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민중의 어깨에 양 날개를 달자

[기고] 숭례문 태우고, 이제는 사람 태워 죽이고, 그 다음은?

천인공노할 일이 또 일어났다. 이명박 정권 탄생하던 작년 겨울 2월 숭례문이 시커멓게 탔다. 1년 후 같은 겨울에 용산에서 사람들이 시커멓게 그을려 죽어 나갔다. 숭례문 태우고 이제는 사람까지 태워 죽이는 세상이 되었다.

조세희 선생은 용산 참사를 두고 ‘학살’이라 불렀다. 그래 맞다. 이건 학살이다. 강부자 살리기 위해 주가가 110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극구 말리려고 국민들의 돈으로 만든 국민연금을 주식시장에 퍼붓는 정권이다. 애시 당초부터 용산 세입자는 강부자 정권에게 주가 상승과 아무 관련이 없는, 어쩌면 주식시장에 악재만 되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0.1%의 부자들 눈에는 철거민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강부자 주변에 죄다 10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들만 모여 있으니 말이다.

청와대, 김석기 경찰청장, 한나라당, 조갑제같은 극우세력은 숭례문 화재 사건은 사회 불만자가 벌인 참극이고 용산 사건은 폭력 시위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강변한다. 이데올로기라고 해 봐야 이너빌러티즘(무능력주의) 밖에 없는 인간들이라 불만과 폭력 뒤의 배경을 읽어낼 리 만무하다. 전광판에 떨어지는 주식 가격 숫자만 보고 사는 인간들이라 그저 눈으로 뵈는 것 밖에는 읽을 줄 모르는 인간들에게, 장애인을 비하하는 공성진에게, 냉혈한 신지호에게 인간 존엄성같은 단어는 쓰레기만한 가치도 가질 수 없다.

겁난다. 숭례문 태운 지 얼마 되었다고 하나하나 존엄한 생명을 가진 인간을 그토록 새까맣게 그을려 학살할 수 있단 말인가? 이대로 가다가는 이명박 정권은 대한민국을 태워버릴 것이다. 저택에서 떵떵거리고 사는 인간들에게 주거권이 뭔지 생존권이 뭔지 씨알이 먹힐 까닭이 없으니 이명박 정권 탄생 때부터도 그랬지만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시혜랄지 정책이랄지 하는 기대는 아예 접어 두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 스스로 그 논리를 자초하고 있다. 용산 사태가 김석기 경찰청장 사임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자연의 일부인 숭례문과 자연만큼이나 존엄을 받아야 할 멀쩡한 사람들을 태워 죽인 이명박 정권은 조만간 노동자 민중만이 아니라 이 나라 자체를 새카맣게 태워버릴 것이다. 덜컥 겁이 난다. 용산 사태를 두고 정 두호는 정권 잃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초가삼간 태우고 사람 죽인 후 이 나라를 학살할 것 같이 겁이 난다.

