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파괴한 ‘워낭소리’ 노부부의 일상

[1단기사로 본 세상]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했나요?

  경향 13일 21면
언론이 개봉 20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80대 노부부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시골 마을로 몰리는 떼거리 취재열풍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도대체 뭔지 반문케 한다.

인터뷰 등 취재 요청이 쇄도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무작정 찾아가 사진 찍고 말 거는 기자들의 폭력 앞에 80의 노부부는 화를 내고 있다. 수차례 협박이나 장난 전화도 걸려와 부부는 겁에 질려 있다. 급기야 제작사와 제작자가 3일과 5일 공식 블로그와 언론을 통해 할아버지 부부의 일상을 지켜주자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귀머거리가 있다. 경향신문은 13일자 21면에 <‘워낭소리’ 주인공 최원균씨 / 2012년부터 수돗물 마신다>는 제목의 1단 기사를 썼다. 기사를 보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워낭소리 후속취재에 편집국 안팎에서 얼마나 쪼았으면, 이렇게라도 했을까. 많이 안타까웠다.

곰곰 생각에 잠겨본다. 경향신문 말대로 “경북 봉화군이 2011년 12월까지 최씨 부부가 살고 있는 상운면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게 워낭소리 때문일까. 경향은 언제부터 시골 면 단위의 ‘농어촌생활용수 개발사업’까지 보도했던가. 경향의 1단 기사 제목에 박힌 ‘최원균씨’는 참 낯설다. 워낭소리의 80대 할아버지 이름이 ‘최원균’이라는 걸 전국민이 꼭 알아야 할까. 그 할아버지가 3년 뒤 수돗물을 먹는 것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까. 공해는 아닐까.

주식과 땅투기에 미친 이 광풍을 어찌할까.

  한국 12일 12면
  조선 12일 10면
  서울역 회의실 입구의 안내판


















10년전 금융위기때 정부는 ‘바이(buy), 코리아’를 외쳤다. 지난주 북한산 대남문에서 만난 50대 아저씨 두 명은 “재미 좀 봤어?” “그거 팔았어?” “샀어?” 산행 내내 주식 얘기를 이어갔다. 대성문 밑에서 쉬던 예닐곱 40대 아줌마들도 주식과 유가증권, 금, 부동산, 위장증여 얘기로 치열했다. 경제신문과 몇몇 일간지는 온-오프라인에서 조기 경제공부라며 어린이 주식 투자교실을 연지 오래다.

이 지경이니 멀쩡한 대학생이, 그것도 앞길이 구만리장천인 20대가 한강에서 자살하지. 정부와 재벌이 온 국민을 투기열풍을 내몰고 있다.(한국일보 12일자 12면) 집권여당의 정진석 의원실에서 일하는 비서 김모(31)씨도 정 의원에게 들어온 정치후원금을 지난 3년 동안 4억원 넘게 빼돌려 주식투자를 해오다 들켰다.(조선일보 12일자 10면)

지난 6일 주말 저녁 서울역 대회의실에선 한 투자전문 모임이 전국에 흩어진 주부들을 모아 ‘왕비 제테크 수업’이 진행했다. KTX를 타고 온 예비 투자자로 붐볐다. 코레일은 전국에 지사를 둔 기업의 시간을 아껴주고 수익도 올리려고 서울역사에 회의공간을 만들어 유료로 빌려주고 있다. 이곳마저 재테크 강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지난 6일 서울역 회의실 앞)

‘왕비 재테크’는 간호사 출신의 30대 주부가 한 인터넷 포털에 ‘왕비의 부동산 재테크’란 이름의 까페를 만들어 인기를 끌면서 책으로 나와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금은 전국 곳곳에 같은 이름의 주부들 모임이 결성돼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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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 다큐멘터리 , 워낭소리 , 왕비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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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nseksrmrqhr

    워낭소리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려는 참에...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다니 안타깝습니다.오히려 취재의 공해만 알려지고말았습니다....주식에 대한 정직한 정보가 주어진다면 구태여 강연의 지경까지 갈 필요가 있는지 묻고싶습니다...건강하십시오

  • qnseksrmrqhr

    워낭소리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려는 참에...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다니 안타깝습니다.오히려 취재의 공해만 알려지고말았습니다....주식에 대한 정직한 정보가 주어진다면 구태여 강연의 지경까지 갈 필요가 있는지 묻고싶습니다...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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