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아름다운 새들과 같이 공존할 수는 없을까?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48) - 떼죽음 당한 가창오리떼와 다시 찾아온 황새들

  2008년 2월 24일, 김제시 봉남면 제내마을내 저수지에서 떼죽음 당한 가창오리가 고무보트에 실려 있는 모습

지난 2월 24일(일), 전날에 떼죽음 당한 가창오리떼를 확인하고 줄포만 갯벌에서 올 겨울을 나고 있는 황새가 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먼저 오후 1시 40분경 김제시 봉남면 제내마을 내 저수지에 도착했다. 원평 버스터미널에서 줄포만 갯벌 보존운동을 하고 있는 분을 만나 이동을 했다. 트럭을 타고 도착한 제내마을 내 저수지엔 갈색으로 변한 ‘줄’과 ‘연’, 잎이 떨어진 버드나무가 있었다.

한쪽 제방을 돌아가면서 죽은 새들을 찾았다. 어느 정도 지나자, 저수지 안쪽으로 10m 떨어진 지점에 새 몇 마리가 죽어 있었다. 망원경으로 보니 가창오리다. 망원경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10마리나 되었다. 제방 쪽으로는 낚시꾼 10여 명이 흩어진 채 앉아있었다.

“며칠 전부터 가창오리떼가 새까맣게 저수지를 뒤덮었다”

  아직 살아있는 가창오리를 잡아서 보여주는 주민
멀리 아래쪽 제방에서 두 사람이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면서 저수지 안쪽으로 들어왔다. 갈고리와 맨손으로 죽은 새를 한 마리씩 들어 올려 배안에 실었다.

잠시 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전북지회 박선화 지회장을 비롯해 소속 회원 10여 명이 차량에서 내려 다가왔다.

박 지회장은 “어제 낚시꾼으로부터 새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연락이 와서 오후부터 밤새도록 잠복근무를 하고 잠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누군가 독극물이 묻은 볍씨를 뿌려 놓아 이를 새들이 먹고 죽은 것 같다”며 “어제 저녁부터 잠복근무를 했지만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혹시 다른 저수지들도 죽은 새들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냐고 물었으나, 자세한 조사는 안했다고 했다. 대규모 가창오리떼가 있는 고창군 흥덕면 동림저수지와 김제시 만경읍 능제에서는 어떤 문제가 없는지 궁금했다.

전주지방환경관리청 직원도 한쪽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어 다가가자, 잠시 후 “오전에 와서 죽은 새들을 확인했다. 독극물에 의해 죽은 것 같다”며 “역학분석을 위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국립환경연구원 등 두 군데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가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역학분석을 의뢰하고 싶은데 허가해 줄 수 있냐고 물었으나 허가해 주지 않았다.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사체 한 마리도 환경부에 허가를 받고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떼죽음 당한 가창오리떼가 자루에 담겨진 모습
고무보트가 제방 쪽으로 되돌아 나오기 시작했다. 급히 제방 쪽으로 가려는데 비료봉투에 죽은 가창오리 암컷 한 마리가 있어 이를 들고 제방 쪽으로 이동을 했다. 제방에 도착하니, 커다란 자루에 두 마리씩을 세면서 담고 있었다.

협회 회원이 “모두 151마리다. 오전에 죽은 새 112마리를 수거했으니, 총 263마리”라고 말했다. 자루에 감겨진 새가 세 자루나 되었다. 상당히 많은 개체수다.

그러는 와중에 옆에 있는 창포원 주인이라는 분이 다가오더니 “며칠 전부터 가창오리떼가 새까맣게 저수지를 뒤덮었다”면서 살아있는 수컷 한 마리를 잡아왔다며 풀어 놓았다. 그런데 잘 날아가지도 못하고 바로 앞 저수지 가장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자루에 죽은 새들을 담고 있던 협회 회원이 다시 잡아왔다. 죽은 새 263마리와 살아있는 총 4마리를 환경청 직원이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에 맡겼다.

