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나뭇잎 한 장

[이수호의 잠행詩간](6)

누워서 자는 것보다 앉아서 조는 게
훨씬 짜릿할 때가 있다
오늘 같은 날 해는 만성 두통이 도져
반 지하 단간 셋방에서 끙끙대고 있고
바람은 어느 병원 영안실을 다녀왔는가
아직도 눈에 핏발이 서 있다
소주 냄새를 풀풀 날리고 있다
어깨가 뻐근해 온다
어디선가 이 빠진 사기그릇 부딪히는 소리
목이 마르다
누가 있어 내 입에 젖은 나뭇잎 한 장 물려
내 슬픔 적셔 줄거나
너는 이 새벽 어느 별빛과 뒹굴며
희미해진 마지막 꿈과 또 한바탕 씨름을 하며
깨는 것이 두려워 때에 쩐 홑이불이라도
당겨보는 것이냐
감지 못한 머리 밑이 반백이구나
그래도 새소리 들린다
어느 깊은 산등성이에서는 싸릿순 찾는
노루 발자국 소리도 들리겠지
그냥 맥을 놓고 앉아서 졸면서
노루꼬리 같은 꿈이라도 얻으면
그 꿈 작은 도막 속에서 일망정
너를 만나볼 수 있다면
노루 발자국 소리 군홧발로 바뀌어
내 심장 터지도록 지근지근 밟혀
어느 철창으로 끌려간들
무슨 여한이 있으리
아, 민주주의여!

* 강희남 목사님 자결하시고, 강기갑 대표 삼보일배 경찰에 짓밟히다. 쌍용자동차 경찰 투입 초읽기에 들어가고, 교수들 시국선언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다. 전국이 농성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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