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총선 전 임시정당 창당할 것”

심상정-노회찬 진두지휘로 민노 분당 가속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17일 “민주노동당을 떠나 진보신당의 새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며 탈당과 진보신당 창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의 민주노동당 틀로는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데 한계에 다다랐음을 고통스럽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창당 시기에 대해서는 “이명박정권에 맞설 진보 진지 구축을 위해 진보신당건설을위한연대회의(진보신당연대회의)를 제안한다”며 “총선 전 연대회의 형태로 법적 창당하고, 총선 이후 실질적 의미의 창당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평등파 핵심 인사들과의 회동에서 창당 시점과 관련해 4월 총선 전이냐 후냐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을 ‘총선 전 임시 창당-총선 후 정식 창당’의 2단계 창당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평등파를 중심으로 한 분당 추진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탈당을 선언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참세상 자료사진

“민주노동당 싸워 이길 대상 아니다..평등파도 반성해야”

심상정 의원은 “지금 우리 진보에게 필요한 것은 비를 피할 당장의 오막살이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와 눈을 기꺼이 맞아가며 단단하고 건실한 살림집을 세워 올리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맞서는 길이며,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는 민주노동당의 낡은 틀을 버리자는 것이지, 그동안 민주노동당으로 모아졌던 진보정치의 성과와 열정까지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저는 민주노동당에 맞서고, 민주노동당을 이기는 데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분당 추진이 정파 갈등으로만 비쳐지는 것을 불식시키려는 뜻으로 보인다.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동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진보정치의 길로 나서고자 하는 분들은 모두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조승수 전 의원 등이 이끄는 ‘새로운진보정당운동’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민주노동당의 실패는 자주파만의 실패가 아니라 신당으로 나서고자 하는 당 동지들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평등파는 민주노동당 실패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진보신당은 역사적으로 민주노동당 시대를 넘어서는,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믿음직한 신당이 되어야 하며, 총선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노동당보다 폭넓은 성찰과 함께 시민운동진영 및 진보진영과 진보의 가치와 주체, 실천방법 등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출범할 신당이 ‘평등파 정당’ ‘민주노동당 잔당세력’에 머무르지 않기 위한 원칙과 전략 제시다.

심상정 의원은 “올해 총선에서 진보신당연대회의 이름을 걸고 출마할 것”이라며 “비례대표 후보는 비상대책위원장에 있을 당시 하려고 했던 원칙과 방향에 부합해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외부 진보진영 내 명망이 높은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그는 자신이 비례대표로 지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지역구(고양덕양갑) 출마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심상정 의원은 노회찬 의원과 함께 20일 진보신당연대회의의 구체적인 틀을 확정, 발표하고 24일 대토론회에서 연대회의 구성을 공동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심 의원과 노 의원이 직접 각계각층의 진보인사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진보신당연대회의 출범 시기는 총선 후보 등록일인 3월 25일 이전까지 정당 등록을 해야 하는 정당법상 일정을 감안해 3월 중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총선에서 2% 이상의 득표율을 얻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아직 제가 구상하는 연대회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지 미지수”라며 “시간도 촉박하고 짧은 시간 내에 구성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보겠다”고만 밝혔다.

‘전진’ 탈당-신당 창당 결정..민주노총 분열 가속화될 듯

앞서 16일 평등파 내 최대 정파인 ‘전진’은 총회를 열고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총선 전 진보신당 창당에 모든 노력을 다 한다 △지역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창당을 추진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당파 모임인 ‘새로운진보정당운동’도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총선 전 신당 창당에 합의할 경우 1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조직을 해산하고 창당에 합류한다는 방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상정 의원이 ‘총선 전 창당’에 방점을 찍은 구상을 밝힌 만큼 평등파 진영은 신당 창당을 위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진 내부에는 민주노총 중앙파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만큼, 자주파 성향의 민주노총 국민파와 평등파 성향의 민주노총 중앙파 간 분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앙파로 알려진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필두로 전현직 간부들이 금명간 탈당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이 분열되면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사실상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3%의 대선 결과에서 이미 조합원들에게 부정됐다”면서 “현재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철회 움직임은 진보정치와 노동정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올바른 노동정치, 진보정치의 길에 노동자들이 주체적이고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상정 의원은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태안주민지원특별법 등 현안 대응을 위해 2월 임시국회 이후 탈당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은 “노회찬 의원도 행보를 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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