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식 전문가들, “발화원인 화염병이라 단정 불가”

용산철거민 진압 재판, 화재원인·발화지점 놓고 설전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는 용산 철거민 고공망루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사건의 심리를 소방·감식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열었다. 이날 소방·감식전문가들은 검찰쪽 증인으로, 각기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통해 대부분 발화원인을 화염병으로 특정하기 어렵고, 발화 지점도 안이 먼저인지 밖이 먼저 인지 추론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이런 증언에 따라 김형태 변호인은 “검찰은 공소장에서 망루 내부 4층에서 3층 계단에 던지 화염병이 발화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오늘 3가지 각도가 다른 동영상을 보면 한쪽은 외부가 먼저인 걸로 보여 지고 다른 영상은 4층에서 먼저 불이 뚝뚝 떨어진다”면서 “이 동영상들로 4층에서 3층으로 고의로 병을 던졌다는 것을 특정하기 어렵고 고의인지 과실로 화재가 났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 목격 증인으로 나온 용산 소방공무원(16년간 근무) A씨는 “‘시위대가 옥상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고 있다’라고 무전을 보고한 것은 큰 연기가 이미 한번 있었기 때문에 구급차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 급한 마음에 그렇게 얘기한듯하다”면서 “실제 불을 질렀다는 것이 아니라 위험해서 구급차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과민반응이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옥상 망루에서 알 수 없는 액체가 쏟아지기 직전 상황을 두고 “시커먼 연기가 많이 나서 옆의 경찰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안 났다면 심각하다는 생각은 안했을 것이다. 연기가 심하게 나면 불꽃이 조금만 당겨져도 불이 난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기 몇 십 분전에 용역이 불을 낸 것을 봤고, 망루 안에 시너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진입하는 것은 위험하죠?” 라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매우 위험하다”고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진압을 안했으면 하는 생각인가?”라는 질문를 놓고는 “그런 상황은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그날 화재가 왜 발생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A씨는 “이 부분은 잘 모른다. 제가 감식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얘기를 안 하는게 맞다”고 밝혔다. 검찰이 “당시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여럿이 죽고 보니 진압을 안했으면 하는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두 번째 증인으로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화재연구실 실장 B씨는 13년간 화재를 감식해왔다. B실장에 따르면 당시 화재는 급속 연료로 났다. 급속연료는 LPG와 시너가 있었으나 LPG통은 잠겨 있었고 발전기의 스위치도 꺼져 있어 전기적인 발화 원인은 배제했다.

B실장은 당시 불길이 솟아오르기 전 비연속적으로 뿌려진 액체를 인위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망루에서 처음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되는 지점이 어디냐?”는 질문에 “처음 동영상은 3층에서, 두 번째는 4층에서 더 빠른 것 같다. 4층이 될 수도 있다. 발화지점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4층 틈에서 작은 불빛이 난 후 다시 3층이 환해진다. 그게 화염병을 던진 것이라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도 “동영상만으론 단정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이어 검찰이 “망루내 C구역 철제계단 위에서 깨진 병과 유리파편 용융된 것이 나왔다. 이것이 내부에서 화염병을 계단 쪽에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화염병을 던졌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계단에서 발화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태 변호인이 B실장에게 “시립대학교 윤 모 교수의 감정서는 외부 불길이 망루내부로 유증기로 급속하게 확산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망루 밖에서 유증기로 먼저 불이 날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던진 질문에 그는 “충분히 추론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망루 안에 시너와 유증기가 가득한데 밖에서 물을 뿌리는 게 망루 안의 화재를 막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되고 시너 유증기를 저하시킬 수는 있으나 오히려 시너가 확산될 수도 있어 좋다는 말은 못 드린다”고 대답했다.

이어 국과수에서 두 번째로 나온 증인 C씨도 각각의 동영상을 보고 “발화원인을 화염병이라고 추론하기 어렵다. 발화 장소도 안인지 밖인지 애매하다”고 밝혔다.

반면 동영상을 주로 판독한 경기소방방재연구소 D소장(경력 6년)은 “발화를 추론 하라고 하면 4층에서 불꽃이 보이고 계단 쪽에서 화재가 났다는 정황은 있다”면서 “3층이다 4층이다 라고는 할 수 없고 그 사이에서 불꽃을 머금은 액체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D소장은 김형태 변호인과 동영상 해독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D소장은 망루 외부 1층 바닥에서 불이 오르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3층에서 먼저 불이 났고 3층 틈 사이로 나온 불빛이 반사되어 1층 외부에 불이 붙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은 “화면을 잘 보면 망루 3층의 틈에서 불빛이 새 나오는 것이 아니라 1층 바닥에서 난 불의 불빛이 컨테이너와 망루의 틈 사이로 새나오는 것을 망루 내부의 틈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모 소장이 현장 감식에서 참가하지 않아 망루 구조에 대해 변호인과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김형태 변호인은 첫 변론에서 “검찰이 4층에서 3층으로 화염병을 던져 3층에 불이 났다고 주장하는 공소사실은 확인하기 어렵고, 만일 누군가의 실수로 불이 일어났다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가 되기 어려워 공동정범이 아니며 과실치사 역시 누가 과실을 했는지 알 수 없어 피고인들은 무죄임을 입증 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공모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범죄를 공모해, 그 중 어떤 사람에게 범죄를 실행시켰을 때 그 실행을 하지 않은 공모자도 공동정범이 된다고 하는 판례상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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