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1년, 잊혀진 2년의 기억

[총선에 불만 이슈] 18대 총선, 그 흔적도 희미한 한미FTA

지난 2일은 한미FTA가 타결된 지 1년이 된 날이었다. 14개월을 끌어온 한미FTA 협상이 2006년 4월 2일 공식 타결된 이후 국회 비준을 놓고 1년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2년이 넘는 시간이다. 정책이 실종되었다는 18대 총선, 한미FTA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미FTA, 국회 비준 양국 모두 난항

정부는 오는 5월 말까지로 되어 있는 17대 국회의원의 임기 중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자유무혁협정 교섭대표는 한미FTA 타결 1년을 맞아 “한미FTA 비준 동의안이 5월 말 임기가 끝나는 17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고 정부도 노력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오는 18~19일, 양일 동안 미국을 방문해 한미FTA 국회 비준 조속 처리를 약속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17대 국회에서의 처리는 불투명하다. 총선 이후 18대 국회 구성으로 바쁜 와중에 17대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비준 동의안이 18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18대 국회는 비준안 상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의 상황만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은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이 제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한미FTA를 사실상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 의회는 한미FTA의 선결 조건으로 쇠고기 완전 개방을 내걸고 있어 이 문제도 쉽지 않은 조건이다.

한미FTA, 마지막 공은 국회에... 거대 정당은 “조속 처리” 한 목소리

한미FTA는 상품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 경쟁, 지재권, 정부조달, 노동, 환경 등 무역 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을 흔들어 놓을 포괄적인 FTA다. 미국은 한미FTA를 통해 WTO 및 국제사회에서 관철시키지 못했던 숙원을 대부분 관철시켜 낸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공공영역 등 모든 산업과 영역에 걸쳐 강력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으며, 정부도 손해를 봤다고 인정하고 있는 농업뿐 아니라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자동차, 섬유 분야도 노동자들에게는 가격우위를 위한 구조조정만이 남았을 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재계는 여전히 “우리가 먼저 비준안을 통과시켜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논리로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여전히 한미FTA의 마지막 공은 국회에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8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에서 한미FTA는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한미FTA 국회 비준 처리를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를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국회 비준 조속 처리”를 공히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FTA가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진보정당들, 원칙적 반대는 있으되 장기적 계획 불투명

그렇다면 진보 정당들은 어떨까. 민주노동당은 4대 과제 중 하나로 ‘한미FTA 국회 청문회 개최와 비준저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진보신당은 ‘한미FTA 백지화와 동아시아 연대협력협정 체결’을 공약으로 밝히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원칙적인 입장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신당이 대안으로 동아시아 연대협력협정 체결을 제시했지만 이는 한미FTA 반대 진영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이라 이후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류미경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은 “한미FTA 반대 운동이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적 전망을 열어가기 보다는 분야별 틀에 갇혀 발전하지 못해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 비준 반대가 1차적인 목표일 수 있지만 더 큰 목표를 세워야 하며 이는 민중들의 필요에 입각해 통제 가능한 새로운 무역질서를 세우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 속에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신당의 동아시아 연대협력협정에 대해 류미경 정책위원은 “현재 미국의 FTA 체결 전략은 지역별로 FTA를 맺어가는 것이며 동아시아의 경우도 아시아, 태평양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동아시아 연대협력협정이 민중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또 어떻게 통제 가능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지역 FTA 블록 형성에 판을 깔아주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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