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가 날 기다리는 심정”

[완성차 4사를 가다①] 구조조정으로 멍든 쌍용차 노동자들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제조업 노동자들에게도 고난이 찾아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회자된 완성차 4사의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에게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는 극심한 고용불안이 닥쳤다. 정부와 사용자, 보수언론들이 앞다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하고 있는 이때,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의 현재 모습과 고민을 들여다본다. 쌍용자동차를 시작으로 GM대우차, 현대차, 기아차 순으로 연속기사를 게재한다. - 편집자 주

“사형수가 날 기다리는 심정이에요. 2명 중 한 명이 잘리게 되었으니까. 누가 될지 모르잖아요. 해고돼서 다시 취직해도 그곳에 쌍용차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있을 텐데 얼굴을 어떻게 봐요. 하지만 지역을 떠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요”

쌍용자동차 조립4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기선 씨를 생산현장에서 만났을 때 처음으로 건넨 말이다. 쌍용차는 지난 8일 경영정상화방안에서 2,646명 감원계획을 밝혔고 생산직은 45%가 감원대상이다.

물거품이 된 정규직의 꿈

이기선 씨는 2002년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2004년 경력직을 대상으로 38명의 정규직을 뽑을 때 운 좋게 정규직이 되었다. 정규직이 되면서 주변에 축하도 받고 월급도 두툼해졌다. 그러나 작년 12월 쌍용차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월급은 비정규직 때보다 못해졌고 지난 8일 이후로는 해고의 위협까지 더해졌다. 작년 10월에 결혼한 이기선 씨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지만 기쁨보다는 걱정이 크기만 하다.


그는 “정리해고 소식에 분통이 터져요. 정규직 돼서 일할 만하고 부모님께 효도를 하려는 차에 이런 일이 났으니까요. 월급 받으면 부모님 찾아뵙는데 가지도 못하겠고 고개를 못 들겠어요”라며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기선 씨의 대화를 듣던 A씨(직장)가 "요즘에는 직원들이 지각하거나 결근해도 뭐라 하지 못하겠어요. 마음이 딴 데 가 있는데 어떻게 잔소리를 하겠어요. 직장(현장 조장)들은 중간에 끼어 불량 안 나게 뛰어다닐 수밖에 없어요. 어쨌든 나도 노동자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와 같은 편일 수밖에 없잖아요" 라고 거들었다.

비정규직과 함께 살려는 정규직 외면하는 보수언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 13,14일 쟁의행위찬반투표를 통해 86.1%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지난 24일에는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번 주는 2시간 부분파업을 통해 조합원 교육을 하고 있다. 노조의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쌍용차가 1월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로 비정규직, 사무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을 요구해왔던 노조이기에 예상된 수순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15일 평택공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기원하는 풍등을 올렸다.

그러나 함께 살겠다는 노조에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2,646개 가정의 파탄을 예고하는 해고계획을 발표한 8일 쌍용차의 주가는 14.85%로 큰 폭으로 올랐다. 쌍용차지부의 쟁의행위 가결이 발표된 15일은 주가가 6.71%로 하락했다. 쌍용차주식의 5%대 주가변동은 수시로 있는 일이지만 한 경제지는 이날 주가하락 원인을 노조투쟁으로 해석하는 기사를 통해 노조 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노조의 파업은 ‘노사공멸의 지름길’이라고 나서고 있다. 정규직 이기주의로 비정규직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하던 이들이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쌍용차지부의 모습은 눈을 감고 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은 “미약하나마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12억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전 조합원이 청와대에 제출할 결의서를 작성했다. 정리해고를 한다면 5,100명의 조합원을 자르라는 내용이다. 노사가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데 정리해고를 통한 정상화를 시도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규직 집행부에 따라 변하는 비정규직 처지

쌍용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몇 번의 실패를 딛고 작년 10월 22일 노조를 설립했다. 그러나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노조가 있는 완성차 4사(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중 가장 늦게 비정규직지회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600여 명의 비정규직 중 절반이 강제휴업으로 공장을 떠날 때 노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강제휴업은 정규직지부의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정일권 쌍용차지부 집행부(정규직)는 작년 10월 27일 정규직 전환배치를 위해 비정규직 347명 강제휴업을 합의했고 며칠 뒤 재협의를 통해 비정규직 희망퇴직을 합의했다.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비정규직에 관련된 합의였지만 당사자인 비정규직지회의 반발은 합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국 희망퇴직을 거부하던 35명의 비정규직은 지난 3월부터 정리해고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정규직의 정리해고 예고는 수많은 언론에 보도라도 됐지만,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35명의 비정규직과 희망퇴직으로 사실상 정리해고를 당한 비정규직 350여 명은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작년 말 쌍용차지부는 집행부 선거를 통해 한상균 집행부 체제로 바뀌었다. 정규직 집행부교체는 비정규직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70여 명으로 독자적으로 투쟁을 하기에는 힘이 부친 게 사실이다. 현 쌍용차 정규직 집행부는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요구해 비정규직지회의 우산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모든 사업장은 올해 9월 임원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규직 집행부가 바뀌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유재선 쌍용차비정규직지회 교육선전부장은 “노조 활동을 하면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지지나 연대가 없으면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회사의 탄압보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갈등이 더욱 걱정이죠. 지부 집행부의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의지를 믿지만 투쟁이 심화될 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요.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요. 결국 주체는 우리잖아요. 이번 투쟁으로 원하청 공동투쟁의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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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정리해고 , 경제위기 , 정규직 ,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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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100일 범국민 추모제 및 학살자 처단 범국민항쟁 일정



    28일(화)

    11시 청와대 항의방문 (청운동)

    19시 추모미사 / 촛불 추모제(용산현장)



    29일(수)

    11시 용산현장 100인 농성돌입 행동

    12시 추모묵념 및 분향, 문화행동

    13시 청와대 1인시위



    19시 범국민추모제 (시청광장)
    주관: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실천불교전국승가회,용산참사기독대책위,예수살기,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 인권위원회,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천주교시국회의,

    천주교인권위원회,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촛불을밝히는그리스도인들,한국기독교교회협의정의평화위원회,한국종단협의회불교인권위원회

    용 산참사 100일을 맞아 대중속에서보다 많은 국민과 함께 열사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유가족들을 위로하는자리를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종교계를 대표하는 4대종단이 함께 마음과 뜻을 모아 준비하였습니다. 모두 손에 꽃 한송이씩 들고 시청 광장에서 만납시다.

    ◎ 추모제 순서
    0. 사전마당 살풀이 춤 공연
    1.추모묵념
    2. 님을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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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용산참사 100일 추모영상(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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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추모사
    11. 추모춤 공연
    12. 유가족 인사 /유가족 호소문 낭독
    13. 추모노래
    14. 헌화

    30일(목)

    집중 선전의 날 (서울 각처에서 노동자 대오와 함께하는 투쟁결의대회)

    13시 청와대 1인시위

    19시 추모미사 (용산현장)


    5월 1일(금)

    10시 재판(중앙지법)

    12시 30분 학생 메이데이 참가단 집회

    13시 청와대 1인시위

    15시 노동절 집회 (시청광장)

    19시 추모미사 (용산현장)


    5월 2일(토)

    13시 청와대 1인시위

    17시 용산참사 범국민추모대회 및 촛불 1년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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