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주변은 재개발로 인해 2구역, 4구역, 5구역 등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 이전에는 용산역 주변상권으로 불렸을 뿐이었다. 텔레비전을 보던 식당주인 아저씨도 용산4구역 상인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술 한잔하던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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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저녁 시간에 이 식당에 찾아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식당 주변에 경찰이 진을 치자 예약손님들마저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
"용역이 건물에 불 지른 건 왜 얘기 안 해"
"뉴스에서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져서 죽었다고 난린데 왜 그전에 용역들이 불 지른 건 얘기를 안 해주냐고. 일요일부터 (점거농성) 건물 1층에 불을 질렀어요. 연기에 가득 차게 해서 철거민 내려오게 하려고요. 그래서 (철거민이) 과격해진 건데 그 이야기는 다 빼고 화염병만 이야기만 해"
이 식당은 주인아저씨와 부인 그리고 아저씨의 처제 세 명이 4년째 운영하고 있었다. 이 가게는 철거지역으로 지정이 안 됐다고 한다. 소문으로는 4년 정도는 있어야 재개발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는 집은 용산4구역으로 철거지역이다.
"어제(21일) 조합에서 4구역 철거민에게 부동산 이전비를 일괄적으로 줬어요. 그 전에는 죽어라 안 주더니 사람이 죽고 일이 커져야 주느냐고" 주인아저씨의 처제가 6명의 목숨 값이 돼버린 보상비를 설명했다. 이어지는 예비철거민인 처제의 이야기.
"보상금을 세대주한테 800만 원 정도 주는데 다 합치면 천만 원이 넘는다고. 천만 원 받으면 뭐해요. 주변 집값이 다 올라 갈 곳이 없는데. 그 돈으로 보증금해도 월세 6,70만 원짜리 집에서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요. 죽은 사람들도 돈을 달라는 게 아녜요. 잠시 장사하게 살 수 있게 임대상가, 임대아파트 달라는 거였거든. 잠시 살면서 돈 벌어 나가겠다고. 누가 죽으려고 올라갔겠어"
"병신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식당 가족에게 정부가 이야기하는 '폭력집단' 전철연에 대한 비판 보다는 공권력에 대한 비판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22일 있었던 경찰과의 실랑이를 주인아저씨가 설명했다.
20일 새벽 참사가 있은 후 가게 주변에 경찰들과 경찰차가 주변에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동안 경찰들에게 화장실도 빌려주고 편의를 봐 주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장사를 거의 못했다.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오던 손님들도 발길을 옮겼던 것이다.
22일 주인아저씨가 경찰지휘관에게 "점심하고 저녁 시간에만 장사할 수 있게 자리를 정리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지휘관은 묵묵부답. 주인아저씨는 영업피해 증거라도 남길 마음으로 사진기로 경찰들을 찍었다.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라며 사진촬영을 방해했다. 그리고 40대 중반 경찰에게 나온 한 마디 "병신새끼, 육갑떨고 있네"
주인아저씨는 오른쪽 눈이 의안이고 오른손을 못 쓰는 4급 장애인이었다.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욕을 한 경찰은 사라졌다. 대신 방패를 들고 있던 다른 경찰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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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아저씨는 "병신한테 병신이라고 하니 화가 나죠. 또 그 말을 젊은 경찰들이 했으면 그러려니 해. 지휘관으로 보이는 직업경찰이 한 말이야. 병신은 국민도 아냐. 병신이 나라에 도움 안 받고 먹고살려고 아등바등하고 살았는데 병신이라니. 병신이 낸 세금으로 지네들이 월급 받고 살잖아"고 했다.
참사현장에서 벌어지던 촛불집회가 끝날 무렵 실랑이가 다시 한 번 일어났다. 한 집회 참여자가 식당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식당 입구를 'ㄷ'자로 에웠다. 식당에 있던 세 가족은 일주일간의 영업피해, 예비 철거민의 서러움, 욕으로 당한 수치심이 엉켜 "장사 좀 하자"며 경찰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처제는 웃통을 벗어버렸다. 경찰은 식당 가족의 항의에, 촛불집회가 끝나서, 자리를 떠났다. 경찰 지휘관의 "채증 확실히 해"라는 말을 남긴 채.
정부가 이야기하는 법질서 확립은 이처럼 '없는 사람'에게 상처와 공권력에 대한 미움을 남기면서 '확립'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