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검찰, “변호인이 정치선전에 주력”

민변 소속 변호사까지 거론하며 정치적 의도 드러내

검찰이 용산참사 수사기록 3천 쪽 공개를 요구하며 사임한 변호인들에게 “무죄입증보다 정치선전에 주력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이란 단어를 언급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8일 열린 용산참사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사임한 변호인 대신 새로 변호인들을 선임해 재판기록을 검토하는 등 변론 준비를 하고 있다. 재판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에는 용산참사의 철거를 담당했던 철거용역회사의 관계자들이 나왔다.

재판부가 증인 신문을 진행하자 이 모 피고인은 “이 사건은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데 용역들은 이번 사건에서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국선 변호인과는 상호 협의가 없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변호는 할 수 없다. 사선 변호인들이 준비 됐으니 사선 변호인단이 변론할 기회를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한양석 부장판사는 “종전 변호인들의 주장은 국선변호인도 잘 알고 있고 재판부도 잘 알고 있다. 추가 신문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 새 변호인들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 피고인이 “이대로 재판을 한다면 응할 수 없다”며 퇴정과 지난 재판과 같이 항의 표시로 방청석을 향해 돌아앉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부장판사는 “이 재판 절차를 피고인들이 투쟁의 장으로 생각하지 말라. 피고인의 행위가 누군가의 지시나 사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법 위반행위로 불이익을 받지 말라. 돌아앉는 경우 처벌 하겠다”고 말해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검찰, “잊혀진 용산 참사 환기시키려 법정에서 정치선전 주력”

이에 앞서 검찰은 재판부에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 했다는 이유로 3개월 동안 기일이 연기됐고, 이번에는 헌법소원으로 기일을 미루고, 변호인이 사임하는 등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일련의 행위가 있었다”며 “피고인들이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를 근거로 방어권 남용에 대해 단호하게 제지하고 집중심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매일 재판을 열자는 것이다.

검찰은 이어 “(사임한)변호인들은 이미 검찰 지휘부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도 변호인이 자신의 정치적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자 일방적으로 퇴정했다”면서 “변호인은 무죄입증보다 정치선전에 주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전철연과 용산 범대위가 (정치선전을)주도하는 한편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민변을 거론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들은 이에 따라 방청석으로 돌아섰고 재판부를 모욕했다. 사법부에 대한 도전행위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중형이 선고될 자들이 보석으로 석방될 경우 다시 농성과 도주할 우려가 있다”면서 “철거민의 특성상 주거지가 불분명해서 불구속에서 재판이 장기화 될 경우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의 성격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의 재판절차는 피고인들의 불법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자리이지 재개발 정책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며 “피고인들은 용산이 잊혀 지자 재판장 소란 등으로 언론에 환기시키려 했다. 이 사건이 피고인과 전철연의 정치적 선동에 악용되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 집중심리 기일을 요청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피의자들의 요청을 정치선전이라고 규정하고, 민변을 거론한 것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재판을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변호인에서 사임한 권영국 변호사는 “우리가 민변 소속을 밝히고 재판에 들어간 것도 아니”라며 정치선전 운운은 ‘웃긴 얘기’라고 일축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실질적인 변론권을 행사하고 정당한 재판을 받기위해 수사기록 3천 쪽을 내놓으라 했다”면서 “수사기록을 내놓지 않는 것이 정치적”이라고 반박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피고인의 권리도 없고, 피고인을 옹호할 의무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정도로 공정하지 못한 재판”이라며 “이런 식은 사법정의에 반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고, 요식절차가 되버린 재판에 임하지 말라고 변호인은 조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에 대해선 왜 수사기록이 제출 되지 않는지 한마디도 못했다. 재판 파행에 대해 검찰 책임을 강하게 물었으면 기록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런 내용을 밝히지 않고 그로 인해 파행된 재판만 문제 삼는 것이 정당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또 “이 사건의 핵심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이라며 “범죄 구성요건인 공무집행이 적법한지의 사전 판단이 되어야 법률적 판단이 가능하다. 그런데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재판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이 재개발 정책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양형에 있어 정상참작의 문제”라며 “왜 그들이 불법행위를 감수하면서도 망루에 올라갔느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어떻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판단이 가능하겠느냐”고 검찰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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