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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 울음

[해방을향한인티파다](55) - 미국, 이라크, 5년

지난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그림 전시회에 갔었습니다. 음악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예술이란 것은 저를 다르게 생각케 하고, 상상하게 하고, 때론 정신을 맑게 하는 것 같아 좋습니다. 낯설지도 익숙지도 않은 사람과 함께 그림을 보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았구요.
  케테 콜비츠, [죽은 아이를 안은 여인], 1903년

돌아오는 길에 뭔가 부족하고, 뭔가 좀 더 가슴을 채우고 싶어 책방에 들러 케테 콜비츠의 작품집을 샀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곧 마음에 들어온 작품이 1903년 만들었다는 [죽은 아이를 안은 여인]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봄 같지도 않고 겨울 같지도 않던 일요일 날 왜 그리 맘이 멍하던지.......

그리고 이제 곧 아침이 밝아옵니다.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하루겠지요. 저는 새로 맡게 된 일을 하러 익숙지도 낯설지도 않은 곳으로 갈 거구요. 그런데 아직도 가슴이 멍해서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싶습니다.

그림 하나에 이리 가슴이 멍한 건 며칠 있으면 미국이 ‘다시’ 이라크를 공격하기 시작한 지 꼭 5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겠지요.

3-2-0,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숫자이고 그저 스쳐 지나도 그만인 날일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때마다 찾아오는 전염병 마냥, 가슴이 먹먹해지고 가만히 길을 걷다가도 눈물이 나고 인간의 분노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은 날이겠지요. 해가 찾아오는 동쪽의 나라에서 5월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림을 다시 보며 우리가 저 사람에게 뭔가 말을 하고, 뭔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뭐라도, 뭐라도, 차라리 관심 없다고 하더라도.


에미 울음
- 미국, 이라크, 5년

아이고 내 새끼 내 새끼야 할매가 소리 내니
니가 먼 죄 지었다고 난리통에 이리 먼저 가냐 싶어 울고

동네 남정네들 관을 메고 집 나서니
에미 에미 여기 있다 에미 두고 어델 가냐 아이고 내 새끼야 싶어 울고

죽은 자슥 앞세우고 동네 어귀 넘어가니
어제도 해 진다 오라케도 오지 않고 여서 동무들과 놀더니 싶어 울고

깊이 팔 것도 없는 땅에 여린 몸뚱이를 내리고 보니
니가 살먼 얼매나 살았다고 이리 먼저 땅에 눕나 싶어 울고

해 빠진다 집에 가자는 손에 끌려 걸음을 돌려 보니
아이고 자식 새끼 예다 두고 에미 혼자 집에 간다 싶어 울고

그래도 산 새끼 생각하자 싶어 밥 한술 삼켜보니
새끼 먼저 보낸 년이 목구녕에 밥이 넘어가냐 싶어 울고

몸 축난다 눕히는 통에 자리에 누워보니
모진 에미 잠든 새에 내 새끼 저 문 열고 들어오면 어쩔까 싶어 울고

잠이라도 잔 것인지 아침이다 싶어 눈 떠보니
깨우고 멕일 자식이 인자는 둘 밖에 없나 싶어 울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않던 남편이 죽이라고 끓여오니
자식 먼저 보낸 덕에 에미가 이리도 호강한다 싶어 울고

창 밖에 미군 탱크 지나는 소리 들려오니
칼이라도 들까 싶다가도 남은 새끼들 해꼬지 할까 싶어 울고

그것도 세월이라고 그리 며칠 가고 나니
인자는 헬로 헬로 소리만 들려도 눈에 핏발이 섭디다 그려


  케테 콜비츠, [자식의 죽음], 19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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