  정읍시 신태인읍 주변의 어느 저수지에서 확인한 가창오리떼

부안 줄포만 갯벌, 정읍 신태인 저수지, 고창 동림 저수지

줄포만 갯벌로 이동하는 길에 몇몇 저수지에 죽은 새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하고 차로 이동을 시작했다. 먼저 감곡면 계룡리의 한 저수지는 낚시꾼 한명과 몇몇 어린이들이 보일 뿐 죽은 새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신태인 방향으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 하늘을 보니, 1천 마리의 새 무리가 남동쪽 방향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50여 마리의 기러기떼도 날아왔다. 낮 시간에 이동하는 경우는 드문데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새들을 주시하면서 이동을 했다.

길에서 5m 떨어진 저수지에 내려앉았다. 이미 그곳엔 새들이 수면을 가득히 뒤덮고 있었다. 저수지 근처로 이동을 해서 확인을 해보니, 3만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청둥오리도 100여 마리나 되었다.

  부안군 줄포만 갯벌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큰고니떼

다시 동림 저수지 방향으로 향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동림 저수지를 바라보니 엄청난 가창오리떼가 수면을 뒤덮고 있었다. 전체를 대충 어림잡아 보니, 15만 마리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큰기러기도 1천여 마리나 되었다. 어두워질 때 다시 오기로 하고, 만조시간을 맞추어 줄포만 갯벌로 이동을 했다.

지난해 12월 25일에 황새 10마리를 발견한 후 그동안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고 확인해 왔었다. 12월 27일 KBS 환경스페셜 제작팀이 황새 촬영을 안내했을 때는 9마리였다. 다음 날인 12월 28일엔 황새 10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 60마리를 확인했었다.

지난주 수요일인 2월 20일 오후10시엔 45분 동안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에서 ‘종복원 프로젝트, 50년의 약속’이라는 방송을 통해 방영되었다. 방송 이후 황새에게는 무슨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은 것이다.

줄포 갈대공원 옆에 있는 제방 쪽에서 갯벌을 바라보면서 새들을 확인해 보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큰고니가 보였다. 시간이 없어 큰고니만 세어 보니 108마리였다.

  줄포만 갯벌에서 바라본 낙조
더 찾아보았더니 멀리 양식장 앞 갯벌에 6마리가 보였다. 예전에 관찰하던 장소로 이동을 했다.

하지만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에 보았던 6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댕기물떼새 26마리가 양식장 안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해가 서쪽하늘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어 내고,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가창오리떼를 보기 위해 동림 저수지 방향으로 이동을 했다. 상당히 어두워져 새들이 이미 먹이를 먹으러 이동했을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가보기로 하고 이동을 했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지면서 동림 저수지에 새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어쩔수 없이 포기를 하고, 고창군 흥덕 버스 터미널에서 7시 21분에 정읍을 거쳐 전주로 향하는 직행버스를 탔다.

담당기관들이 이들 종들의 보호와 함께 이들이 다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종 보존과 서식지를 잘 보호 관리하고,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현명한 습지 이용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기대하면서 전주로 향했다.

가창오리 (Anas formosa Baikal Teal)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 확인한 가창오리떼
중국과 러시아의 경계인 시베리아 동부의 아무르강 습지대 등에서 주로 번식하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개체수가 한국으로 내려와 월동을 한다. 10월 초순경에 천수만에 도착하기 시작해 12월이나 1월경에 최대 집단을 이룬다.

IUCN과 ICBP 등에서 멸종위기 종으로 적색목록에 기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보호대상종으로 지정하였다.

이 종은 동북아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번식하고 있는 종으로서 올해 겨울도 서산AB지구, 금강호, 김제시 만경강 화포지역, 동림 저수지, 김제 능제 등에서 1십만 이상의 대규모의 개체수가 월동을 하고 있었다.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넓은 갯벌에 서식하기도 한다.

