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대한통운과 공권력의 책임”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31) 대전 중앙병원 앞, 故 박종태 열사 첫 번째 촛불 추모제

“뒷 구호는 ‘화물악법 철폐’보다 ‘열사정신 계승’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열사의 염원이다 연대투쟁으로 승리하자! 열사정신 계승 투쟁 결사 투쟁!”
2009년 5월 4일 저녁 대전 중앙병원 앞. 수백 개의 촛불과 함께 열사 투쟁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죄인 된 입장으로 이 앞에 섰습니다. 동지여러분께 경과보고 하겠습니다. 저희는 지난 1월 대한통운 택배 측과 배달 수수료 건당 30원 인상을 합의하였습니다. 그런데 2월이 다 지나도록 대한통운 택배측은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3월 9일 일주일의 시간을 주면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달라고 통보를 한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속고 있었습니다. 대한통운 측에서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그런 흑자를 내면서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회사가 정말 어렵다면 대표단 명목만 세워달라고 했습니다. 10원만 인상하라고 했습니다. 그걸 가지고 돌아가서 저희 조합원들 설득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마저도 거절했습니다. 이에 저희 분회장은 정말 깜박 속고 회사가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그렇다면 인상하기로 합의했던 그 수수료는 없던 걸로 하겠다. 그런데 저희 조합원들은 대한통운 택배 일을 하면서 작업복마저도 저희 돈으로 사 입고 있습니다. 또 저희 재산인 차에 대한통운 로고를 도색해서 다니면서 광고를 해주는데 저희 돈으로 도색을 합니다. 그것만이라도 무상으로 해달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까지도 묵살 당했습니다....... 3월 21일, 1차 집회를 합니다. 1차 집회를 하면서 또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그래도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본사에서는 본사대로 자사에서 하는 일이라 모른다. 지사에서는 본사 방침이다. 서로 떠넘기기 바빴고, 저희하고 대화하려는 의지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매일 아침 7시면 출근투쟁을 하였고, 오후 6시면 고객들의 물건을 받아다가 계속해서 회사에다 전달하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투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이상 광주에서의 투쟁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한통운 물류의 중심이인 이곳 대전으로 와서 투쟁을 합니다. 대전 대덕경찰서에서는 마치 테러범이 온 것처럼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하는 조합원들을 서장이 직접 진두지휘 하여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택배분회 조합원 4명이 연행되었다가 석방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동지여러분,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대화에 불응하고 있는 대한통운 측과 강경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공권력의 책임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택배분회 전원,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조직을 지키고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그리고 열사의 숭고한 희생을 평생 업으로 안고 살겠습니다. 동지여러분 힘을 모아주십시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화물연대 광주지부 대한통운택배분회 최항렬 조합원의 경과보고로 첫 번째 추모 문화제가 시작된다. 10원 인상도 어려우면 작업복 좀 주고, 차량 광고 도색이라도 무상으로 좀 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대한통운 측의 응답은 조합원 78명에 대한 계약해지 통보였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병원과의 불필요한 마찰도 피하기 위해 문화제 장소가 병원 안에서 밖으로 옮겨졌다. ‘빈소는 마련되었을까? 택배분회 조합원들만 외롭게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내려왔는데,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조합원들, 민주노총, 대전지역 노동.시민단체에서 함께 하고 있었다.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동지의 부음을 듣고 바로 전체 대오들을 모아내기 위해서 어제 바로 투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여러 연대단위 동지들이 이 투쟁에 함께 하실 것이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실 것입니다. 우리 화물연대 본부도 이 악질자본 대한통운과 우리 노동자들을 힘없는 노동자들을 공권력으로 짓밟은 것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 어느 동지 하나가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을 마음 아파 하지 않겠습니까. 반드시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열사의 뜻을 계승하고 반드시 우리의 소중한 동지를 가슴에 모실 수 있는 투쟁 힘차게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많은 도움 주시고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드시 열사의 영전에 승리의 술잔 올리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이 작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의 어깨가 몹시 무거워 보인다.
“종태야~!” “종태야~!”

김달식 본부장의 목소리 너머로 택배분회 조합원들이 박종태 지회장을 부르는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촛불마저 들고 있지 않았다면 몸을 기댈 곳을 찾지 못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의 눈동자는 멍하니 허공만을 응시할 뿐이다.

“우리는 또 아까운 동지를 하늘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동지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서 투쟁을 결의해야 합니다. 저는 화물연대의 저력을 믿습니다. 비록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운수노조, 그리고 공공운수연맹의 저력을 믿습니다. 반드시 박종태 열사가 남긴 열사의 원한을 풀어낼 수 있을 거라 확신을 합니다. 그러나 2009년도는 겪어보니 2008년도가 아닙니다. 이명박은 이미 민주노총뿐만이 아니라 민조노총이 가맹된 모든 노조들을 밑바닥부터 헤치고 다니면서 민주노총을 깨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지가 요구했던 광주지역에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편입된 대한통운을 상대로 한 그 소박한 요구가 어쩌면 예전 같으면 쉽게 들어주고 집행됐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임기 2년 차에 소위 민주노조 운동이 요구하는 내용 그리고 화물연대 노동조합을 고스란히 인정했을 때, 3년 차부터 대통령 하기 얼마나 힘든지 본인이 깨달았는지 민주노조 운동 깨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시 우리는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이명박 정부를 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박동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는 반성하면서 이 동지가 남긴 뜻을 반드시 승리로 일궈냅시다. 곳곳이 힘들고, 곳곳이 비명소리가 들리고, 곳곳이 이 상황을 어떻게 쉽게 좀 넘어갔으면 하는 동지들의 목소리들이 서울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5.1절에 보였던 우리 동지들의 힘을 모읍시다. 박종태 열사가 비록 육신은 갔으나 그 정신을 열사의 뜻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승리를 쟁취하도록 합시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석해 있었다. 지난 한 달간 경험한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험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박종태 열사의 소박한 요구란 이 택배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일했던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루는데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거다. 영상을 볼 계획이었는데, 아직 제작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라 상영이 취소된 모양이다.

