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조직적으로 지지했던 전국빈민연합(전빈련)이 지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와 함께 김흥현 전빈련 상임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이 지난 29일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2일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추진하는 진보신당 발기인으로 합류했다. 민주노동당 분당이 지지 대중단체들의 분열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지지 철회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단체는 전빈련이 처음이다.
“노동, 농민에 비해 빈민은 찬밥 신세”
전빈련은 오는 12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다양한 진보정당 및 정치세력화에 적극적으로 결합한다’는 내용의 총선 방침을 논의한다. 지난 2005년 ‘민주노동당을 통해 진보정치를 실현한다’는 배타적 지지 결정을 뒤집는 것이다.
앞서 26일 전빈련 산하 조직인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은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철회와 다양한 진보정당 운동과의 결합을 결정한 바 있다. “전빈련 중앙위원의 대다수가 전노련 소속이기 때문에 12일 회의는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빈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흥현 상임의장은 ‘참세상’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패권주의였다. 지금 불거지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불거질 문제였다”며 “이렇게 된 마당에 단단해지자는 얘기다. 민주노동당의 불안한 동거는 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동당과 그간 연대해오며 아쉽고 불만스러운 부분들이 존재했다”며 “민주노동당에서 노동, 농민에 비해 빈민은 찬밥 취급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의 요구는 번번이 무시당했다”고 토로했다.
김흥현 의장은 “대선 시기 민주노동당이 빈곤 문제 해결을 뒷전이고 통일 공약인 ‘코리아연방공화국’ 논쟁에만 소진하는 것을 보며 조직 내부에서 지지 방침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며 “민주노동당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타적 지지를 계속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입장과 요구를 묵살하게 되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전빈련은 지난 2월 3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심상정 비상대책위가 제출한 혁신안이 부결된 이후 지지 철회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지 철회가 민주노동당을 적대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민주노동당만 가지고는 선거 시기 빈민의 요구를 관철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지 범위를 열어놓자는 것”이라고 김흥현 의장은 말했다.
그는 “진보신당이 아직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조직적인 지지를 끌어내기에 무리가 있다”며 “지도부가 진보신당에 참여하는 것은 조직적 지지를 위한 단계적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전빈련의 지지 철회에 대해 “진보신당에 가서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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