개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65만 마리나 되었다고 한다. 얼굴에는 노란색과 녹색이 태극무늬처럼 보여 ‘태극오리’로 부르기도 한다.

주로 낮에는 저수지나 호수 수면에서 휴식을 취하고, 노을이 질 때면 수면에 앉아 있던 가창오리떼 전체가 떼를 지어 한꺼번에 떠올라 군무를 펼치다가 주변 농경지로 흩어져 이동을 해서 먹이를 먹는다. 그런 다음 아침 해가 뜰 때면 다시 담수호로 이동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쇠오리와 마찬가지로 몸길이가 40cm로서 비교적 작은 새다. 겁이 많아 주변 위협으로부터 상당히 잘 반응을 한다. 그래서 야행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간척사업 등 담수호 조성과 넓은 농경지가 생기면 가창오리의 개체수 증가에 도움이 되다고 볼 수 있으나, 한곳에 무리지어 살기 때문에 전염병이 걸리면 한꺼번에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개체수에도 불구하고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많은 개체수가 무리지어 있는 상태에서 소리를 낼 때면 ‘척척척’하는 기차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담수호에 무리지어 있을 때면 가장자리에서 떠올라 자꾸 무리 안쪽으로 파고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간혹 황조롱이나 매가 날 때면 한꺼번에 물을 박차고 떠오르기도 한다.

월동지인 우리나라에서는 군집성을 띠나, 번식지에서 흩어져서 살기 때문에 둥지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2월 중부터 3월 중순까지는 7천km나 떨어진 번식지로 날아가서 번식을 하기 위해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한다. 많은 먹이를 먹기 위해서 낮에도 논경지로 이동을 해서 볍씨를 먹는 경우도 많다.

황새 (Ciconia boyciana Oriental White Stork)

가창오리와 마찬가지로 아무르강 습지대에서 주로 번식하며, 기온이 내려가면 월동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해 관리해 오고 있다. 이 종은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번식을 해서 텃새였으나, 1970년대 이후로는 멸종되어 볼 수가 없었다.

  2007년 12월 27일, 줄포만갯벌의 하늘을 나는 황새

1990년대 후반부터 겨울철 월동을 위해 찾아오는 몇 마리씩이 발견되었다. 월동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갯벌과 강하구, 양식장에서 풀망둥어와 작은 물고기, 새우를 먹기도 하고, 논경지에서 미꾸라지를 먹이로 하기도 한다.

황새는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는 벙어리새다. 부부끼리 정을 나누거나 수컷끼리 영역다툼을 할 때 소리를 내는데, 목을 뒤로 접고 부리를 부딪쳐서 '따따딱' 소리를 낸다. 일반 사람들은 가끔 외가리나 두루미를 보고 황새라고 잘못 보는 경우도 있다. 날 때는 두루미, 저어새처럼 목과 다리를 일직선으로 길게 늘어뜨린다.

그동안 본인이 직접 확인한 바로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월동한 곳으로는 서산AB지구 1마리, 만경강 하구 2마리, 동진강 하구 1마리, 줄포만 갯벌 10마리였다. 전북지역에서 황새를 직접 발견하거나 조사한 적이 있었다.

1999년 12월에 만경강 하구에서 9마리(당시 전주KBS 방영), 2002년 겨울에 익산시 만성면에서 11마리(당시 지역방송 방영), 2006년 11월 6일 만경강 하구에서 1마리(사진 촬영), 줄포만 갯벌에서 2007년 1월 4일엔 두 마리(부안독립신문 보도)와 1월 중순엔 7마리를 발견했던 적이 있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센터에서 황새복원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나, 자연 상태로 방사하는 복원이 아직은 어려운 상태다. 번식지와 월동지의 습지가 건조해지거나 매립되고 오염이 되면서 더욱 위협에 처해 있어 보호대책이 요구된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