“우리에게는 노동자로서 보호받아야 될 노동 기본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한통운이 우리 화물연대 동지들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대한통운이라는 그 사업자가 아니라 총자본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건설노조 태형분회 레미콘 사업장 투쟁 역시 그 사업장 사장의 의지가 아니라 총 자본이 위치한 레미콘공업협회 입장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살아계신 동지여러분. 박종태 열사가 염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자기 몸을 분신하면서 외쳤던 열사의 외침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새겨보고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겠는지 결의하는 자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노총 조직된 비정규 단위가 8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8만도 되지 않습니다. 그 가운에 특수고용직이 과반입니다. 그 가운데 화물과 건설 기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오늘 이 자리 침울하고 침통하고 억울하고 하겠지만, 여기에 계신 동지들 다시 한 번 우리의 결의를 다지고, 이후 투쟁을 다지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투쟁 건설노조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건설노조 김금철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진다. 많은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첫 번째 추모제에 함께 했다. 낯익은 간부들의 얼굴도 보인다. 작년 이맘때, 건설노조도 열사투쟁을 했었다. 체불 임금 받으러 갔다가 맞아 죽은 이철복 열사. 이철복 열사의 장례를 치르기 전날, 밤새도록 내리치던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반주 없는 <동지가>로 첫 번째 추모 문화제가 마무리된다. 박종태 지회장을 그리워하고 그를 죽인 것들에 분노하는 촛불은 장례가 치러질 때까지 매일 저녁 7시 이 곳에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주요 투쟁일정>

- 故 박종태 열사 추모 및 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
일시 : 5월 4일(월) 10시 30분
장소 :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
조직방침 :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산별 및 단위사업장 대표자, 상근간부

- 故 박종태 열사 추모 1차집회
일시 : 5월 4일(월) 19시
장소 :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
조직방침 : 민주노총 광주본부 전체 간부 및 조합원

- 민주노총 광주본부 전체 상근간부 합동 조문 및 규탄집회
일시 : 5월 6일(수) 12시
장소 : 대전 중앙병원 영안실
조직방침 : 민주노총 광주본부 전단위 상근간부

- 화물연대 확대간부 “악덕대한통운 규탄대회”
일시 : 5월 6일(수) 오후 2시
장소 :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 故 박종태 열사 촛불 추모제
일시 : 5월 4일(월)~ , 매일 저녁 7시
장소 : 대전 중앙병원 앞

- 故 박종태 열사 추모 2차집회
일시 : 5월 8일(금) 19시
장소 :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
조직방침 : 민주노총 광주본부 전체 간부 및 조합원

-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총력집중투쟁
일시 : 5월 9일(토) 14시
장소 : 대한통운 대전 물류센터 앞

- 민주노총 광주.전남 대한통운 규탄집회
일시 : 5월 12일(화) 16시
장소 :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
조직방침 : 민주노총 광주본부 전체 간부 및 활동가, 조합원 총력집중
태그

열사 , 화물연대 , 운수노조 , 공공운수연맹 , 대한통운 , 박종태 ,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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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충

    씹노총

    살 판 났구나....

  • 휴~~

    제발...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는 척하는 민노총 등 강성 노조들 좀 없었으면~~

  • 닥쳐

    악플단 놈들 닥치고 있어라

  • 딸딸이

    어쩌든 아까운목숨을 버린것은 안됬지만 누굴위해 싸우고 죽음을 택한지는 나만이 알것으로 본다 즉 나만 손해본 느낌을 느낄것...

  • 현장과 대중

    전체 비정규노동자들의 산업적 통계의 구성에서 보면
    비정규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은 그 규모가 작습니다.
    민주노총의 조직된 비정규노동자들이 8만이라고 하지만 전체 950만 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조직화와의 전망과 과정에서 진보정치운동의 연관은 앞으로는 비정규노동자운동이 가져왔던 사회운동의 이슈적 한계를 넘어서는 계급적 정치투쟁의 방향이 중요할 겁니다.

    둘째는 이러한 글이 운수노보 건설노보 민주노총의 기관지등에 게제되는 방법론도 필요 하다고 보지요

    물론 이곳은 진보매체이며 노동현장의 구체적 주체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는 비정규노동자들의 같은 처지의 연대투쟁은 산별노조의 노보에도 글이 실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마 이런것은 산별노보를 담당하는 분들이 충분히 실을수 있는 소재라고 봅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대중적 애환은 진보매체 이겠지요.

  • ...

    죽음으로 외치는길 밖엔 없었을까.. 열사 라는거.. 아무것도 아니잖아..그 이름이 대단한것도 아닌데.. 알아주는것도 아니고.. 기억해주지도 않고..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라고...가슴에 평생 대못박고 살아야 하잖아..나처럼..남은가족생각해서 목숨은 버리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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