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선봉으로 분당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천영세 민주노동당 직무대행이 17일 민주노총 등 지지 단체와의 결속력 강화를 뼈대로 하는 당 혁신 및 재창당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천영세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최순영 집행위원장, 이영순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9일 당 수습 방안을 마련할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안건을 공개했다. 그는 “19일 중앙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세우고, 비대위 내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당명 개정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재구성하고 재창당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혁신안, 일심회 관련자 제명 조치만 삭제
천영세 직무대행은 “지난 2월 3일 대의원대회 파행은 대결적 입장에서 편향적 혁신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전체 대의원의 총의를 모으지 못한 것”이라고 과거 심상정 비대위를 비판하며, “총선 일정을 고려해 우선 혁신과 재창당 방향에 대해서만 당원들의 총의를 모은 뒤 총선 이후 전당적 토론을 거쳐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당 혁신안은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조치 등 ‘편향적 친북행위’ 관련 안건이 삭제된 것만 제외하고 과거 심상정 비대위가 제출했던 안건과 대부분 동일하다.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천영세 직무대행은 “심상정 비대위가 처음에는 ‘종북주의’라고 하다가 ‘편향적 친북행위’라고 표현을 바꿨는데 의미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지난 당대회에서 처리된 부분이기 때문에 중앙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단 “일심회 관련자 최기영, 이정훈 두 당원은 당기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당헌당규 위반이 밝혀질 경우 엄중한 처벌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후 유사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의견 수렴을 거쳐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면 위기 수습안에서는 비대위가 탈당 선언을 한 당직자에 대해 권한을 정지시키는 조치를 내릴 것을 명시했다.
천영세 직무대행은 “진보정당 운동을 하는 진보정치인으로서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탈당 절차를 밟지 않고 당적을 유지하는 모습은 신사답지 못하다”고 탈당 선언을 한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겨냥했다.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한 심상정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을 실망시키고 분열과 분당 결말에 이르게 한 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도 “다시 함께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선 비례후보 1~6번까지 전략공천..지역구에도 적용
재창당 안은 “민주노동당은 정통성 있는 유일 진보야당”임을 서두로 내세우며 △진보의 가치와 외연 확대 △당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당을 대중화 △노동자-농민-빈민 조직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 등을 포함했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지지 단체와의 단결과 연대 강화를 혁신 방안으로 주장했던 자주파의 입장을 전폭 수용한 것이다.
당과 대중단체 간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요 선거에서 ‘개방형 경선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항목도 포함됐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시기 자주파는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투표 참여를 허용하는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강력 주장했으나, 평등파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천영세 직무대행은 “개방형 경선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뜨거운 감자였는데 재창당에 있어 가장 크게 민주노동당이 비중을 둬야할 것 중 하나”라면서 “지난 창당 이후 8년간 민주노동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닫힌 정당, 폐쇄적인 정당이라는 점이다. 진성당원제 정신을 잘 살리면서도 비당원인 일반 대중이 쉽게 당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연대 방안에 대해서는 ‘민주노총과의 전략적 연대 강화’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심상정 비대위가 제시했던 혁신안 중 민주노총의 반발을 샀던 ‘노동할당제 내 비정규직 비율 확대’는 삭제됐다. 이에 대해 천영세 직무대행은 “신축적인 운영은 열어놓고 논의하면 가능하다”며 피해나갔다.
총선 전략으로는 비례대표 후보뿐만 아니라 지역구 후보까지 전략공천을 확대하기로 했다. 천영세 직무대행은 “비례대표 1~6번에 한해 비대위가 직접 전략공천 명부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전농을 포함해 민중 진영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진보 가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강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심상정 비대위 총사퇴 이후 거취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진 최순영 집행위원장은 “저는 창당 멤버가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가치와 제 삶의 가치가 맞아서 입당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진보정당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날 당 사수 입장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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