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묻는 77일의 역사

[새책]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사진기록 <77일>

어떤 이들에게는 지옥 같은 몸부림이었고 어떤 이들에겐 한낱 얘깃거리였던 77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77일 간의 사투가 아무리 여름 한철 뉴스 지면을 뜨겁게 달구었던들 잊혀져가는 속도는 다른 투쟁들이 그랬듯 빠르다.

  <77일> 미디어충청 지음, 메이데이 펴냄, 1만8천원
그 여름이 지나가고 모습을 드러낸 사진집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사진 기록 77일>이 잔잔한 울림을 내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으로 뛰어들어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취재한 <미디어충청>(www.cmedia.or.kr) 기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이다.

"우리사회의 모순이 격렬하게 표출되는 곳에 민중이 있습니다. (...)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77일의 삶과 투쟁을 온 몸으로 써내려갔듯이, 미디어충청은 그 현장에 뛰어들어 취재한 결과물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작은 힘이지만 그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어서 행복했던 77일이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 파업일지로 시작되는 <77일>은 이들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으면서부터 거리로 나오는 과정, 경찰과의 대치, 가족들과의 문화제, 그리고 점거한 공장의 낮과 밤을 담담히 사진으로 '말한다'.

총 열 두개 장으로 나뉜 사진들에서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공장의 모습부터 절박한 노동자의 얼굴까지, 헬기와 최루액으로 자욱한 연기 속부터 조촐한 공장 안 식사까지, 쓰러지는 노동자의 편지부터 가족들의 웃음까지 오로지 짧은 글귀와 사진만으로 그들의 77일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체 민중의 싸움"이라고 목놓아 말했지만 결국 마음 한 켠의 미안함을 안고 조심스럽게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지?"라고 물을 이를 위해 <77일>은 책 말미에 전한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노동자들은 그렇게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할 시간도 없이 다시 회사와 맞서고 있다. 그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의 절박했던, 여전히 절박한 나날들에 한 가지를 보태고 싶다면, 두꺼운 투쟁평가 문서에 한 마디를 보태기보다 이 사진집 한 권을 두고두고 존재하게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집 <77일>의 수익금 일부는 지금도 투쟁중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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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미디어충청 , 쌍용차 ,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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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nseksrmrqhr

    어려운 이야기...두려워해야 할 말보다...명료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의 사진은 그래서 반가운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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