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流燈

[작가들 운하를 말하다](16)

날마다 별은 무겁게 돌아눕고
사방에서 웅성거림 들려온다
환한 대낮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

강물에 등을 띄운다
타오르는 수백 개의 눈

자꾸 기슭으로 달라붙는 눈을
강심으로 밀어 넣는다
눈들이 강바닥을 비추려
제 속의 빛을 끌어 모은다
가물거리는 심지를 북돋우면
눈에서 풍경이 쏟아져 나온다
온갖 수수께끼와 질문들이 뒤섞이면서
물결 위에 이는 파문

파문을 끌고 간다
지느러미 돋아난다
아가미 벌어진다
어둠을 등에 태운다
물살에 파묻히며 지워질 듯

강이 하나씩 눈을 감기 시작한다
물 속에 제 빛을 들여보내고
고요히 한 생을 살러 간다
덧붙이는 말

박설희 / 1964년 강원도 속초 출생. 2003년『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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