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테러리스트라구요?

고 윤용헌 씨 아들 윤현구, 사이월드에 눈물의 호소문

윤현구 씨. 고 윤용헌 씨의 아들, 며칠 후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수시합격을 하고 생활용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10일이 월급날이다. 첫 월급을 받으면 아버지 양복과 등산화를 사드릴 생각이었다.

“동영상이 많이 배포됐더라고요. 대부분 테러로 몰데요. 너무 억울해서 글을 썼어요. 배신감.. 테러라니요...”

며칠 전 사이월드에 글을 올렸다.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물었다. 그랬다. 언론이 용산 현장을 ‘테러’라고 해서다. 용산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면 아빠는 테러리스트다.

“무뚝뚝하시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좋아하셨고, 말없이 잘 해주시는 분이고요.. 얼마 전에 핸드폰을 사주더라고요.. 조르지도 않았는데, 가족끼리 할인 요금을 적용받는다고.. 전화는 아빠가 먼저 하는 편이었어요. 별 이야기는 안 해요. 아픈 데 없냐, 끼니는 안 걸렀냐..”

9389.. 아빠,엄마,두 아들의 핸드폰 뒷번호가 같다.

해마다 겨울이면 빙어 낚시를 가곤 했는데, 올 겨울에도 1월 29일날 갈 예정이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5일 정도 안 들어올 지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10일 20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친구들도 같이 가기로 약속했어요.. 근데 어떡하죠...”

아래는 윤현구 씨가 지난 3일 사이월드에 올린 글 전문이다.


용산 참사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고 윤용헌 씨 영정
이번 용산 참사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입니다.

저는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행복을 형체화 시키는데 있어서 대표적인 모습인 오붓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인 사회에서 우리 가족은 하루 만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불법시위? 테러?
10년 넘게 식당을 하시며 수많은 손님들의 침과 땀을 닦은 휴지들을 맨손으로 치워가며 돈 한 푼 아끼기 위해 종업원도 안 써가며 단둘이 일하셨던 우리 부모님이십니다. 음식이 맛이 없다. 벌레가 나왔다. 머리카락이 나왔다. 냉정하게 외면하던 손님들에게 등 굽혀 사과하고 진심으로 죄송해하던 우리 아버지였고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장난을 거시며 다음에는 어디로 놀러 가자 저기로 놀러 가자 말씀하셨던 아버지입니다.

함부로 말하지 말아주세요.

비록, 저와 동생은 학교에서 학비를 지원받는 지경이었지만 괜찮았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미래를 꿈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염병? 시너?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술을 마시고 있던 아버지가 울먹이며 했던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용역이 쳐들어왔어. 근데, 너 같은 또래 나이 애한테 얼굴을 얻어맞았어…”

억 돈을 들여가며 십여 년간 장사를 한 사람들에게는 삼천만 원을 줄 테니 나가라 하고 빚까지 져가며 가게를 내어 장사하던 사람에게는 천만 원을 줄 테니 나가라하고.

여러분 같으면 나가시겠습니까? 천만 원이면 단순한 분식집도 차리지 못하는 액수입니다. 저희 가족 같은 경우에는 식당 겸 가정집이었습니다. 돈 천만 원에 식당과 집을 잃게 생긴 것입니다.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고 용역들이 장사를 방해했습니다. 손님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벽마다 빨갛게 해골들을 그린다거나 밤마다 몰래 가게 유리를 부수고 간다거나 심지어는 이미 비운 집에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아랫집 아저씨가 용역들에게 둘러싸여 맞고 있을 때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저희 동네는 중구... 5분 안 되는 거리에는 크고 커다란 서대문 경찰서가 있습니다.

경찰들이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 아시나요? 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왜? 안 나간 게 죄니까. 용역들은 합법적이다 라는 말들뿐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겪어 보셨나요? 학교에서 듣지도 보지도 배우지도 못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우리 가족, 내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 가족은 그해 겨울 새벽 강제철거를 당했습니다. 기르던 강아지도 강제 이송 당했고 사진 앨범 등도 사라졌습니다.

북아현동 높은 위치에 달동네에 열평 남짓한 부동산을 집으로 꾸며 살고 있습니다. 항상 미안하다며, 봄까지만 기다려달라며 전철연 활동을 하셨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사건 전날 내게 마지막으로 하시고 갔던 말씀입니다.

“아빠 5일 정도 못 올지도 모르니까 밥 잘 챙겨먹고, 아르바이트 늦지 않게 일찍 자고 엄마랑 잘 있어.”

