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식량'의 종말...물가 폭등은 '폭동'으로

서브프라임에 몰렸던 국제투기자본 '쌀과 밀'로 이동

'값싼 식량'은 종말을 고하는가? 빈곤국들에게 식량이 '값싼' 적은 결코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곡물가 급등은 저개발국가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 식량의 품귀 및 가격 앙등이 일어나면서, 물가의 ‘폭등’은 정권을 위협하는 ‘폭동’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기구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값싼 식량'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며, '식량의 위기'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기구들, 한목소리로 "세계 식량위기"

세계은행은 13일 세계 식량 위기 타개를 위해 '신 뉴딜 정책'을 공식 승인하고, 그 일환으로 식량 위기가 폭동과 약탈, 대통령 사임으로까지 이어졌던 아이티에 추가 1만 달러를 긴급 지원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는 "주요 식량값이 지난 3년 사이 두 배 가량 뛰어 빈곤국들에서 1억명 가량이 더욱 배를 주리고 있다"며, 선진국들에게 "지금은 말이 아닌 행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12일 "세계가 거대한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며 "더 이상 대책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세계의 유력 경제지들도 '식량의 위기'라는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 직접적인 곡물값 외에 농업과 관련한 물가가 치솟고 있다며 식량값 강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6일 블룸버그 통신에 4월 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쌀값의 상승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실질적 위기"라고 경고했다.

이집트, 30년 전 빵 폭동 재현 위기에

자크 디우프 세계식량기구(FAO) 사무총장은 9일 "전 세계적인 식량값 폭등이 단기적으로 완화되기 힘들 조짐"이라며 "곳곳에서 식량 폭동이 촉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한 세계식량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그 동안 2-3개 아프리카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아이티 등지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났고, 37개국이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식량 및 물가 폭동으로 가장 큰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아프리카다. 아프리카 북동부의 이집트에서는 6일 식량 가격 인상 반대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폭동과 총파업이 일어나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집트 정부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밀가루 암거래에 대해 엄벌을 경고하는 등 빵 공급 부족 사태가 폭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지만, 물가상승은 이미 위험수위에 올라있어 또 다른 폭동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에도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의 카메룬에서는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폭동으로 40여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으며, 이 외 코트 디부아르와 모리타니 등에서는 인명피해가 야기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세네갈과 부르키나 파소에서도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식료품 품귀 폭동이 반정부 시위로

남미 아이티에서도 식료품 품귀 현상과 급격한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폭동이 8일 발생했다. 아이티 남부의 레스 카예스에서 5명의 사망자를 내는 것으로 시작한 시위와 폭동은 시위대가 대통령 궁으로 몰려가서 사임을 요구하고, 창고를 약탈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쌀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 최대 쌀수입국인 필리핀 정부는 지난 주 수도 마닐라 지역에서 극빈층에 식량을 배급하는 과정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군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또 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로 경찰에 쌀을 사재기한 사람들을 체포하도록 지시했다. 또, 베트남과 태국, 미국 등에서 수입한 쌀이 타격을 입자, 1인당 하루 4kg으로 쌀 배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한 쪽에서는 쌀 수출 억제...한 쪽에서는 품귀 현상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밀과 옥수수 및 다른 곡물들의 가격은 6개월간 50%이상 올랐고, 특히 쌀 가격은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올라 3월말에서 4월 초 사이 2주간 50% 상승했다.

이렇게 쌀값이 오른 데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이 국내 소비 부족분을 고려해 쌀 수출에 제한을 두면서 오르는 쌀값을 부채질 한 측면도 있다. 중국은 쌀 증산 유도 계획을 펼치는 한편 수출 억제를 겨냥해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인도도 일부 종을 제외한 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계 2위 살 수출국인 베트남도 쌀수출 통제를 6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3위인 인도네시아도 아직 쌀 수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취하지 않았지만, 곧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도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농민들이 반발해 시위를 벌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옥수수의 경우도 최대 생산국인 미국 내 에탄올 소비가 늘어나면서 옥수수 가격이 2배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그플레이션(농업의 영문인 Agriculture와 물가상승의 영문인 Inflation의 합성어)이라 불리는 국제 곡물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

씨티 그룹, "원자재 투자 해일이 일어나고 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7일 올 1/4분기 원자재 투자가 5분의 1이상 늘어 4천 억 달러에 달했다며, "원자재 투자 해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 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이것이 인플레를 심화시키는 추가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원자재 지수 상승과 관련해 원유와 금, 플래티늄, 밀과 옥수수 및 콩 선물이 올 들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은 국제 투기 자본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 곡물이나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을 급등시켰다는 해석에 설득력을 더해 준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07년 9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3%까지 인하했다. 2007년 8월 한 달 동안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유가 증권을 매도한 규모는 1,630억 달러. 이 돈이 결국은 원자재와 곡물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골드만 삭스 측도 7일, 앞으로 6개월간 설탕을 제외한 모든 곡물이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고, ING 인베스트먼트도 달러 약세 때문에 원자재 쪽으로 계속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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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꾼세상

    폭동이 아니라 봉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