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주민홍보 지시에 일선 공무원들 난색

"美쇠고기 홍보하면 주민들에게 맞아 죽을 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국민적인 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민심을 외면한 채 일선 공무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주민 홍보를 지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어제부터 전국 읍·면·동사무소에 '美쇠고기 실질적 재협상 관철'이라는 문서를 내려보내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할 것을 일선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작성한 이 문서에는 "국민들이 염려하시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였습니다"라며 △30개월 이상 수입차단 △철저한 4단계 검역 △집단 급식도 원산지 표시 △완벽한 국민건강 수호 등 4개 항목을 기재하고 있으며, '쇠고기 수입재개 완전정복' 코너를 마련해 '광우병 제대로 알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관련브리핑 자료'등 9개 자료를 첨부해 놓았다.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들에게 내려보낸 미쇠고기 주민홍보 자료 [출처: 행정안전부]

충남 청양군의 한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 유모 씨는 이같은 지시를 받자마자 "너무 열받는다"며 '참세상'에 제보를 해 왔다. 유 씨는 참세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일선 공무원들은 공문을 접수받았으나 주민들에게 내보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 홍보했다가는 주민들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공무원들의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유 씨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 퇴진 운동이 벌어지고 국민소환을 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는 마당에, 행정안전부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게 열받는다"며 "지난 번에 '광우병 괴담 10문10답'을 주민홍보하라고 했을 때도 공무원들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오늘 지역에서 있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할 생각"이라며 "일선 공무원들이 위의 눈치를 보긴 하지만 정부의 홍보 내용에 동의하지 않고, (잘못된 홍보로)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면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민주공무원노조 농림수산식품부지부의 이진 지부장이 "美쇠고기 협상은 굴욕적인 협상이며, 공무원으로써 사죄하고 싶었다"는 양심고백을 해 큰 화제가 됐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 홍보지침은 부당한 업무지시이므로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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