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당 영령 감싸안은 걸개그림

참사 한 달, 형언할 수 없는 분노의 현장

살인진압 한 달. 참사현장에는 찬바람이 몰아쳤다. 2월 관측으로는 최악의 황사라고 했다. 오후 2시경 검은 현수막이 펼쳐졌다. 각계 대표들이 한 줄로 늘어섰다. 여느 기자회견과 다를까. 가시 돋힌 목소리가 감춰지지 않았다.

  참사 한 달, 기자회견.. 대통령은 사과하고 전면 재수사하라.

문정현 신부는 “긴 세월 동안 지켜보건대, 사회적 약자가 굴뚝에 올라가고, 한강 철교에 올라가고, 크레인 철탑 같은데, 대추리 학교 지붕위에 올라가더라”며 망루에 올랐지만 내려오지 못한 고인들을 기렸다.

이덕우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오늘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에서 한승수 총리가 대신 읽은 이명박 대통령 추모사에 ‘서로 사랑하라’고 되어 있더라”며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오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이상림 씨의 유족 정영신 씨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영신 씨는 “벌써 한 달인데, 그러는 사이 밥을 먹고, 말을 하고, 잠을 잤다는 사실조차 기가 막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영신 씨는 “저 안에 사람이 있다는 외침, 검은 연기와 뜨거운 불길, 옥상에서 부르짖던 이웃들이 눈물 흘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돌아가신 다섯 분의 명예가 회복되고 구속된 분들이 석방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영신 씨는 순천향병원 4층에서 다른 유족들과 함께 꼬박 한 달을 지냈다. 누구라 한들 지치지 않을까. 하지만 용산 참사의 유족들과 전철연 등 당사자들이 범대위의 활동에 신뢰를 보내는 등, 최초에 요구한 네 가지 요구사항을 관철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와 분위기만큼은 변함이 없어보인다.

박래군 범대위 공동상황실장은 경찰의 범국민추모대회 원천봉쇄 방침을 규탄하고, “21일 제5차 범국민대회를 다시 봉쇄하면 추모대회를 고집하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곧바로 추모행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가 50여 명이 문화행동에 나섰다. 한강로 쪽으로 큰 걸개를 내걸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남일당 건물 주변에서 문화예술가 50여 명과 시민들이 문화행동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크레인을 통해 남일당 건물 정면과 측면에 두 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은 폐허가 된 남일당 건물의 아픔을 감싸안듯 자리잡았다. 용산4지역조합이 걸어놓은 ‘접근금지’ 프래카드는 무척이나 이질감을 주었다.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도 해결되지도 않았다. 용산 참사 한 달이 지나가지만.

신유아 문화활동가는 “문화활동가들이 폐허가 된 남일당 건물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고, 출입이 가능한 1층 공간을 청소해서 우선 영정을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청소가 마무리 되면 빈 공간에 씨도 뿌리고 사람이 다시 살 수 있도록 꾸밀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유아 문화활동가는 “일부는 스쾃(공간의 공공성, 빈 공간 점유운동)을 할 거고, 비록 참사 현장이지만 다시 주거하며 생활과 삶을 나누는 모습을 복원하겠다”며 문화행동의 취지를 밝혔다.

스쾃.. 왜 건물이 세습되는지

  임미주 중앙대 사진학과 학생. 동아리 '소셜다큐멘터리 사진집단 현장' 멤버들이 철거 예정인 삼겹살 가게를 점유했다.


소유권을 생각해 보는 거죠.
유목주의라고.. 머물다 가는 곳인데,
왜 건물이 세습되고
있는 사람은 잇고 없는 사람은 없고
주민이 필요한 공간을 위해
이웃과 나누며 지내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재개발은 그걸 잃어버리는 거죠.
빈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공간을 꾸미는 중이에요.

임미주 학생의 말이다. 중앙대 사진학과 동아리 ‘소셜다큐멘터리 사진집단 현장’ 학생들이 용산4지역 한 가운데에 있는 삼겹살 가게를 점유했다. 구정이 지나면서 삼겹살 가게 주인이 공간을 내줬다고 한다.

옅은 분홍색 페인트를 칠하고 탁자며 책장을 들여다 놓았다.임미주 학생은 더 아기자기하게 꾸며보겠다고 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바램을 살짝 흘렸다.

