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강력범죄 양극화가 주범

[칼럼] 원인은 놔두고 대증요법만 부추기는 정권과 언론

나는 추호도 어린이 성범죄자를 두둔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원인은 놔두고 대증요법만 부추기는 정권과 언론의 침소봉대에 참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는 61살 노인이 어린이 성범죄로 복역하다가 출감한지 45일만에 다시 5살 어린이를 납치, 성폭행했다. 이 노인은 지난 75년, 85년, 89년 성기 노출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고 18년만에 풀려났다.

집권 초기의 사르코지는 발끈했다. 국무회의에서 “여러 번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27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18년만에 풀려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경 조치들을 내놓는다. 사르코지는 대책을 내놓기 전 피해 어린이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부터 만나 어린이 상태를 걱정했다. 사르코지는 깜짝 방문에서 “내 가족이 당한 것처럼 느끼고 대응하겠다”며 당장 장관들을 불러모아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어린이 성범죄자는 △ 형기를 마쳐도 의사의 판단으로 석방치 않고 교도소 병원에 수용해 치료하거나 △ 상습범은 조기석방에서 제외해 본인 동의받아 성적 욕구를 떨어뜨리는 약을 처방하는 화학적 거세시키고 △ 치료 뒤 풀려나도 전자팔찌를 채운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벌어지는 어린이 관련 사건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것과 너무도 닮았다. 프랑스에 사는 내 친구는 문제 해결엔 아무 도움도 안됐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포퓰리즘도, 대증요법도 모두 사르코지를 닮았다. 그런 대증요법을 부추기는 언론도 한몫 했다. 우리 언론은 ‘휴대전화 호신용으로’(조선일보 3일자 10면 사진기사), ‘CCTV 추가설치’(국민일보), ‘혜진.예슬법 만든다’(문화일보) 등으로 호들갑떤다. 피의자 정씨집에서 예슬이집까지 30m니, 40m니 하면서 줄자 재기에 바빴다. 급기야 조선일보는 3일자 3면을 모두 채운 “흉악범 인권이 재범방지보다 우선인가”란 특별기획에서 대중적 관심 사건은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밝히자며 논쟁을 또 이상한 골목으로 몰았다. 조선일보에게 한 번 물어보자. 범인 이름 밝히면 이런 사건이 줄어들까.

프랑스 60대 범인은 석방 한 달 전부터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감옥에서 처방받았지만 처방을 한 의사조차 그가 어린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공공행정의 소통부재가 더 큰 문제였다. 오늘 한국 역시 프랑스처럼 코끼리 다리나 만지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 납치사건의 근본원인은 뭘까. 피의자의 공통점을 모아보면 쉽게 보인다. 혜진이 예슬이 살해 피의자 정씨는 39살, 일산 초등학생 사건의 피의자 이씨와 또다른 서울 모 초등학생 피의자 김씨는 41살, 부산 장림동 사건의 피의자 김씨는 48살, 서귀포 사건의 달아난 괴한은 30대로 추정된다. 모두 한창 일할 나이의 30-40대다. 이들의 직업은 어떤가. 정씨는 전문대 컴퓨터 관련학과를 나와 용산에서 PC조립회사를 하다가 실패해 대리운전을 하면서 다세대주택의 반지하 셋방에 살았다. 일산 사건의 이씨와 또다른 서울의 피의자 김씨는 둘 다 일용직이다. 피의자 거주지와 사건장소는 서귀포를 빼면 모두 대도시다. 특이하게도 이런 사건은 강원도 인제군이나 경상도 산청군 같은 곳에선 안 일어난다. 이런 시골에선 인적도 드물어 범행도 더 쉬운데.

대도시의 잘 발달된 서비스업종의 이면을 벗기면 사건의 원인은 짐작 간다. 대도시 서비스 노동자들은 남들 다 자는 밤에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 그 노동은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그 노동은 대개 대도시 졸부들의 가랑이 사이를 긴다. 전문가들 용어로 ‘감정노동’이라 한다. 도시의 이런 서비스 노동은 인간에게 꿈을 앗아갔다. 아무리 일해도 가난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우석훈이 쓴 ‘88만원 세대’는 지나치게 청년들에게 쏠려있다. 40대, 50대, 60대 서비스 노동자들은 “88만원이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반문한다. 절망의 끝에서 사람들은 극단으로 내몰린다. 중견 배우 이문식이 나온 ‘마을금고 연쇄 습격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덧붙이는 말

이정호 님은 전국공공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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