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이 부정하는 것은 모순과 왜곡

[기고] 시인의 양심, 사법부의 양심

조세희 소설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우리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70년대 철거민들의 비애와 고통을 강력한 미학과 서정으로 형상화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도시화는 그러한 비애와 고통의 역사였습니다.

대한민국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주장하는 철거의 명분은 언제나 명확했습니다. 그것은 더 좋은 도시를 위해, 더 좋은 주택지 마련을 위해, 더 좋은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철거의 많은 사례들이 증명하듯이, 그것은 토지투기, 행정편의주의적이고 형식적인 개발주의, 무차별적인 주택정책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개발에는 포용과 대화가 적어지고, 대책은 부실하며, 그 대신 배제와 억압, 차별의 논리가 득세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하기에 철거민들은 극렬하게 생존권을 주장해 왔고, 또 그것을 세상에 알려왔습니다.

이것이 철거민들의 역사가 아니라고 누가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용산참사가 이 역사의 연장선 상에 있지 않다고 누가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까닭에, 용산참사는 단순히 시위대와 경찰의 마찰이 빚은 사고가 아니라 이 땅 위의 대자본과 불합리한 제도가 빚은 예정된 사고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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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세상 자료사진

송경동 시인은 용산참사가 발발한 이후, 이것을 알리기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그가 부정하는 것은 국가나 법이나 정당한 공권력이 아니라, 이 땅위의 모순과 왜곡입니다.

이런 송경동 시인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경찰관에게 돌을 던졌다는 혐의와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돕는 과정에서의 집시법 위반, 그리고 그에 따른 집행유예기간 내의 활동 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관에게 돌을 던졌다는 행위는 일방적으로 덧씌운 혐의일 뿐 사실로 밝혀진 바가 없으며, 집시법 위반에 따른 집행유예기간 내의 활동이라는 것 역시 현재 항소하여 판결이 진행 중이기에 온당한 주장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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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은 한 명의 개인이자, 한 명의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삶과 시는 그저 한 개인의 일상과 아름다운 풍경, 인생의 깊은 의미를 획득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때로 한 시인의 삶과 시는 그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모순과 고통,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슬픔을 껴안는 데에까지 나아갑니다.

이 땅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후보자인 고은 시인 역시 한 때는 거리의 시인이었습니다. 신경림, 김지하 시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김용택, 도종환, 안도현 시인 역시도 이 땅위의 폭력과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시인들이 작게든 크게든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구하지 않고 거리에 서 왔습니다.

송경동 시인은 집안의 가난으로 인해 일찍부터 세상에 나가 생계를 꾸려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시인입니다. 그 고단한 삶의 이력에는 구로공단에서의 생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독학으로 시를 공부하였고, 2001년 『시를 여는 세상』과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2006년에는 출판사 <삶이 보이는 창>에서 『꿀잠』이라는 시집을 펴냈습니다.

그의 시 세계는 근래 보기 드물게 한국문학사의 리얼리즘 시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낮고 어두운 세계에 대한 연민과 희망의 미학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시의 새로운 창조적 출구를 마련할 작가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송경동 시인의 시는 『2000년대 주목받는 젊은 시인들』(2007, 생각의 나무), 『21세기 우리 시의 미래, 젊은 시인 49인 자선 대표작』(2007, 실천문학사),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2007, 예옥) 등의 책에서 많은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질곡 심한 역사 속에서, 한 때 많은 시인들은 작가의 양심, 연민, 소명의식을 외면하지 못해 끝내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시는 노벨문학상이 거론될 만큼 웅장한 문학적 세계를 창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문학과 어깨를 겨룰만한 문학적 성찰을 획득하였습니다. 이것은 시인 개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시인의 창조력이 구속되지 않고 또한 고갈되지 않도록 배려한 이 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거둔 결과라 할 것입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법의 정신은 많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시인의 세계에 대한 양심과 연민, 창조적 작가정신을 단순히 개인의 성격, 재능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자산으로 소중히 여겨줬습니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송경동 시인이 반드시 석방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국작가회의가 법원에 보낸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송경동 시인이 소속되어 있는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는 송경동 시인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대한민국을 보았습니다. 송경동 시인을 경찰이 조사하며 자유실천위원회를 불법 조직인양 취조한 것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한 시인의 행동 앞에 사법부의 마지막 양심을 기대할 뿐입니다.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송경동 시인과 함께 글을 쓰고 있는 저도 펜을 동강내지 않을까, 무척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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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 오도엽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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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사 시위꾼이라 한들 어떻소..시위꾼 시인이면 안 되는 것이오?

  • 참새

    법관이 사법적 잣대의 정의에 대하여 자신의 마음 사람들의 삶속으로 끊임없이 돌아보는 것은 법관의 양심이다.

    종교의 사제가 자신의 수행을 사람속으로 지혜로운 삶과 연동될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제의 양심이다.

    시인이 자신의 문학적 실천이 사람속의 구체적인 고뇌와 번뇌의 아픔을 같이 하고 있는가,이들 돌아보는 것은 시인의 양심이다.

    헌법은 개인의 "양심과 그에따른 행위"는 보장하고 있다.
    일반법이 이것을 부정하면 위헌이 된다.

  • 시민

    시인이 그시대의 고통받는 이웃에 함께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시인을 석방하라. 법과원칙 강요하더니 신영철 대법관의 멜도 조사 안하는게 무슨 법과 원칙이냐.

    법보다 사람이 먼저다. 양심수를 석방하라.

  • 우메~

    꼴 깝 덜 ~~

  • 김하영

    시를 죽이는 사회가 희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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