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수 이미지, 긍정적인 면도 있어”

[4.9 총선 까칠 인터뷰] (3) 한국사회당

대선보다 재미없는 총선이다. 돈다발에 성희롱에 당최 선거판이 생방송인지 재방송인지 옛날 자료영상인지 헷갈린다. 짜증나고 답답해 고개 돌리고 눈 질끈 감다가도, 나도 모르게 TV 앞에 서게 되고 인터넷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총선이지 않은가. 게다가 보수 양강 고래등 싸움에 사정없이 등짝 터질 것을 각오하고 출사표를 던진 진보정당들이 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총선에 출마하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한국사회당에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한번 비틀고 꼬집었다.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솔직해보자는 뜻이다. 다음은 민중언론참세상에 보내온 한국사회당의 답변이다. -편집자주


“빛나지 않는 길 함께 해온 당원들이 자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 비해 대선 이후 별로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분열됐다는 것 말고 대선 이후에 얼마나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진보신당은 불과 얼마 전에 만들어진 정당이다. 한국사회당도 대선 이후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3개월 만에 어떤 큰 변화가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한국사회당은 대표 경선 기간을 제외하면 두 달에 걸쳐 긴 대선 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10년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도 제기됐고, 이후 당의 전망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들도 나왔다. 지난 3월 대표 경선에 세 후보가 나온 것은 그래서다.

외골수 이미지가 강한데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 있는 것 같다. 98년 청년진보당 창당으로부터 우리가 지난 10년간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빛나지 않고 힘들어도 당원들이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발맞추지 못했고, 우리 주변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에도 서툴렀다. 당의 간부들과 열성적인 당원들도 당의 활동에는 헌신적으로 참여했지만, 스스로의 실력을 키우고 주변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에는 미숙한 점이 많았다.

“사회적 공화주의 틀 안에서 공백 채울 것”

두 차례 정당 등록 취소와 재창당의 질곡을 겪었다. 총선에서의 “예정된 패배(최광은 대표)”는 이를 각오한다는 말인가

우선 한국의 정당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어야겠다. 현행법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의 경우 등록도 취소되고 같은 당명을 당분간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한국사회당의 경우 2000년 총선과 2004년 총선에서 이 조항에 걸려 등록을 취소당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다시 재창당을 하여 지금까지 정치활동을 계속해왔다. 이번 2008년 총선에서도 만일 등록을 취소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예전처럼 곧바로 재창당을 하면 된다.

최광은 대표가 당선 인사에서 “예정된 패배”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은 아니다. 한국사회당을 포함하여 진보정치세력 모두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크게 변화해야 하는데, 총선까지의 촉박한 기간 동안 그러한 변화를 이루고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다가서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의 성과를 이루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총선 이후 진보정치 혁신과 재구성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대선 시기 공약의 토대를 이룬 ‘사회적 공화주의’에서 계승해야 할 점과 극복해야 할 점은 각각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회적 공화주의의 배경을 이루는 문제의식은 기존의 관념적인 좌파정치를 넘어 현실 정치 속에서 구체화될 수 있는 좌파정치를 하자는 것이었다. 사회적 공화주의 역시 단순한 정책 차원을 넘어서서 각 영역에서 보다 구체화되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사회적 공화주의는 국가 영역에서 사회적 공화국의 수립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는 지구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현실 속에서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선 문제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공백이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또한 앞으로의 과제다.

“‘새로운 진보’의 모습은 ‘초록좌파’”

‘진보정치 혁신과 재구성’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말해 달라

진보정치의 혁신과 재구성은 2007년 초부터 한국사회당이 강조했던 화두였다. 17대 대선 시기에 ‘새로운 진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대선 직후 민주노동당의 분당 흐름으로 인해 이러한 재구성 과정이 가속화될 수 있는 일정한 외부적 조건은 마련됐다. 그러나 임박한 총선 때문에 이러한 논의가 총선 이후로 미루어졌다.

일단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진보정치 전반이 새롭게 정렬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당 또한 책임 있는 일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기본자세다. 그리고 재구성은 재편과는 질적으로 다른 과정이 되어야 한다. 진보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정치를 구성하는 과정은 단순한 세력연합으로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정치 혁신과 재구성의 결과물은 진보대안정당의 건설로 표현될 수 있겠다. 진보대안정당은 진보대안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 속에서 구체화할 수 있는 조직전략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전략의 핵심은 지역의 생활정치 영역과 기층 대중운동의 영역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생활정치와 대중운동 영역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들을 진보대안정당이라는 매개를 통해 찾아야 한다.

한편, 진보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초록의 가치와 문제의식을 어떻게 내면화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초록의 가치는 단순히 생태환경을 중시하는 가치로 좁혀질 수 없다. 이를 포함하여 풀뿌리, 나눔, 연대, 소통 등의 가치가 생활과 실천 속에서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사회당이 이번 총선에서 ‘초록좌파(Green Left)’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구좌파니 신좌파니 하는 오래된 구분법을 넘어 초록좌파라는 지향을 통해 좌파의 혁신, 진보정치의 혁신을 주도하겠다. 한국사회당과 초록정치연대가 함께 만들어 지난 4월 5일 출범한 초록정치공동위원회가 그 첫 번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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