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들어서면 입구마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명품 화장품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웃으며 명품 매장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던 여성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ELCA코리아노동조합(엘카코리아노조)은 14일 종로 보신각에서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8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사측이 임단협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하며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종일 서서 근무하는 강한 노동강도... 임산부 초과노동도

엘카코리아는 에스티로더, 아베다,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등 이름만으로 명품임을 증명하는 11개 브랜드의 수입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엘카코리아는 대부분의 백화점에 3,4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엘카코리아노조의 조합원 다수는 백화점에서 화장품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들이 화려한 백화점의 조명을 멀리하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거리로 나선 이유는 뭘까.

집회장에서 만난 김주영 엘카코리아노조 부위원장은 “하루종일 서서 근무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은데, 매장에 인원이 적어 인원 공백을 초과노동으로 메우게 된다”며 “주 5일 근무라고 하지만 월 평균 60시간의 초과근무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초과노동은 임산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엘카코리아노조는 임산부의 초과노동이 모성보호법을 어긴 것이라며 회사를 고소했다.

이뿐만 아니다. 박희준 부위원장은 “회사는 매출액보다 항상 많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소속 브랜드와 입점 백화점이 많으니 매장 간 경쟁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며 “월급이 개인별로 차등 지급돼 경쟁은 더 심해진다”고 주장했다.


기준 없는 임금 책정, 차별적인 임금 지급

엘카코리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가장 큰 이유가 차등 지급되는 임금 때문이다. 사측은 임금을 이미 7% 인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숙 엘카코리아노조 위원장은 “임금지급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아 인상유무를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그조차 상여급 등이 포함된 자연인상분”이라며 “노조설립 후 임금 동등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임금지급 기준조차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엘카코리아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월급명세서를 타인에게 보여줄 경우 해고의 근거가 돼, 노조가 임금인상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임금지급 기준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14회 이상의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임금지급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고, 단체협상은 노사가 전문을 읽어보지도 못했다. 엘카코리아노조는 결국 4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3일간의 경고파업을 선택하게 이르렀다. 엘카노조의 파업은 화장품업계 최초의 파업이다.


투쟁은 즐겁게

이날 집회는 부산, 광주, 대전 등지에서 전국의 조합원이 모인 자리였다. 파업에 돌입한 집회여서 분위기가 심각할 만도 한데 집회는 즐거운 분위기였다.

한 민중가수가 ‘불나비’를 부르자 조합원들은 자리에 일어나 점프를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 소리에 무슨 일이 있나 쳐다보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또 발언자들이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하면 ‘투쟁! 투쟁!’을 환호성처럼 외치기도 했다.

이미숙 엘카코리아노조 위원장은 “작년 9월 노조설립 일주일 만에 800명이 가입한 것은 현장의 불만이 노조로 뭉치게 하는 힘이었다”며 “전임자가 없어 간부들이 연차와 개인휴가를 써가며 조합원을 만난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