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아프간 외에 작년 8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어디일까? 바로 소말리아이다. 보통 한국인들에게는 뼈가 앙상한 아이들의 불쌍한 눈망울과 잦은 '해적' 출몰로 인한 납치 사건 정도로만 기억되는 나라가 바로 이 소말리아이다.
그러나 모든 재앙에는 그 뿌리가 있다. 현재 소말리아에서는 에티오피아 군대와 에티오피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여기에 맞선 저항조직 간의 전쟁이 진행 중에 있다.
에티오피아군의 총격으로 수십 명씩 사망
8월 23일에는 이슬람 저항세력과 정부군 사이의 3일간의 교전으로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8월 중순에도 소말리아 정부군과 에티오피아군이 폭탄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행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40명이 숨졌고, 이와 별도로 모가디슈와 아프로예 사이 도로에서 에티오피아군을 노린 폭탄이 터지자, 에티오피아군이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면서 35명이 사망했다고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외신이 보도했다.
또 다른 한 외신도 모가디슈 인근 아르비스카에서 민간 버스 2대를 향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최소 30명이 사망했으며, 총격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군의 미사일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저항세력과 정부 간의 평화협상이 한창 진행중이었던 5월에는 미국이 소말리아 두사마렙 지역으로 쏘아올린 4개의 크루즈 미사일로 30여 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에는 저항세력인 이슬람법정연대(UIC) 무장조직인 알 사마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올해 3월에도 미군함대가 토마호크 미사일 2기를 발사해 여성 3명과 어린이 3명이 사망했으며, 20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도 있었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소말리아는 미군으로부터 최소한 5차례 미사일 공격을 받았으며, 매번 미사일 공격이 있을 때마다 민간인 다수가 사망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소말리아는 대테러전쟁에 어떻게 휘말렸나
2006년 12월 에티오피아 정부는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병, 과도정부가 수도인 모가디슈에 입성할 수있도록 도왔다.
아랍권 언론들은 이 사태를 두고 '아프리카판 이라크 사태'로 명명했다. 석유 자원이 풍부한것으로 밝혀진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에티오피아를 앞세운 '대리전쟁'이라는 의미에서다.
미국은 당시 소말리아가 테러조직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소말리아는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항구로, 세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주요 통로에 있다. 따라서 미국에게 아프리카, 특히 소말리아는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라크 담당 유엔(UN) 대변인을 지낸 살림 로네는 한 칼럼에서 "2003년 이라크에서처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소말리아에 괴뢰정부를 수립해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이 지역 일대에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에티오피아의 지원을 받아 2004년 세워진 과도정부였다. 압둘라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는 수도를 저항세력에게 빼앗길 정도로 허약했다. 저항세력이었던 이슬람법정연대(UIC)는 세력을 점점 확장해 2006년 과도정부와 에티오피아 연합군에 축출되기 6개월 전에는 수도 모가디슈를 포함해 소말리아의 대부분을 실제 통치하기에 이른다.
이슬람법정연대(UIC)는 이슬람법정과 사업가, 지역 관리들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조직으로, 소말리아 사람들에게 치안유지와 식량, 교육 등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CIA의 지원을 받는 군벌들에 맞서 싸우면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들이 소말리아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내전은 다소 진정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그러나 이슬람법정연대(UIC)를 세운 장본인이기도 한 셰이크 하산 다히르 아웨이스는 미국과 유엔(UN)의 테러리스트 명단에도 올라와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의 확장은 그 자체로 아프리카 내 미국의 전략을 위협했다.
살림 로네는 "(91년 독재정권 종식 후에 이어진 혼란에)평화와 질서가 찾아들자, 갑자기 다국적군이 필요해진 모양이다. 소말리아에 안정을 가져온 주체가 이슬람법정연대(UIC)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대테러전쟁
2006년 당시 에티오피아가 침공에 앞서 당시 미 중부사령관을 만났을 때, 이슬람세력을 1,2주 내에 궤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과는 달리 전쟁은 현재 진행형에 있다.
소말리아 과도정부와 반군 연합체인 소말리아재해방동맹(ARSL)은 지난 6월 유엔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에티오피아 군의 철군 없이는 평화협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협상은 교착국면에 있다.
끊이지 않는 내전으로 소말리아 인들은 난민으로 전락했다. 7월 유엔의 보도매체인 IRIN이 소말리아 중부 히란 지역의 소도시 벨레트뤠이네 지역 5만 인구 중 60%가 피난길에 올랐다고 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현지 한 주민은 "피난민의 대부분인 사실상 맨몸으로 길을 나선 상태"라면서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때우거나 아예 굶는 사람들도 있다"고 현지의 참혹한 현실을 전했다.
3년 전 100여 명 정도로 추산되던 해적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CSM)는 3년 전 100여 명 정도로 추산되던 해적들이 1천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앤드루 므왕구라 케냐선원지원프로그램 대변인의 말을 빌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소말리아 젊은이들에게는 해적이 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소말리아에서 해적은 이제 일종의 사업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소말리아에는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있으며,전 세계적인 곡물가 상승과 가뭄으로 350만 명이 외부 원조에 목숨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도 미국에게 아프리카 내 지정학적 중요성이 증대하면서, 군사주의는 점점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대에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아프리카 사령부(AFRICOM)'를 신설하고 작년 10월 1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전 아프리카 지역은 미국의 유럽사령부에 의해 관할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