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화문에서

[이수호의 잠행詩간](63)

광화문 거리는 거기 있나요?
지난 여름 손에 손 잡고, 뜨거운 연인들
촛불 들고, 횡단보도 무시하고
무거운 탈법 엄청난 위법으로 뿌듯해하며
종횡무진 뜨거운 음모로 이글거리는 눈길
서로 확인하며, 제 길이라 광포하며 질주하는
그놈의 자동차, 버스들, 승용차들, 끔직한 트럭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그놈들
한 손 척 들어 멈추게 하고
당당하게 도막난 흰 줄과 끊임없이 이어진
광장을 쪼개고 길을 갈라놓는
절대 금지의 노랑 두 줄, 그 도로의 독재, 가로금들을
마치 가볍게 넘으며, 웃음까지 흘리며
절대권력 앞에 당당하게 맞섰던
천 년 왕조의 무덤 저켠 새로운 독재의 푸른 기운
그 육조 거리를 침 뱉으며 걸었던
지난여름
독재 타도 명박 퇴진
작은 촛불 하나 들고 마음껏 외쳤던
자유의 거리 해방의 광장
민중의 꿈의 바다, 그 넘실대던 촛불 파도

오늘 저녁 해 그름 나는
새롭게 각진 돌조각과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돌무덤이 된 광화문 광장 한 편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조그만 천 조각 하나 펴 든다
용산 참사 해결하라
용자가 펴지기도 전에 개떼처럼 경찰은 덮치고
나의 발버둥은 부릅뜬 이순신의 눈길 아래서
짓밟히고 끌려 다닐 뿐이다
그 여름의 광화문을 기억하라
그 날의 용산을 잊지 마라

* 광화문 거리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더니 우리는 시민이 아니다. 어떤 집회도, 기자회견도, 일인시위도 모두 광화문 광장에서는 불법이란다. 아름다운 불법의 그 여름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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