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찰서는 1일 한나라당 선거 유세를 방해한 혐의로 강동구에 사는 김 모 씨를 긴급체포하는 한편, 김 씨를 폭행한 혐의로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의 운전사 김 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 김 모 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 |
김 모 씨 "김충환 비서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게 폭행당해다"
다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강동구에 사는 시민 김 모 씨는 1일 오후 고덕동 근린공원에서 진행된 박명현 강동구청장 후보 유세차량 인근을 지나다 지원유세를 나온 의원들에게 "쇠고기 수입하지 마세요. 쇠고기 문제부터 해결하세요"라고 말했고, 이에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김 씨를 폭행했다는 것.
당시 김 씨가 '쇠고기 수입하지 말라'고 얘기를 할 시점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유세차량에 올라 발언을 할 즈음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고승덕, 김충환 의원 등도 지원유세를 나와 있었다.
김 모 씨는 2일 새벽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쇠고기 수입하지 말라'고 얘기를 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데 갑자기 대여섯 명의 남성들이 나를 에워싸고 집단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목을 비틀며 조르고, 제 팔과 허리를 거칠게 잡으며 어디론가 끌고 가려고 했다"며 "가족들에게 가는 길이라고 분명 이야기 했는데도 계속 폭행을 가하며 10미터 가량 나를 끌고 갔다"고 덧붙였다.
"김충환, '쇠고기 문제 같은 것은 너희들끼리 떠들어대라'"
그는 이어 "(이를 지켜본) 가족들이 달려 왔고, 6살, 4살 딸아이들이 놀란 얼굴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고, 나경원 의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유세를 계속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소동이 계속돼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자 김 씨는 "(폭행) 가해자들부터 검거하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김 씨만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강동구가 지역구인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김 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우리가 아직도 야당인 줄 아냐"며 "어서 끌어내지 못 하냐"고 경찰들을 질타했다.
또 김충환 의원은 '유권자가 자기 의사 표현도 못 하냐'고 따지는 김 씨의 누나에게 "쇠고기 문제 같은 것은 너희들끼리나 떠들어대라"며 "어디 감히 국회의원 앞에서 난리냐"라고 말했다고 김 씨는 전했다.
▲ 접속 폭주로 다운된 김충환 의원 홈페이지 |
'편파 수사' 논란 일어.. 강동경찰서 '사실 확인 요청' 거부
한편,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폭행가해자로 지목된 한나라당 관계자들 중 김충환 의원의 운전기사만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편파 수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김 씨는 2일 새벽 "방금 전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폭행 피해자가 아닌, 선거범 위반 현행범으로 조사를 받고 왔다"며 "집단 폭행 피해자인 나는 개처럼 질질 끌려 호송차에 태워져 연행이 됐고, 현장에서 검거된 폭행 가담자인 김충환 의원 수행원은 버젓이 자신의 차로 경찰서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씨의 주장과 관련해 사건을 담당한 강동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사실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또 이 같은 김 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김충환 의원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김충환 의원실은 현재 수시간 째 전화가 불통된 상태다. 또 김충환 의원의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접속 폭주로 다운된 상황이다.
▲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블로그(http://blog.naver.com/21kimcw) |
김충환 "폭행당한 사람은 내 수행비서다" 반박
대신 김충환 의원은 2일 오후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충환 의원은 글을 통해 "폭행을 당한 사람은 김 씨가 아니라 내 수행비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30대 초반의 한 시민이 유세차로 다가와 '소고기나 똑바로 해결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유세를 방해했고, 이를 보던 유세차 기사분이 그러지 마시라고 말리면서 옆으로 모시고 갔다"고 밝혔다.
이어 김충환 의원은 "김 씨가 '국회의원 XXX들'이라는 등 막말과 욕을 하면서 유세를 방해했고, 유세차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유세차 앞을 가로막았다"며 "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과 저의 수행비서가 이 분을 제재했고, 그 과정에서 이 분이 저의 수행비서의 넥타이가 끊어질 정도로 잡아당기는 바람에 제 수행비서가 목 근육이 마비되고 허리를 다쳐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주장했다.
김충환 의원은 "순수한 여론광장인 인터넷을 자신의 악의적인 의도로 왜곡해 오염시키고 있다"고 김 씨를 맹비난한 뒤 "이 분은 도저히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욕설과 난동으로 과도하게 유세를 방해했습니다. 이 분은 절대 폭행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