북한 추종 행위로 정체성을 상실했다"며 "정당 민주주의는 패권주의 횡포로 무너졌고, 당내 부정선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지난 대선에서 3%의 득표율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들의 냉혹하고 준엄한 심판이자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의 요구였다"며 "그러나 2월 3일 임시당대회는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에도 대선참패를 부정했고, 변화와 혁신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며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심상정-노회찬 '탈당 및 신당 창당' 합의
인천시당 외에도 이날 대구시당 소속 당원 250여 명도 탈당을 선언했다. 또 이에 앞서 전날에는 천안지역 당원 100여 명이 집단 탈당하는 등 탈당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미 탈당한 당원들 외에도 대구시당과 충남도당에서 대규모 추가 탈당이 예고되고 있어 이들 지역위원회는 사실상 와해 국면에 들어섰다.
한편, 전날 비공개 회동을 통해 탈당 및 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금명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평등파를 중심으로 한 탈당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전날 회동에 배석한 한 관계자는 "탈당 및 신당 창당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면서도 "큰 틀에서 탈당과 신당 창당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다"고 전했다.
천영세 "심상정-노회찬, 분열로 끝내면 안 된다"
한편, 집단 탈당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천영세 직무대행은 이날 민주노총, 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4개 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
천 직무대행은 이날 "혼신을 다해서 물신양면으로 함께해 온 민주노총, 전농을 비롯한 대중단체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이 땅의 모든 민중진영, 진보세력과 함께 손잡고 분당과 분열이 아닌 단결과 화합의 길로 굳건하게 나가겠다"고 배타적지지 단체들을 전면에 내세워 현재의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천 직무대행은 당 안팎에서 분당 주장이 분출하던 지난 1월에도 "민주노동당을 배타적 지지해준 민주노총, 전농, 전국빈민연합 동지들은 강 건너 불 보듯 민주노동당을 보지 말아 달라"고 이들 단체에 도움을 호소한 바 있다.
한편, 천 직무대행은 이날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탈당 및 신당 창당 합의 소식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이 두 의원에게 부여해 준 임무를 분열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전농 등 "단결과 소통을 거부하는 행위 용납될 수 없어"
이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등 4개 단체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거듭 "단결"을 강조했다.
이들은 간담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민주노동당은 안팎의 심각한 내홍과 분열책동에 휩싸인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4개 단체는 당이 곧 지혜롭게 상황을 수습해 나갈 것을 믿으며, 이를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여 당을 사수하고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당의 단결과 소통을 거부하는 행위나 그를 부추기는 외부의 시도는 진보정치를 열망하는 민중의 열망과 우리사회의 변혁을 가로막는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탈당 및 신당 창당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두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어 이들의 의지대로 민주노동당이 현재의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빈민 대중조직인 전국빈민연합은 불참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빈민연합 관계자는 "조직 내부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배타적지지 단체들만이 모인 간담회 참석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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