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들의 양심도 침해당하고 있다"

인권단체들, 촛불집회 보장과 전의경 제도 폐지 요구

  인권단체들이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집회 보장과 전의경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김용욱 기자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처하는 경찰의 태도가 폭력적이라는 사회적 여론이 일면서,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전국 38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집회 과정에서 일어난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모아 발표하고, 전의경 제도의 폐지를 촉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5월 26일부터 '경찰폭력·인권침해 감시단'을 꾸려 현장에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했며, 온라인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왔다. 이들은 이를 모아 추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인권침해감시단이 직접 목격하거나 시민들의 제보 중 신빙성 있는 사례들에 따르면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는 노상구금, 불법채증, 시위대를 가장한 사복 경찰, 공공기관 CCTV를 채증 목적으로 줌 또는 회전, 차벽과 컨테이너 등으로 다양하다.

경찰은 5월 27일 새벽 촛불시위대가 해산한 이후에도 종로 1가의 시민들을 통행하지 못하게 막는 한편, 28일과 31일에도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 인도에서 통행을 가로막았다. "미 대사관 등 '주요시설 보호'라는 명분으로 인도뿐 아니라 지하철 입구와 지하도 봉쇄 등 불특정 다수인의 '이동의 자유'를 극심하게 침해했다"는 주장. 6월 1일 아침에는 광화문 지하도가 봉쇄되어 귀가하려던 시민들이 2시간 동안 구금되는 사태도 있었다.

  김용욱 기자

5월 27일 밤에는 서울시경 소속 경찰이 영장 없이 사복을 입고 시위대 안에 섞여 시민들의 얼굴을 채증하다가 적발돼 경찰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으나 이후로도 시정되지 않았다. 이같은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자신의 신분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또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는 경찰 소속과 이름 등 식별 표시를 가리는 행위, 곤봉과 방패의 위협적 사용, 살수차를 이용한 폭력적 진압, 소화기 난사, 방패를 이용한 시위대 가격, 인도 연행, 집단 폭행, 장애인과 청소년에 대한 폭력, 시위대를 향한 물품 투척, 충분한 해산시간과 안전거리의 미확보 등이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됐다.

촛불집회 참가자를 연행해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미란다 원칙 미고지 및 폭력 행사, 연행 및 해산과정에서의 성폭력, 접견 방해, 해산 목적으로 차량을 통행 강행하여 교통사고 유발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같은 사례를 모아 발표하며 "이러한 폭력적인 진압은 시민들의 정당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그에 동원된 전의경들의 인권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유례가 없는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부당한 명령으로 전의경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고, 시민들을 막기 위해 차벽 위나 골목 등 위험한 장소에 전의경을 내몰아 양측을 모두 위험에 노출시켰으며, 제대로 쉴 시간과 공간도 제공하지 않는 등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했다"는 것.

  김용욱 기자

실제로 촛불집회 과정에서 전경버스가 턱 없는 내리막길에 배치돼 있다거나, 시위대와 충돌 중에도 전경버스 위에 전의경을 세워두는 등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었다. 최근 밤샘시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의경들의 고충과 부대 내 가혹행위가 더불어 알려지면서 "전의경이 무슨 죄냐"는 등의 동정 여론도 느는 추세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군인을 시위 진압에 동원하는 위헌적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고 현재 복무 중인 전의경도 더이상 시위 진압에 동원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면서 "정부는 힘을 앞세워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시민들의 뜻을 따르라"고 주장했다.

전의경 제도, 군사정권이 만든 '값싼' 안보수단

한국전쟁 당시 후방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편성된 지구경찰대를 모태로 1970년 12월 31일 대간첩작전 수행을 위해 '전투경찰대설치법'이 만들어졌다. 이후 1975년 법 개정으로 전투경찰대의 임무는 '대간첩작전 및 치안보조업무'로 확대됐고 전투경찰은 주로 반정부시위, 파업 등 현장에 투입됐다. 1983년에는 늘어나는 집회 시위 대처 방안으로 이 법을 개정, 의무전투경찰대가 신설됐고 전경-의경 이원 체제가 현재까지 유지돼고 있다.

