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이 신도 아닌데 피고와 대화도 없이

용역, 폭력 유발 목적 있었나 등 신문했지만... “모른다. 기억안난다”

변호를 받는 피고인은 답답했다. 사건 발생의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라 할 수 있는 증인이 증인석에 섰지만 국선변호인의 결정적인 신문은 없었다. 판사의 허락을 받아 피고인이 직접 질문도 던져봤지만 피고인 역시 8개월 전 일이라 꼼꼼하게 기억하거나 예리한 문제를 지적하지 못했다. 증인들은 신문 대부분에서 “모른다.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난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검찰이 수사기록 3천 쪽을 공개하지 않자 변호인들이 변론을 거부한 용산참사 공판이 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형사27부(부장판사 한양석)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용산 4구역 철거용역업체 관계자 5명을 증인석으로 불러 이들의 진술 내용을 심리했다. 사실상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변론은 국선변호인이 맡았다.

피고인들은 재판 시작에 앞서 재판부에 “이 재판은 저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새로 선임된 변호인들이 신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한다”며 “국선 변호인은 우리를 충분히 방어해 줄 수 없다”고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국선변호인이 충분히 여러분의 주장을 알고 있고 재판부도 알고 있다”며 재판을 그대로 진행했다.

용산4구역 철거민 이 모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이 신도 아닌데 우리와 대화도 없었고, 어떻게 변론을 하겠다는 취지도 몰라 불안하고 걱정된다. 특히 여기 용역들은 변호사의 질문내용이 중요하다.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시간을 주면 충실하게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양석 부장판사는 “이 재판 절차를 피고인들이 투쟁의 장으로 생각하지 말라. 피고인의 행위가 누군가의 지시나 사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재판 연기를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화염병과 염산병 투척 장면을 봤느냐는 질문을 주로 던져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국선변호인은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건물 2층에 진입한 것은 철거민들을 자극해 폭력성을 부각시켜 경찰을 개입을 유도 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신문을 진행했다. 또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의 합동작전이 있었는지 등을 주로 물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이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지거나 철거민들의 무죄를 입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공판을 지켜보던 이 모 피고인은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국선 변호인의 질문내용이 너무 부족하다. 사선 변호인이 선임 되어 있으니 저희를 방어할 시간을 달라”며 재판 연기를 재차 요청했다. 재판부는 “조서를 보고 추가 신문이 필요하다면 다시 신문하는 것도 판단해 보겠다. 필요하다면 피고인도 질문을 던져도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을 끝까지 지켜본 용산4구역의 한 철거민은 “국선변호인이 용역의 문제점을 끌어내지 못해 답답했다. 용역들이 부인하면 신문이 예리하지 않고 계속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만 했다”고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또 다른 방청객도 “국선변호인이 피고인과 면담도 안 한 상태에서 한 반대 신문이라 그런지 잘 안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 구속만기일인 10월 29일 전에 재판을 끝내기 위해 15일부터 매주 두 번씩 재판을 연다고 밝혔다. 검찰은 15일 오후 2시엔 용산참사 상황을 찍은 경찰관 6명을, 17일엔 외부전문가와 소방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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