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가면 주먹밥 해줄께유”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 (36)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2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 오면 생각나는 분이 있다. 도장공장에 아들이 있다는 송효경님이다. 어느 이른 아침, 송효경님이 쑥개떡을 30개를 만들어갖고 오셨다. 천막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헬기는 계속해서 저공 비행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할머니는 연신 천막 밖을 내다본다. 할머니 자리는 공장 정문이 잘 보이는 자리다. 그늘로 들어오시라고 하면 “저기(도장공장) 보려고 여기 있는 거여.”하시며 자리를 떠나지 않으신다. 교섭이 재개된 30일 오후, 송효경님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실까? 사랑하는 아들이 만들어준 주먹밥 드실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필자 주>

“자식이 죽고 사는데”

비행기 소리 나면 옥상에 올라가서 있다 보면 쓰러질 것 같어. 혈압까지 있어갖고. 화나면 숨 막혀 내가 쓰러질 것 같어. 안에서 주먹밥을 이러고 먹는 거 아녀. 너무 기가 멕혀.

4살 먹은 손녀딸이 아빠한테 온 전화를 뺏더니 “아빠 왜 안와? 어디 놀러 간대드니. 빨리 와야지.” 내가 뉴스를 애들 못 보게 해. 애들이 쌍용을 알아. “할머니 쌍용 나와요. 아빠 있는데 나와요.” 애들도 심란해.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야. 할아버지가 4년 전에 뇌졸중 걸렸는데, 병간호를 내가 해야혀. 딸내미가 며칠 와서 애들도 봐주고, 할아버지도 봐준대서 내가 여기 나온 거여. 딸내미는 “엄마 가지마세요. 엄마가 간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자식이 죽고 사는데” 나도 환자야. 양쪽 팔을 수술했는데. 낫지를 않았어.


“옥상 가서 비행기 떠다니는 것만 쳐다보는 거여”

여기라도 와서 쳐다봐야지. 집에 있으면 세 시고, 네 시고 옥상 가서 비행기 떠다니는 것만 쳐다보는 거여. 비행기가 여기 위를 돌다가 뭐를 막 뿌리고 하잖아. 이웃에다 청심환 사달라고 했어. 숨이 멕히고, 속까정 뒤집혀서. 밤에는 우울증인지 잠이 안와. 새벽 3시까지 잠을 못자. 그래도 내가 건강하게 살려고 운동도 다니고혔는데,

어제는 안 짤린 사람들이 애기 엄마들(가대위)한테 파란 꼬챙이 같은 걸루 막 찌르는 거여. 얼마나 내가 속상했는지... 이거라도 쳐다보겠다는데... 6.25사변 때, 오빠 두 명이 다 돌아가셨어. “얘, 효경아. 나는 공부 못한 게 한이다. 너는 내가 공부를 가르치겠다.”고 했던 오빠가 유골로 돌아온 거지. 엄니 아버지도 화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아들이 이럭허구 있네. 엄마 안 계셔서 찾으러 다니다보면 산소에 계신 거여. 그래서 나도 엄마 찾으러 다니느라고 공부를 못혔어.

“친구들하고 정이 많다니께”

전화를 하면 목이 매서 말을 못하겄어. “밥 먹었냐?” “밥 먹었슈. 괜찮어유. 잘 있슈.”그래. 효자야. 고생해도 아니라는 거여. “누나가 주먹밥 먹는다고 하던디.” 하면 “밥이 얼마나 맛있는 줄 알아유. 내가 나가면 주먹밥 해줄께유.”한다니까. 우리 아들이 친구들하고 정이 많다니께. 우리 아들? 쌍용차에 16년 다녔어. 이제 겨우 융자로 아파트 하나 장만해서 아직도 갚고 있는 중인디... 딸 다섯에 아들 하나, 2대 독자여. 우리 아들은 딸만 둘인데, 아들 필요 없어. 지네들끼리 재밌게 사는 게 제일이야.

