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 제시없이 '불 붙은 화염병' 단정

[살인진압] 진상조사단 현장 공개 요구, 설 이후 2차 진상조사 발표

22일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는 “경찰특공대가 망루 안으로 진입해 검거작전을 벌였고 그 안에 있던 농성자 10명 정도가 위층으로 쫓기는 과정에서 불이 붙은 채 들고 있던 화염병 때문에 인화물질이 가득 찬 망루에 불이 옮겨 붙었다”며 “이 때문에 희생자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농성자들이 살해 의도를 갖고 경찰 특공대를 향해 고의적으로 화염병을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발화 원인을 ‘불이 붙은 화염병’으로 단정한 것은 화염병을 소지한 농성자의 책임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22일 1차 조사결과 및 요구사항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기관이 화염병에 의해서 발화가 되었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발화 원인에 대해 객관적 증거는 상당히 중요한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경찰특공대의 증언 등에만 의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진상조사단은 화재 발생시 마지막까지 망루에 있었던 부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망 상황 조사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상자들은 “정신없이 쫓겨 올라가면서 시너를 뿌릴 겨를이 없었다” “불나면 우리도 다 죽는다는 걸 뻔히 아는데 시너를 뿌릴 이유가 없었다” “불타서 죽느니 떨어져 죽는 게 나아서 떨어졌다” “살기 위해서 뛰어 내렸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한 부상자는 “경찰특공대가 망루 안으로 진입하자 2, 3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돌이나 골프공, 빈 병, 불 붙지 않은 화염병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며 저항했으나 4층까지 밀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고, “당시 농성자들이 세녹스나 기름을 망루 안에 고의로 뿌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부상자는 4층까지 밀린 농성자 10여 명은 조망창 등으로 엄청난 양의 살수로 물에 흠뻑 젖은 상태여서 이때는 이미 화염병에 불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부상자는 “불을 본 것은 망루의 바닥과 외벽의 틈새로였는데 망루안 2층 또는 3층의 중앙 지점에서 먼저 불꽃이 보였고, 망루 안의 불은 퍽하고 번져 순식간에 연기로 까매졌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발표한 ‘불이 붙은 화염병’은 발화 원인이 아니거나 망루 안에 있던 농성자가 아닌 사람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상조사단은 이와 같은 진술을 토대로 언론사와 진상조사단 및 가족들에게 현장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진상조사단은 △사고 현장 즉각 공개 및 현장 원상 보전 △사망자들에 대한 국과수 부검 소견 빠른 시간 내 공개 △경찰은 사건과 관련 내부 자료, 현장 채증 동영상 등 사건의 진상과 관련한 자료 일체 공개 △사망자들의 사망 과정에 대한 조사 △용역직원들의 방화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 △일부 언론의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악의적 보도 중단 등을 요구했다.

박진 진상조사단 활동가는 “향후 석방된 연행자에 대한 심층조사, 시신 부검 보고서 분석, 법원 증거보전신청 등을 통한 현장조사, 경찰 등 관계기관의 자료 조사 등 추가 진상조사를 진행해서 설 이후 2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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