1월 20일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영정 사진이 없어서 갓난 나를 업고 있는 사진의 얼굴을 합성하여 영정 사진을 마련했습니다.

시민들에게 화염병을 던졌다구요?

용산 참사 주위 역시 재개발 지역으로 참사 건물 주위에는 주거하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으며 화염병은 무장한 경찰들이나 도로들을 향해 던졌습니다. 절대 무자비한 테러 마냥 사람들에게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의 아버지를 절대적으로 옹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도 원하시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저희 다섯 유가족 모두는 지칠 대로 지쳐 있습니다.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장례식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며, 확실한 원인과 규명을 밝혀내고 싶을 뿐입니다.

아버지의 시끄럽던 코골이가 이렇게나 그리운 소리가 될지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아버지께 아무것도 해 드린 게 없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아버지는 없는 사정에도 내게 새 핸드폰을 사주셨었습니다. 당신께서는 키가 작으셨지만 키가 큰 나를 매일같이 남들에게 자랑하셨던 아버지입니다.

내가 죽어 지옥으로 간다는 조건이 붙는다 해도, 내 삶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조건이 붙는다 해도, 나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양복도 맞춰 드리고 낚시도 가고 싶습니다.

많이 야윈 엄마의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미치겠습니다. 애써 참는 열여덟 살 동생의 모습이 안타까워 미치겠습니다. 그저 죄송해서,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못해 드리고 보내드렸다는 게 너무나 억울해서, 죄송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용기가 서지 않습니다.

제발 들어주세요. 저의 아버지, 우리 유가족 모두는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함부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내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사랑합니다. 언제까지나.
태그

철거민 , 용산참사 , 윤용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현구님

    힘내셔야 합니다. 힘내셔야 합니다...현재가 끝이 아닙니다...아버님은 님에게 큰 자산을 남기셨습니다. 어머니께 용기를 주세요...어머니를 잘 돌보시고 쓰임이 되는 공부를 하세요...기억하겠습니다.

  • 노동농민

    힘내세요 조직폭력배는 깍두기 뿐만 아니라 군대 경찰이죠 외국군을 막기 위해 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물론 군대는 필요하죠 하지만 진정한 군대가 되어야 겠죠 80년 광주처럼 공수부대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갑오농민전쟁(동학농민전쟁) 때 일본군까지 끌어들여 정권유지에 급급했던 수구매세력들입니다 역사를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억압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개개인은 좋을 수 있지만 경찰이라는 조직에 들어가면 피억압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봐야 합니다 폭력에는 두 가지 종류의 폭력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불법적인 폭력입니다 이는 단순한 이해다툼,주위 사람들과의 폭력과 피억압자들이 억압자 즉 기득권들에 맞서는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방어적인 폭력입니다 두 번째는 합법적인 폭력입니다 이는 과거에는 양반과 임금,관료 등의 폭력은 합법이었지만 요즘은 그에 더해 거대자본가 즉 삼성 현대 LG 등의 폭력은 합법적인 폭력입니다 이번 용삼학살사건도 결국 포스코건설 삼성건설을 위한 학살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경찰들이 앞잡이로 충실히 동원된 것이지요..경찰의 조직적인 폭력 즉 조폭은 합법적인 폭력인 것이죠 이게 그들의 논리입니다
    절대 굴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죠 사람을 다섯이나 죽이고 동료를 사지로 몰아넣은 경찰은 더이상 경찰이 아니라 민중의 적일 뿐입니다
    경찰이 가진 자들의 편이라는 걸 돌아가신 분들도 그 전에는 몰랐을 겁니다 재개발이 시작되고 말도 안되는 금액의 돈으로 쫒아낼 때부터 자각하게 된 것이죠 아..이 놈들은 절대 없는 사람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 22

    가슴이아프네요.. 모쪼록.. 힘내시길바랍니다

  • 더럽다

    세상진짜 더러워
    학생 힘내서 훌륭한 사람되서 더러운세상 바꾸세요 ㅠㅠ

  • 윤영선

    내용을 입력하세요

  • 아작

    힘내라,,,,좌절하지마라....진실은 업제나 승리하는 법이다

  • 질경이

    힘내길!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은니 사필귀정 분명히 밝혀질것 명명백백히~~~고인의명복을 빕니다

  • 힘내세요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지켜보겠습니다. 힘내세요!!