동아리 멤버 중 한 명은 용산을, 한 명은 크레인을 컨셉으로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 또 한 명은 카펫을 들고 다니며 평당 땅값을 매기고, 한 명은 뉴타운의 빈 새 아파트를 쫓아다닌다고 소개했다.

모두 모아서 3월 7일부터 14일까지 사진전을 할 예정이다.

  남일당 1층 가게를 깨끗이 치우는 모습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1층 남일당 가게가 깨끗이 비워졌다. 타다 남은 쓰레기며, 깨진 유리조각들을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치웠다. 분향소가 꾸며졌다. 한 달 동안 인도 천막에 힘들게 놓여있던 고인의 영정들, 옮겨놓고 보니 그나마 조금 편안해 보인다.

  고인의 영정을 건물 안으로 모셨다.

참사 이후 한 달, 현장에는 분노와 고통, 억울함과 한숨,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투쟁의 의지 등이 얼기설기 교차하고 있었다.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유족들, 주민들, 활동가와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듯 말을 아끼며,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남일당 건물을 보듬고 있었다.

용산 살인진압 1달,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죄하고 전면 재조사 하라!

- 용산 살인진압 1달에 즈음한 범대위의 입장

용산 살인진압으로 참사가 발생한지 1달이 지났다. 강제철거와 살인진압으로 6명이 사망한 엄청난 참사가 발생했고 한 달이 지났으나 지금 현재 해결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검찰은 왜곡 편파수사로 ‘살인진압 책임자 무죄, 살인진압 희생자 유죄’라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사건을 날조하여 발표했다. 검찰의 편파․왜곡 수사로 고인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되었고, 유가족의 가슴은 하루하루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진상규명은커녕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날조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아무런 사과도 대책도 없이 진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 골몰해 왔다. 도심테러, 자해공갈단, 알카에다 등 철거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망발이 이어졌으나 국민들의 빈축만 샀을 뿐이다. 반면, 청와대의 여론조작 행위가 폭로되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 기동대의 사후 대책회의, 화재원인에 대한 각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결과의 기만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참사 1달이 남긴 것은 여당의원들의 망발, 청와대의 여론조작과 검찰에 대한 불신뿐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해 급급해 왔다. 사건조작, 여론조작으로 철거민들에게 책임을 덮어씌운 것뿐 아니라, 철거민들을 탄압하는데도 앞장섰다. 용산 참사로 철거민 6명을 구속하고 21명을 기소하였으며, 나머지 농성자에 대한 수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유족을 납치, 감금 폭행한 경찰들은 버젓이 두고 전철연 회원들을 경찰폭력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며, 전철연에 대한 마녀사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범대위 관계자 9명에 대한 소환장 발부, 추모대회의 원천봉쇄 등으로 추모행사를 가로막고 범대위에 대한 탄압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비극적 참사가 있은지 1달, 우리는 검찰수사를 무효화하고 전면 재조사하는 것만이 국민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한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사건을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하여 은폐하는 작태가 계속된다면 경제위기와 부자 살리기식 법률 개악에 화가 난 국민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일임을 경고한다.

한편, 참극이 일어난 용산4구역에는 아직도 철거 용역이 활개를 치고 있고 재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는 살인진압의 하수인인 용역을 용산4구역에서 완전히 몰아낼 것이며, 진상규명이 되기 전에 어떠한 형태의 재개발도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용산 살인진압과 참사 1달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검찰수사를 무효화하고 전면 재조사하라!
둘째, 대통령은 유족앞에 사죄하고 살인진압 책임자를 구속 처벌하라!
셋째, 구속된 철거민을 석방하고 전철연 탄압을 중단하라!
넷째, 용산4구역 재개발을 중단하고 용역을 완전 철수하라!
다섯째, 추모대회의 평화적 개최를 보장하라!

2009. 2, 20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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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 철거민 , 용산참사 , 남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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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노동자

    이명박 대통령각하께서는 언제나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데,이를 지배계급의 당사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늘 피지배계급인 노동자 민중에게 적용하려 하는 사악한 면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의 장차관들의 면모를 보라. "부동산 투기, 세금체납, 논문조작"등등 대부분의 지배계급의 엘리트들은 이런 불법비리 행위로 자본을 축적하면서, 노동자 민중에게 자기들은 지키지도 않는 "법과 질서"를 강요하고 있다.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일말의 부끄럼도 없이 늘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지배계급의 철면피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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