“대통령이란 게 이런 거 하나 해결을 못하고”

언능 다치지나 말고, 잘 내려와야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겠어. 잘 먹지도 못하고 신경 많이 쓰고. 병들어서 고생하면 어쩌나. 손녀가 4살인데 그래. “경찰 아저씨 나쁜 아저씨”라고. 아빠 보러 간다니까 경찰 아저씨가 못 가게 했다고. 고런 게 이 다음에 크면 다 저기가 되는 거여. 애들까지 심란하니께. 텔레비전 보다가 “아빠 회사 나온다. 아빠 회사 나온다.”해.

맨 날 나라 싸움이나 하고. 대통령이란 게 이런 거 하나 해결을 못하고. 지네 말 한마디면 해결될걸. 우선 대화로다가 된다 아니다 하면 되는 걸. 나는 저 사람들(사측 직원)도 다들 자식 같아 불쌍한 생각이 있었는데. 어제 애기 엄마들 꼬챙이로 찌르는 걸 보니... 말이 안돼. 사람이 인정이라는 게 있는 거여.
[출처: 미디어충청]


“여기 와서 저걸 보고 있는 게 낫겠다”

독나면 무서운 건 여자들이여. 앞이 캄캄하니께. 지 신랑 저러고 있고, 앞이 캄캄한데. 밤새도록 텔레비전 보다보면 글씨는 안보이지, 잠깐 지나가는데 이해는 못해가지고 눈까지 이상해지는 거여. 캄캄해지고 뵈질 않는 거여. 차라리 신경 안 쓰고 여기 와서 저걸 보고 있는 게 낫겠다. 텔레비전에 잠깐 나오고 나면 다른 게 계속 돌아가잖아요. 사람이 정신도 없고 어지러워 죽겠어. 옥상에서 죽으면 누가 죽었는지도 모르겠지. 나유? 둔포에서 와유. 일흔 두 살. 38년생. 둔포에 왔었어요? 어. 대추리? 마음이 이상해서 용기를 내서 복지회관에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고 했었는데, 딱 이러니께 다 싫은 거여. 이것도 저것도. 말도 해기 싫고, 정신도 없고, 멍해지고.


“조금 갖더래도 나눠서 같이 해야지”

월급을 100% 주던 거를 . 사람 때리고 죽이려고 얘네들(용역) 사는데 돈 쓴 거지. 언제 쟤네들(조합원들)한테 돈 써서 적자 났어. (가족 한 분이 집에서 큰 선풍기 한 대와 커피 등 먹을거리를 가지고 천막으로 들어오신다.)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네요.

(어머니, 이름이 예쁘시네요) 효도 효(孝), 공경 경(敬)이야. 사람덜이 다 그래. 농협에 가도 “아줌마, 이름 잘 지었네요.” 해. 그럼 나는 잘 짓긴 뭘 잘 지어. 부모가 이름 잘못지어 내가 맨 날 효도만 하고, 이런 일도 겪나보다. 난 시를 잘못 타고 났어. 4월 4일, 4시 40분에 태어났거든. 4자가 4개여. 어떤 사람들은 4(사)자가 좋은 거라고도 하던데. 의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다고.

할아버지한테는 “나 병원 가요.”그러고 오는 거예요. 그러면 “그래. 가야지.”하지. 한참 있다가 들어가니까 “왜 이렇게 오래 있는 건데?”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엊그저께는 옥상에 올라가서 혼자 울었어. 신랑이 있어도 저러고 있으니까 누구한테 하소연 할 데가 없는 거여. 할아버지는 텔레비전 보다가 쌍용차 얘기가 나오면 “저기 야단 났네”하는데. 나는 속으로 ‘당신 아들이 저러고 있네.’하지. 이런데 신랑 병간호 할 수 있어. 딸내미가 와서 있으니께 내가 여기 와서 있는 거지.

잠시 후

“어머니 들어 가셔야죠.”

며느리가 걱정되는 얼굴로 핸드폰을 송효경님에게 건네준다.

“아이고, 애비냐.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었냐. 걱정하지 말고, 갈 거니께 신경 쓰지 마러.”

도장공장 옥상에 아들이 나와 있다. 모자가 서로에게 손을 흔든다. 아들은 연신 집에 가시라는 손짓을 한다.

“거기 물 없지?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리네.”

통화가 끝나고 할머니는 다시 천막으로 들어온다.

“저렇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 한다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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