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부검 책임자 사과, 재부검 실시" 요구

[살인진압] '고인들의 시신 인도 관련한 유가족 입장' 발표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일동'은 23일 오후 순천향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인들의 시신 인도 관련한 유가족 입장'을 발표했다.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시신을 빼돌리고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한 것에 대한 책임자 즉각 공식 사과 △검찰은 사건 발생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서둘러 부검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에 대해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밝힐 것 △시신 발견 당시 고인들이 소지하고 있었던 유품의 목록 유가족에게 공개 △유가족과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재부검 실시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중인 유가족

고인들의 시신 인도 관련한 유가족 입장

너무나 참혹한 사건으로 한 순간에 가족을 잃은 우리 유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나 왜 우리 유가족들이 경찰의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어렵게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20일 사건이 발생한 후 우리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신원은 물론 시신의 소재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순천향병원으로 시신이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지만 경찰은 유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오열하고 호소하는 유가족들을 방패를 든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우리 남편이 맞는지, 우리 아들이 맞는지 확인만하겠다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우리는 이후 이 모든 것이 검찰의 지휘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였고 가족들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실랑이 끝에 밤 늦게서야 유가족 1인과 의사, 변호사 등 총 11명에게만 시신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내 가족의 시신을 확인하는 데에도 경찰의 방패에 막히는 현실이 너무나도 기가막혔지만 시신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경찰의 지시에 따라 시신을 확인했던 것입니다. 시신을 확인하고 난 우리 유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새까맣게 불에 그을린 시신의 상태도 상태였지만 이미 부검이 이루어진 상태였고 시신의 훼손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시신을 확인한 후에도 경찰은 고인들의 시신이 증거물품이라고 하며 가족들의 접근을 막아섰고 지금까지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시신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21일 밤 10시경 경찰은 일방적으로 가족들에게 시신을 인수해 가라는 통지를 하였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당장에라도 시신을 인도받아 부둥켜 않고 오열하고 싶었지만 유가족의 동의없이 부검하고 훼손한 것은 물론, 만 이틀이 다 되도록 시신을 가족들에게 공개하지 않다가 일방적으로 시신을 인도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한시라도 빨리 우리 가족의 시신을 인도 받아 고인을 애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우리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 먼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신 인도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늘 유가족들은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지검장 면담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묵살하고 직원들을 동원하여 취재를 방해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였습니다. 특히 검찰 수사본부는 참사현장의 생존자 5명을 구속함으로써 공정수사를 포기한 수사본부의 태도는 유가족으로 하여금 불신의 감정을 갖게 한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검찰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당국과 수사본부의 반인륜적 행위로 인해 고인들과 유가족들의 존엄성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당국에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말씀드립니다.

요구사항
- 고인들의 시신을 빼돌리고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한 것에 대해 책임자는 즉각 공식 사과 해야합니다.
- 검찰은 사건 발생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서둘러 부검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에 대해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 시신발견 당시 고인들이 소지하고 있었던 유품의 목록을 유가족에게 공개해야합니다.
- 유가족과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재부검을 실시해야합니다.

2009년 1월 23일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일동
태그

철거민 , 살인진압 , 유족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