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위에서 소화기를 집어던지더라구요"

[인터뷰] 촛불시위에서 부상한 공무원노조 임복균 조합원

전국공무원노조 충남본부 부여군지부 소속 임복균 조합원이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열렸던 서울 광화문에서 8일 새벽 2시경 전경이 던진 소화기에 머리를 맞아 여섯 바늘을 꿰맸다.

2004년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노동 3권을 인정하지 않고 특별법을 추진하자 총파업에 가담해 해고됐다는 그. "이명박 정권에 분노하고, 당연히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서울로 향했다"는 그를 통해 당시 서울의 상황과 분위기, 그의 현재 고민을 들어봤다.

자기가 쏜 소화기에 질식한 전경

"8일 새벽 1시쯤 광화문 광장에서 남아있던 사람들은 야유회 나온 것처럼 군데군데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토론을 나눴어요. 그런데 전경차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전경들이 차 위에서 손짓하며 시민들에게 전경차 위로 올라오라고 놀려대고, 침을 뱉더라구요. 저도 열 받았고, 시민들도 열 받았죠. 시민들이 버스 위로 올라가려고 하자 전경들은 소화기를 뿌려댔어요. 그렇게 몸싸움이 시작됐죠."

그는 부여민주단체연대 집행위원장으로 6일 부여에서 촛불집회를 마치고 7일 72시간 릴레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충남본부]
싸움의 한 복판에서 임복균 조합원은 몸싸움을 하다가 전경이 던진 소화기에 머리를 맞고 피를 흘려 자원봉사자들인 의료반이 와서 응급조치 한 뒤 백병원으로 실려 간 것이다.

"물병과 소화기가 날라 다니고, 전경은 버스 위로 올라가려는 시민들을 방패로 찍더라구요. 내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전경도 실려 왔는데, 소화기를 얼마나 뿌려댔는지 자기가 쏜 소화기에 질식해 실려와 있었어요.

같은 응급실에 있던 KBS 한 기자는 1.5L 물병에 배를 맞아 실려 왔는데, 안을 열어보니 오줌이 잔뜩 들어있는 오줌통이었대요. 당시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전경들이 전경차를 ㄷ자로 막아 시위대를 포위하고, 화장실을 못가니까 PT병에 오줌 싸고 그 통을 시위대에 던졌대요. 버스 위에 올라가 본 시민들은 전경들 한 편에 PT병이 쭉 늘어져 있었다더라고요."

"의제 확장", "민주노총 활동에 답답함 느껴"

그에게 왜 서울로 올라가서 집회에 참석했냐고 묻자 그는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이 투쟁을 피하지 말고 시민들과 함께 뒤엉켜 촛불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전주곡 격인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넘어 더 큰 재앙으로 닥쳐올 한미FTA와 사회공공성을 파괴하는 흐름과 단호히 싸워야 하기에, 현 투쟁의 의제를 확장시키고 힘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얘기를 나눠보니 그의 고민은 더 깊었다. 그는 그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의 현 시기 모습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았다.

"민주노총의 현 시기 활동에 답답함을 느껴요. 일례로 지난 5월 29일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가 강행된 날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어요. 그런데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외에 별다른 실천이 없었어요. 그리고 물류창고 막으러 가는 투쟁도 연기되거나 계속 지침이 바뀌었어요. 이런 모습이 저에게는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는 민주노총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민주노총만이 할 수 있는 실천이 있는 거거든요.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부담과 오해, 그러나 기대감"

물론 일반 시민과 활동가들의 미묘한 경계에서 그 또한 고민은 많다. 6월 1일 서울에서 그가 본 보습은 지침으로 광장에서 민주노총 깃발이 빠지자 남아 있던 공무원 깃발에게 "당신들은 안 가나?"며 비꼬는 말투로 물어보는 시민들이었다. 반대로 오히려 버스 위에 올라가서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은 그가 보기에 시민들도 많은데, 시민들은 '운동권은 내려오라'고 하기도 한단다.

그곳에서 그가 본 모습은 시민과 운동권 사이에 약간의 오해와 시민들이 운동권에게 갖는 부담과 기대감이었다.

"시민들이 운동권에 대한 부담과 오해가 있지만 함께 싸워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요. 방패로 찍는데 얼마나 두렵겠어요. 싸워 본 놈들이 더 잘 싸울 거라는 기대감이에요. 시민들과 뒤엉켜 함께 싸우기 위해서는 깃발이라는 형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함께하고 물대포에 옷이 함께 흠뻑 젖어야 돼요. 그런데 제가 싸우는 현장에서 느낀 것은 민주노총이 과격하다는 오해를 씻어낸 것도 아니고, 원칙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준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제를 민영화 문제, 사회공공성의 문제로 확장시켜 시민들에게 알리고,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현 정세에서 서울이라는 지역이 핵심인데 이를 확장시키는 노력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정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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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 경찰폭력 , 촛불집회 , 광우병 , 쇠고기 , 임복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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