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앞에서

[이수호의 잠행詩간](1)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연재 '잠행詩간'을 시작한다.

이수호 최고위원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잠행일기를 써왔다. 강경대 열사 장례를 이유로 1년 여의 수배를 당했을 때 그는 <까치가족>이라는 동화로 잠행일기를 세상에 공개했다. 강승규 사건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퇴한 이후 평교사로 재직하며 썼던 잠행일기는 <나의 배후는 너다>라는 시집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이수호 최고위원은 이명박 시대, 다시 잠행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아침마다 한 편의 시로 잠행일기를 쓴다. 이수호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 등장과 동시에 우리가 만들어 놓았던 작은 민주주의 마저 몽땅 빼앗겨 버렸다"며 "수배를 당하고, 감옥에 가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감시로 이명박 정권은 잠행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호 최고위원의 잠행일기는 잠행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잠행을 거부하기 위한 근거의 시작이다. 매주 5편의 잠행詩간이 독자들을 찾아간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한다.<편집자주>


대한문 앞에서

쓰러져가던 바보 놈현이
보란 듯이 벼랑에서 몸을 던지며
명바기에게 비수를 날렸다
순간 관객의 숨이 멎는다
무서운 반전
놈현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은
명바기에 대한 분노와 저주로 바뀌었다
역시 놈현은 승부사
관객은 울면서 감탄한다

권력의 중심에서 빚어졌던 부정부패
그걸 빌미로 저질렀던 비열한 보복
부자, 특권층, 그들만의 리그에
우리 민중은 없다
가난한 사람의 삶은 없다
이 눈물홍수가 지나면
또 어떤 반전이 올까?

그들과, 그들의 지저분한 싸움의
진짜 피해자는 우린데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
학살당한 용산의 철거민의 시신들
그을리고 난도질당한 채
냉동고에 있고
아카시아에 목을 맨
화물택배비정규노동자의 시신도
특수고용의 이름도 떼지 못한 채
해고와 계약해지를 다투며
노동기본권이라도 달라며
관 속에서 싸우고 있는데
깃발만 나부끼는 그의 빈소는
부인 홀로 지키고 있고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어느 나라 성공한 대통령의
불쌍한 장례를 걱정하고 있다

* 이번 싸움을 주류 대 비주류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면 허탈과 허무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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