이처럼 전의경 제도는 군사정권이 '대간첩 작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값싸게 치안병력을 확보하여 대정부투쟁을 탄압하기 위한 정권안보 수단으로 악용됐고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전투경찰대설치법 및 시위진압명령 등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전투경찰대로 전임되는 현역병은 대간첩 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고 있을 뿐이므로, 경찰의 순수한 치안업무인 집회 및 시위 진압의 임무는 결코 국방의무에 포함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낸 바 있다.

이계수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군과 경찰의 조직 및 임무의 구분이라는 헌법상 국가구성원리가 사실상 파괴되고 있다며 "대간첩 작전 시에만 출동할 수 있는 병력을 모든 일상적 시위현장에 투입시키는 관행을 현행법에 의해 정당화하는 해석은 현행법 위반"이라 지적했다.

'치안보조 활동'으로 의무경찰의 임무를 규정한 전투경찰대설치법에 의거해 "시위 진압은 보조적인 수준을 넘어선 치안 활동"이라며 의경의 시위진압 동원에 반대하는 송기춘 전북대 교수의 의견도 있다.

기강유지를 이유로 이뤄지는 부대 내 구타, 가혹행위, 선임병에 의한 성추행 등 전의경에 대한 인권침해도 끊이지 않는다. 수면 부족과 열악한 식사 환경, 길고 격심한 노동강도와 더불어 집회 시위 탄압 과정에 동원되어 양심의 자유도 침해당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공약에 따라 전의경 제도는 2012년까지 폐지하기로 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어청수 경찰청장은 전의경 제도 유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경찰 통계상으로도 평화 시위가 대부분인데 시위 참가자보다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관행은 과잉 대응"이라며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위 진압의 경우 의무경찰 대신 전문성과 책임감이 높은 직업경찰관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 :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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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 경찰폭력 , 촛불집회 , 전의경 , 인권단체연석회의 , 광우병 ,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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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심

    전의경들이 왜 발길질을 했을까?, 가만히 있는 시민들을 향새서 일까?, 전의경 폐지의 목적이 자기네들 맘데로 불법집회를 하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연 그것이 민주주의일까?

  • -_-

    한심/ 밤에 한다고, 도로에서 한다고, 청와대로 행진한다고 집회결사의자유가 불법이 될수 있을까? 그럼 인권과 민주주의자체가 불법이겠지

  • 남덕우

    전의경들 하루에 3,4시간 재운다더라 요즘에 솔직히 인간인데 짜증 안나겠냐...... 어청수 그걸 이용하는거 같다-_-.....
    그리고 청와대에서 지키면 되지 길목을 아예 막는건 뭐냐
    국민의 말을 듣기가 그렇게 싫은가?

  • 진짜인권

    인권이란 용어를 그대들은 사용할 권한이 없소이다 인권이 뭔지는 알고 있는지/당신들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소 왜 도로에서 지라 ㄹ 들이야 정말 미치 ㄴ 녀 ㄴ 노 ㅁ 들

  • ㅋㅋ

    위에 놈. 야밤에 광화문에서 집회해서. 선량한 시민이 고통받고있냐? 저녁 퇴근길에 차 좀밀려서 집에 한시간 늦게들어가서 고통스럽냐? 아님 밤중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냐? 그 근처에 주택가는 없던데.. 네놈은 미친소가 수입되고, 수도,의료가 민영화되고, 대운하삽질을 해도 아무 상관이 없겠지. 근처에 집이라고는 청와대 하나 밖에 없던데. 너 청와대 사는 놈이구나~ 밤에 잠못자게 시끄럽게 하니까 짜증나니?? ㅋㅋ

  • 군인인권

    군인들의 양심도 침해당하고 있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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