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비공개 수사기록 3천장 논란

변호인단 변론 거부... "진실 밝혀져야"

검찰이 용산참사 관련 수사기록 일부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어 비난 여론이 높다. 용산 철거민 변호인단이 급기야 변론을 포기하고 재판을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용산 철거민측 변호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의 자료공개 거부로) 공정한 재판의 조건 자체가 상실됐다. 이 상태에서 변호인들이 변론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법원이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검찰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권영국 변호사는 전체 수사기록 1만여 페이지 중 7천여 페이지의 기록만을 받았다고 전했다. 3분의 1 가량인 3천여 페이지는 검찰이 공개를 끈질기게 거부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이 공개하지 않은 수사기록에 공소 사실과 모순되는 증인 진술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인 측이 진술서류를 검토한 결과, 특공대가 "3층에서 2층으로 던져서 불이 붙었다", "1층 모퉁이에서 불이 붙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에서 발화가 됐다"는 공소 사실과 상반된다. 한 경찰 특공대원이 "내부에서 화염병 던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내용도 있다.

또 검찰이 "왜 처음에는 망루 내 상황을 제대로 보았다는 진술을 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특공대 진술이 일치하는가"라고 묻자, 현장에 투입됐던 대대장이 "처음에는 경황이 없어 경험한 정도에서 얘기했겠지만 나중에 언론보도되고 하니까 말을 맞추는 형태로 진술한 것 아니겠나"고 대답했다고 권영국 변호사는 밝혔다.

이외에도 변호인 측은 공개되지 않은 3천여 페이지 분량에 검찰 수뇌부의 수사기록, 즉 김석기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급들의 진술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진실이 가려진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으며, 재판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론 피고인들에게도 유리한 전체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이 특공대 한 명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고발한 철거민 중 구속자는 6명, 불구속자는 1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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