  • 김정수

    나두 학생처럼 마음이 천근 만근 , 아니 억만근입니다
    우리네 서민은 하소연 할데가 없어요
    정부는 요즘 장치가 잘 돼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현실응 그렇지 않아요
    통치자인 대통령께서도 잘 몰라요
    왜냐하면 사는 방식이 다르니가요
    그래도 힘을 내야 해요
    내 아들 같은 학생이지만 용기를 잃으면 세상 모두 잃는거예요
    부디 아버지를 생각하셔서라도 힘내세요

  • 나라의 대표는 이 글을 읽었으면 합니다.
    억울한 사람이 아직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있는 이 시점에서 늘 앉아 각 대표끼리 자신의 주장만 앞새우며 개인의 이득만을 고집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분들 물론 모든분 들이 그렇다고 생각 하진않습니다만
    가끔 일반인과 대표분들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 d

    힘내세요 조직폭력배는 깍두기 뿐만 아니라 군대 경찰이죠 외국군을 막기 위해 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물론 군대는 필요하죠 하지만 진정한 군대가 되어야 겠죠 80년 광주처럼 공수부대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갑오농민전쟁(동학농민전쟁) 때 일본군까지 끌어들여 정권유지에 급급했던 수구매세력들입니다 역사를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억압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개개인은 좋을 수 있지만 경찰이라는 조직에 들어가면 피억압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봐야 합니다 폭력에는 두 가지 종류의 폭력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불법적인 폭력입니다 이는 단순한 이해다툼,주위 사람들과의 폭력과 피억압자들이 억압자 즉 기득권들에 맞서는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방어적인 폭력입니다 두 번째는 합법적인 폭력입니다 이는 과거에는 양반과 임금,관료 등의 폭력은 합법이었지만 요즘은 그에 더해 거대자본가 즉 삼성 현대 LG 등의 폭력은 합법적인 폭력입니다 이번 용삼학살사건도 결국 포스코건설 삼성건설을 위한 학살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경찰들이 앞잡이로 충실히 동원된 것이지요..경찰의 조직적인 폭력 즉 조폭은 합법적인 폭력인 것이죠 이게 그들의 논리입니다
    절대 굴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죠 사람을 다섯이나 죽이고 동료를 사지로 몰아넣은 경찰은 더이상 경찰이 아니라 민중의 적일 뿐입니다
    경찰이 가진 자들의 편이라는 걸 돌아가신 분들도 그 전에는 몰랐을 겁니다 재개발이 시작되고 말도 안되는 금액의 돈으로 쫒아낼 때부터 자각하게 된 것이죠 아..이 놈들은 절대 없는 사람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노동농민
    2009.02.07 12:07 가슴이아프네요.. 모쪼록.. 힘내시길바랍니다
    22
    2009.02.07 18:57

  • 덕자

    저희집은 보수언론 즉,조선일보를 구독합니다. 그곳에선 용산참사의 배경은 등돌린채 눈앞에 보이는 화염병과 파이프만을 강조하니다. 저는 이신문을 읽으면서 다른이들이 보기에 보상금을 더 타내려 불법시위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터전이자 그들의 전부인 곳을 지키려는 순수한 마음 밖에 없습니다. 언론과 정부 검찰이 이런식으로 왜곡하고 본질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배신하는 행위 입니다. 저는 얼마전 한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조문을 하고 그친구를 위로하려는데 어떤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일을 당했기
    때문에 어떠한 말로도 그친구의 아픈 심정은 치유할수 없을 겁니다. 그 서러운 심정을 어느 누구에게 말하고 누가 더 잘 이해할수 있겠습니까.
    현구야 이런 말 소용 없겠지만 힘내라. 진실은 밝혀질거야. 아무리 돈많고 권력있고 배경있는 사람일지라도 언젠간 양심있는 언론과 기자들에게 진실이 밝혀질거야.우리 며칠뒤면 졸업식인데 마음 무겁게 보내겠구나 힘내라 현구야

  • 중학생

    아.... 힘내세요.

  • 지원

    용현씨 힘내세요..!!
    '노동농민'아 아무것도 모르고 말하지마라 의경이 무슨죄냐 윗사람이 시켜서 한걸ㅡㅡ 경찰이 민중의 적이라고? 당신네집 도둑질당하면 당장어디로 달려갈껀데?

  • 욱찬맘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바로 어제일처럼 힘이 들겠지요...? 하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힘들어하는 가족을 더 힘겹게 바라보시겠지요.. 아버지는 님과 가족들이 힘차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님들과 만날날을 위해 그곳에서 제일좋은 곳에 자리 잡으시고 좋은집과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시시고 편히 쉬고 계실겁니다 화이팅하시고 지금은 행복을 조금씩 꿈꾸고 이루시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