이 불안을 잠재울 방법은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 의지하는 것은 오로지 경찰견들일 뿐이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찰국가 같은 어려운 얘기 하지 말자. 전경, 경찰, 경찰특공대에 의존하지 않고는 연명할 수 없는 것이 이 정권이라는 사실을 용산 사태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기 전에, 노동자 민중을 새까만 죽음으로 더 몰아가기 전에, 이 나라를 왕창 불태워버리기 전에 이명박 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국민회의를 구성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회의를 전국적인 촛불회의로 확대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2008년 겨울 숭례문을 태웠을 때 우리는 촛불을 들었지만 사람 목숨을 개 목숨보다 못한 것으로 여기는 2009년 겨울 지금은 우리가 횃불을 들어야 할 때다.
이명박 정권에게 혹여 무슨 기대를 하는 것 아닌가? 오바마에게 혹여 무슨 기대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이 팍스아메리카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우리에게 혹여 무슨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 아닌가? 지금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 경기 후퇴, 불황이 아니라 80년대 벼락경기(boom)가 공황으로 이미 가고 있는 길목에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 GDP의 8%에 근접하면서 미국이 미국 밖의 잉여 달러를 모조리 회수해도 미국은 절대로 팍스 아메리카로 돌아갈 수 없다. 미국이 금융 규제 강화할 것이고 그러면 금융시장이 안정기조로 돌아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아닌가? 미국은 금융 ‘관리’를 강화하자는 것이지 금융 ‘규제’를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지하는 대로 이번 공황 문제는 단순히 금융공황만의 문제가 아니라 1973년 이래 지속되어 온 자본 축적의 위기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 공적자금이 상반기에 50조, 하반기에 100조 풀리고 산업부문 구조 조정 자금도 풀리며 한반도대운하 사업 14조 원이 풀리면서 2009년도 하반기로 갈수록 노동자 민중, 그리고 서민들은 인플레의 압력을 더 세게 받을 것이다. 실질임금은 줄어들고 물가상승 압력을 받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청년실업은 늘어나며 구조조정으로 길거리에 사람들이 쫓겨나며 수출 길 막히고 시중에 돈은 돌지 않고 물가가 폭등할 터인데, 혹여 대운하 개발에 일말의 무슨 기대라도 품고 있는 것 아닌가?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는 1991년 3월 3.1 운동이 있었고, 1960년 4.19 혁명이 있었으며 1980년 5.18 민중항쟁이 있었고 1987년 6.10 항쟁이 있었다. 그러면 이제는? 2009년 7월에 용산 철거민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려고 머리 굴리는 이명박 정권 자체를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수 좋아하는 투기꾼들의 어법대로 말하자면 생존권과 주거권을 요구한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민주주의의 ‘지수’를 땅바닥에 떨어트리고 ‘죽여 버린’ 살인정권에 대해 이 명박 정권 퇴진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양 날개를 달자. 너무도 겁나는 세월에 노동자 민중과 시민의 양 어깨 위에 양 날개를 달자. 한 어깨에는 반MB 정권 퇴진운동의 날개를, 다른 한 쪽 어깨 위에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날개를 달자. 용산 사태를, 진상 조사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사임시키고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안타깝다’는 말을 들으며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 28년 전 공수부대가 광주시민을 무고하게 학살하던 장면이 경찰특공대가 용산시민을 학살한 장면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반MB악법 반대인가, 반신자유주의 투쟁인가 하는 문제는 양자택일의 문제도 위계적인 문제도 아니다. 양 어깨는 한 몸으로 통일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생산과정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소비과정에서 착취당하는 시민이 있고 노동자나 시민이나 모두 똑같이 착취당하는 민중들이다. 노동자 민중과 시민은 절합되어 있고 네트워크화되어 있는 것이다.

용산 철거민을 넘어 노점상으로 공장노동자에서 공장 바깥의 사회적 노동자로 착취의 공간이 확산일로에 있는 지금, 용산을 넘어 가야 한다. 참사, 참극 같은 비참한 단어들이 더 이상 우리의 뇌리를 지배하지 않도록, 숭례문을 넘어, 용산을 넘어, 노동자 민중, 시민들이 ‘거대한 민중의 몸’ 안에서 들불로, 횃불로 만나, 이 명박 정권과 지배계급에 일격을 가하는 투쟁의 흐름을 조직해야 할 때다.

간만에 봄날 같은 날씨다. 푸근한 날씨 뒤에 벼리를 갈고 있는 공황, 물가폭등의 칼날이 보인다. 무엇을 할 것인가?
덧붙이는 말

이득재 님은 대구카톨릭대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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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 정권퇴진 , 반신자유주의 , 숭례문 ,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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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화

    남대문을 태워 없애고,
    사람을 태워 죽였다.
    다음은,

    임진왜란 당시, 민초를 버리고 떠난 경복궁을 태워버린 그네들의 분노처럼

    청와대가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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