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홧발 폭행' 이어 이번엔 '청소년 방패 폭행' 파문

경찰, 14세 청소년 뒤통수 방패로 가격 논란

'여학생 군홧발 폭행' 등 경찰의 폭력 진압이 연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경찰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14세 청소년의 뒷머리를 방패로 가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8일 새벽 5시경 시위대 진압을 시작할 즈음, 세종로사거리 교보생명 빌딩 앞 인도에 서 있던 최준석 군은 시민들과 함께 뒤돌아서 자리를 피하던 중 경찰 방패에 뒷머리를 맞아 그 자리에서 기절해 쓰러졌다.

한 시민은 "당시 아이들을 먼저 피하게 하려고, 전경을 막으면서 있었는데 갑자기 전경이 들이닥치며 방패를 휘둘렀다"며 "그 순간 옆에 있던 한 아이가 방패에 맞아 앞으로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고 아이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려는데 아이는 의식을 잃고 뒷머리에서 목덜미로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최 군의 어머니 김효숙 씨는 9일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는 것 같아 인도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아이들이 뛰다가 넘어져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천천히 뒤로 피하자'고 말했고, 아이와 함께 (교보빌딩 쪽으로) 뒤돌아서 피하는 데 (방패를 맞고) 아이가 앞으로 넘어졌다"며 "뒤통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내렸고, 아이는 기절한 상태였다"고 최 군의 부상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고 계속 진압"

  김효숙 씨가 피가 흥건히 묻어 있는 최준석 군이 당시 입었던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최 군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김 씨는 다급히 "아이가 다쳤다"며 경찰에 진압 중단과 구급차를 불러줄 것을 호소했으나, 경찰은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씨는 "너무 놀라서 경찰에게 '아이가 다쳤다. 안보이냐'고 막 소리를 질렀는데, 그럼에도 경찰은 나 까지 계속 밀고 들어왔다"며 경찰의 행태에 대한 분을 삭히지 못했다.

경찰은 최 군을 방치한 채 진압을 계속했고, 다행히 현장에 있던 의료진이 최 군을 발견해 응급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의료진이 아이의 상태를 본 후 경찰에 다급히 구급차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수 십여 분간 현장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고립되어 있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현재 최준석 군은 뒷머리 왼쪽 중간 부분이 약 5cm 가량 찢어진 상태이고, 뼈가 약간 함몰된 상태이나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다고 김효숙 씨는 설명했다.

최 군의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은 이날 최 군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해 당시 상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김 씨는 이들을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김 씨는 "또 이런 폭력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경찰은 병원을 찾아와 '아이를 방패로 찍는 장면을 직접 봤냐', '상황을 정확히 봤냐'는 식으로 마치 취조하듯 나를 대했다"며 "경찰이 먼저 자체조사를 하지 않는 한 (경찰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청수 청장 물러나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공교롭게도 최 군이 다친 8일은 시위대에서 각목 등이 등장한 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보수언론 등은 '폭력시위를 엄단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등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기독교계 인사들의 '촛불집회'에 대한 비난발언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기가 막힌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인간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며 "우린 광우병 쇠고기 못 먹겠다는 말밖에 안했는데, 이제는 어린 아이들까지 이렇게 만들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 씨는 차후 대응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며 "인권단체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잘못된 일은 잊혀져서는 안 되고, 반드시 밝혀내고 해결해야 한다"며 "방법은 아직 모르겠는데,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러나야 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재협상은 안 된다고 하는데, 말장난 하는 것 아니냐"며 "아이 문제와 함께 반드시 광우병 쇠고기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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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압 , 촛불집회 , 쇠고기 , 어청수 , 군홧발 폭행 ,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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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인공노

    우선 아이가 얼른 나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차별한 폭력을 저지르는 미쳐가는 정부를 반드시 내려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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