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자주파와 공조해 일심회 관련자 제명안 부결과 심상정 비상대책위 총사퇴를 이끌었던 평등파 성향 정파 ‘다함께’가 천영세 비대위에 대한 정면 공격에 나섰다. 다함께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비례대표 1번 곽정숙 후보의 대선 시기 정동영 지지 전력 등을 문제 삼으며 “천영세 비대위가 비례후보 전략명부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종의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해 집단 탈당을 시사했다.
“‘묻지마 외연확대’ 받아들일 수 없다”
다함께는 “민주노동당을 더 우측으로 이끌려던 인사들이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드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항 투쟁과 급진적 대안 제시에 나서야 할 민주노동당도 더 우측으로 이동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함께는 “천영세 비대위가 전략공천한 비례후보 1번 곽정숙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 상임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며 “비례후보 2번 홍희덕 전국민주연합노조는 의정부시 시설관리공단 간부진과 ‘노사화합선언’을 맺었고, 3번 이정희 변호사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후보를 지지했다”고 문제 제기했다.
이들은 “지도부는 ‘외연 확대’라고 정당화했지만 외연 확대도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해야 한다”며 “자유주의적 자본가당을 지지했던 사람을 별다른 해명도 없이 노동자당의 후보로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천영세 비대위가 노동자 민중 운동의 대표적 인사들을 전략공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의문스럽다”면서 “김경욱 이랜드노조 위원장 공천이 좌초된 일은 결국 특정 정파 후보에게 자리를 주기 위한 것 아니었냐”고 의혹을 품었다. 홍희덕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 국민파(NL) 계열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다함께는 “자주파의 패권주의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있었음에도 자주파 인사들 다수가 버젓이 비례후보로 출마한 것도 당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다함께 소속 김인식 민주노동당 중구위원장은 “단결도 중요하지만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동영을 지지하고 노사화합을 선언한 후보를 단결의 이름으로 수용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에 인재 풀이 부족했던 조건이 있었지만, 정 없으면 당내 인사라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식 중구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며 “지도부가 수습할 수 있는 시한은 전략명부에 대한 표결이 들어가기 전인 이번 주까지”라고 말했다. 그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탈당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닫아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시됐던 후보들을 적극 방어해왔던 천영세 지도부가 이제와 전략명부를 수정하는 것도 명분이 서지 않는 데다, 당원 투표에서 소수 정파인 다함께가 비토권을 행사하더라도 전략명부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다함께도 사실상 탈당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