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스스로 걷는다

[기자의 눈] 29일, 시민들의 행진에 대한 단상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버렸다”


29일,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의 장관고시를 강행하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시청 앞으로 쏟아져 나왔다. 수천으로 시작한 촛불은 행진을 시작한 직후 5만 명에 육박했으며,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더 많은 시민들이 행진대열에 함께 해 촛불의 바다를 만들었다. 옆에 있는 기자는 “정운천 장관 때문에 촛불의 장관을 보는구나”라며 너스레를 떤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버렸다”고 분통해 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이명박 정부를 버릴 때”라고 말했다.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도받기를 거부한 시민들

시민들은 스스로를 통제하며 행진을 이어갔다. 광화문 로터리를 경찰이 전경버스로 가로막자 시민들은 그 곳에 있기를 거부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상황실에서 운영하는 행진차량의 마이크 음성을 따라 행진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시민들은 계속 걷자고 했다.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더 많은 시민들에게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알리고자 했다.

시민들은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행진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행진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 시민은 “지난번에도 광화문 로터리를 전경버스가 막고 있었고, 우리가 그 곳에 계속 있자 경찰은 종로방향을 막아 우리를 고립시켰다. 그리고 연행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곳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경찰이 우리를 잡지 못하게 계속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거리행진에 나오고 있는 많은 시민들은 기존 집회에 나오는 조직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에게 쉽게 지도받으려 하지도 않고 입장을 전달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알지도 못한다. 그저 앞으로 가자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전부다. 이 상황을 통제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행진을 인도하길 자청한 국민대책회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자유롭다, 그리고 끝까지 한다

시민들의 행진은 자유로웠다. 행진대열 맨 앞에서는 논쟁이 진행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누구는 프락치로 몰리기도 하고, 또 이를 정리해 나가면서 방향을 결정했다. 흔히 ‘운동권’의 표식인 깃발도 자연스럽게 섞여서 행진을 한다. 그렇게 광화문 로터리를 빠져나와 안국역 삼거리에서 창덕궁 앞을 지나 단성사를 지나고 다시 광화문 로타리로 돌아왔다. 또 다시 돌아온 광화문 로터리. 여전히 전경버스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시민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시민들은 “우리는 승리했다”를 외치면서 “끝까지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광화문 로터리는 음악 공연장이 되고, 논쟁의 장이 되고, 휴식의 공간이 되고, 투쟁의 공간이 되었다. 누구는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서로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기도 하고, 누구는 행진대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경찰이 기동대를 몰고 행진대열로 진입했다. 시민들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해산 협박을 했지만 시민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스크럼을 짜고 옆에 친구가 있음에 안심을 하며 “우리는 정당하다”를 외쳤다. 그리고 경찰의 해산을 요구했다. 결국 경찰이 해산을 하고 시민들도 해산했다. 시민들은 “끝까지 버티니까 경찰들도 물러나잖아”라고 서로를 격려했다.

시민행진의 끝을 걱정하지 말자

지도를 하는 사람도, 지도를 받는 사람도 없는 행진. 과연 저 행진의 끝이 어딜까 안절부절할 필요 없다. 그냥 물 흐르듯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줄을 맞추고 확성기를 따라 행진하는 것이 행진하는 방법의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이 거리에 함께 있었음을 확인했으면 됐다. 그리고 내일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것을 확신하고 서로 약속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또 다음 날이 밝으면 시민들은 거리로 나올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했었다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 시민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촛불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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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촛불 , 지도 , 쇠고기 , 이명박정부 , 거리행진 , 장관고시 , 미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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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저도 정말 어제 같은 분위기 좋은데요.
    경찰이 강경 진압으로 나오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 때도 그런 방식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조직과 비조직 시위 방식 둘 다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끄적여 봤습니다.

  • 에휴

    대중의 자발성, 역동성 많이 찬양하세요. 이후에 처참하게 깨진 이후에 토론회니 뭐니 열어서 조직적 좌파의 개입이 부족했다. 지도가 없었다 이런 소리는 하지마 마세요 ㅉㅉ

  • 조형석

    퍼 왔습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http://www.antimadcow.org/) 사무국의 공식 입장입니다.

    ---------------------

    <<다함께 논란에 대해>>

    글쓴이 : 사무국 날짜 : 08-05-30 14:38 조회 : 200

    지난 26일 확성기를 사용하여 평화행진 선두에서 구호를 외치신 분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번지면서 그분이 다함께 소속이라는 것인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함께하고 있는 다함께를 대책회의에서 빼줄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1700여개 시민단체, 네티즌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누구나 어느 단체나 함께 할 수 있는 연대조직입니다.

    다함께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단체이며 국민대책회의 안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활동하는 단체를 국민대책회의에서 제외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좌파적인 이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대책회의에서 제외하라고 하는 것은 조중동과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작에 포위되는 것입니다.

    광우병미국산쇠고기에 반대하는 것은 소위 좌파든 우파든 중도든, 정치인이거나 네티즌이거나 시민이 모두 함께 해야하는 것입니다.

    작은 차이로 나뉘는 것은 저들이 바라는 바입니다.

    다만 사회단체가 나서는 모양이 되어 자발적인 시민들의 행진대오가 저들의 공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토론되었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 단체에 권유하고 있습니다.

    다함께가 시위대를 토끼몰이하는 프락치라는 것에 대해서 짧은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여성분은 26일 종로에서 행진에서 확성기를 들었으며 종각일대였습니다. 토끼몰이로 이끄는 일은 없었습니다. 대책회의 상황실분들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다함께는 광우병미국산쇠고기수입반대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오히려 조중동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다함께 소속 분들 중에 이미 소환장도 나와있습니다. 프락치라는 것은 분명 오해입니다.

    어떤 사람이나 단체가 활동을 할때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거나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너른 시선으로 큰 걸음으로 신중하게 행동해 나갑시다.

    순수한 열정을 지닌 한 사람을 프락치니 빨갱이하며 마녀사냥하는 것에 대해 차분히 돌아봅시다.

    누구나 이 현실이 답답하고 상황에 분노합니다.

    우리가 힘을 모아서 싸워야합니다.

  • 기자의

    대중행동의 자발성이나 역동성을 강조하는 것은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경찰에 맞설 때는 어캐 해야 하나요. 그냥 '대중'의 뜻에 맡기면 되나요? 여기에서 대중은 국민대책회의를 지지하는 대중은 제외하지는 않나요?

  • ㄴㅊ

    위에..뭐가 그렇게 불만이신지. 마치 처참하게 깨지길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대중들 치켜세우면서 자기들 조직적 좌파는 찬밥취급한다고 질투심이라도 난듯한 말투가 정말 유치하기까지 하네요. 차라리 거리정치에 눈뜬 대중들속에서 어떻게 신자유주의 현실을 더욱더 적나라하게 폭로할 것인가와 이후 그들을 어떻게 진짜 정치세력화 할것인가를 고민하시지. 좌파수준이 정말 요정도 밖에 안되나요? 경찰과 대치할때 어떡하냐구요? 대중들은 이에 대한 그들 나름의 답을 이미 냈잖아요? 물리적으로 맞서 싸우기 보다는 회피해서 뒤돌아 간다던가 막혀서 갈곳이 없으면 그냥 차분히 자진 연행 되기. 물론 그런 것으로는 모자라고 더 급박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대중의 규모와 분위기를 봤을때 현실적이며 나름대로 훌륭한 전술입니다. 솔직히 찬양할 만한거 찬양하는 건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 너참

    ㄴㅊ님 어제 집회 안와보셨군요? 정말 한가하신 말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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